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수중보' 논쟁, 나경원 의원 헛발질이 고맙다
한강 취수원은 수중보 철거해도 영향 없는 상류로 이미 이전
이제 한강의 진정한 생태적 복원 논의해야
서울시장으로 유력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 박원순 변호사가 때아닌 '한강 수중보' 논쟁을 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보를 없앨 경우 옹벽들도 다 철거해야 하는데, 서울시민의 식수문제 뿐 아니라 또 다른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반하자는 이야기"라며 "한강을 자연생태한강으로 복원한다는 미사여구 때문에 오히려 한강시민공원을 사용하기 어렵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은 전한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바로잡자. 나 의원은 한강의 보를 철거하게 되면 서울시민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취수원을 옮겨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서울시의 취수원들은 잠실수중보의 영향권을 벗어난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강북취수장 등으로 옮겨간 상태다.
지난 9월 5일 서울시가 발표한 보도자료 '구의 자양취수장 본격 통수’를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는 왕숙천의 영향을 받고 있던 구의·자양 취수장을 이전 통합하는 공사를 3년만에 완공해 기존 자양동과 구의동에 위치했던 취수장을 팔당댐 아래쪽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로 옮겨 강북취수장과 통합 취수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서울시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의 프레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마음이 너무 급했을까. 헛발질이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대규모 토목공사 운운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고 꼼수다.
인공하천으로 전락한 청계천에 대해서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22조를 쏟아부어 남산 11개 반 분량의 대규모 준설을 하고, 16개의 대형보를 만드는 4대강 토목공사와 향후 지천 정비에 20조가 거론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하면서 하는 말은 그 자체로 진정성이 없다.
정말 '반대를 위한 반대'를 누가 하고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강은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의 종합개발이란 명목으로 지금의 단조로운 인공 하천으로 전락했다.
이제 이런 한강은 달라져야 한다. 미사여구 운운하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생산적인 논의로 나가야 한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간에 나경원 의원의 헛발질이 한강의 생태적 복원 가능성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고마운 일이다.
곽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이미경 의원실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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