춤추는 풍선 인형으로 야생동물 쫓을까

조홍섭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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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딩고 퇴치에 효과 확인…75% 달아나, 총소리엔 무덤덤

p1.jpg » 큰 덩치에 예측 못 할 움직임을 보이고 특이한 소음을 내는 춤추는 풍선 인형이 야생동물을 쫓아내는 효과가 있을지 눈길을 끈다. 프랭크 빈센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개점을 알리는 등에 쓰이는 춤추는 풍선 인형이 포식자를 물리쳐 가축을 지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을 닮은 거대한 몸집의 풍선이 예측 못 할 움직임을 보여 처음 접하는 야생동물을 놀라게 한다는 것인데 효과가 얼마나 지속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브래들리 스미스 오스트레일리아 센트럴 퀸즐랜드대 동물행동학자 등은 이 지역 축산업계의 골칫거리인 딩고를 죽이지 않고 퇴치할 방법을 모색했다. 딩고는 3500∼5000년 전 호주 원주민이 동남아에서 들여온 개가 야생화한 동물로 토종 포식자가 멸종한 뒤 최상위 포식자로 양 등 가축을 잡아먹어 농민과 갈등을 빚어왔다.

p2.jpg » 딩고는 외래종이지만 생태계 상위 포식자로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한다. 제러드 아무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딩고로 인한 가축 피해액은 해마다 6000만 달러에 이르지만 총을 쏘거나 독약을 뿌려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란 지적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외래종이 골칫거리 외래종 퇴치…호주 딩고 재평가). 딩고는 종종 폭발적으로 번성해 초지를 망가뜨리는 캥거루 개체수를 조절한다. 또 섣불리 딩고를 사살해 가족을 깨뜨리면 젊은 딩고의 무모한 가축 공격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딩고를 죽이지 않고 쫓아내기 위해 주로 쓰인 것은 소리와 빛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주파 소음, 번쩍이는 섬광 등은 효과가 일시적이었다.

호주 연구자들은 보호종인 늑대로부터 가축을 지키느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미국 오리건 주의 축산농민과 환경단체가 최근 춤추는 풍선 인형으로 늑대를 쫓아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p3.jpg » 호주 연구자들이 딩고를 대상으로 실험한 춤추는 풍선 인형. 브래들리 스미스 외 (2020) ‘태평양 보전 생물학’ 제공.

이 방법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멜버른의 딩고 보호구역에서 기르는 딩고를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풀어놓은 딩고에게 평소에 좋아하는 개 사료를 놓고 근처에 설치한 높이 4.2m의 춤추는 풍선 인형을 딩고가 가까이 접근했을 때 원격으로 작동했다.

맛있는 먹이에 이끌려 접근했던 딩고 12마리 가운데 먹이통에 입을 댄 개체는 3마리뿐이고 나머지 9마리는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연구자들은 “풍선이 사람을 닮은 데다 키가 크고 예측 못 할 움직임을 보이며 쉭쉭거리는 처음 듣는 소음을 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딩고는 새로운 것을 꺼리는 성향이 있다”고 과학저널 ‘태평양 보전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설명했다.

이튿날 실험에서는 12마리 가운데 11마리가 풍선이 작동하자 줄행랑을 놓았다. 연구자들은 “첫날에는 음식 욕심이 컸지만 이튿날에는 욕구가 충족돼 놀란 효과가 더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흘째는 12마리 중 7마리만 달아났다. 연구자들은 “익숙해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전체적으로 75%의 높은 퇴치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같은 딩고를 대상으로 총소리를 녹음해 들려준 비교실험에서 딩고 12마리 가운데 11마리는 소리에 개의치 않고 먹이를 먹었다. 먹이를 건드리지 않은 한 마리는 총소리 없이 사료만 준 실험에서도 먹이를 먹지 않은 개체였다. 총소리에 대한 내성이 이미 상당히 쌓였음을 알 수 있다.

p4.jpg » 가을철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농가로 내려와 농민과 갈등을 빚는다. 연합뉴스

포식자의 소리나 냄새로 농사에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쫓으려는 시도는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시도됐지만 장기적으로 효과가 인정된 것은 없다. 영국에서는 양어장에 침입하는 수달을 막기 위해 동물원의 사자 배설물을 활용하기도 했다(▶사자 배설물로 잉어 지키기, 영국서 수달 퇴치에 각광).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호랑이 배설물이 멧돼지 퇴치에 효과가 크다는 소문에 동물원의 호랑이 배설물이 한때 ‘품귀현상’을 빚었지만 한때뿐이었다. 녹음된 호랑이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풍선 인형의 딩고 퇴치 효과도 아직은 시험 단계이다. 연구자들은 “딩고가 인형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장기연구가 필요하다”며 “효과가 좁은 영역에 한정되고 전기 사용량이 많아(1000W) 여러 곳에 설치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야생동물이 자극에 익숙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여러 퇴치수단을 복합적으로 쓰거나 번갈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Pacific Conservation Biology, DOI: 10.1071/PC200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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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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