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하루 쉬면 휴대폰 충전 대기전력 11년치

조홍섭 200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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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2_untitled-1_copy_3.jpg"컴퓨터 끄고 플러그도 뽑아야지. 왜 쓰지 않는 휴대폰 충전기는 전원에서 빼놓지 않지?"

 

요즘 부쩍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엄마가 외출에 앞서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더운 물로 목욕하고 경기도 일산 집에서 차를 몰고 서울 마포의 외가댁에 가려는 참이다.

 

작은 에너지라도 절약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이 엄마의 환경의식엔 나무랄 것이 없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 않던가. 하지만 자잘하게 줄이면서 큰 걸 놓친다면 모처럼의 노력도 헛수고가 될 수 있다.

 

 

 

물 받아 목욕하는 대신 샤워하면 에너지 소비 1/5

 

준중형차를 타고 50㎞를 운전하면 약 40㎾h(킬로와트시)의 에너지가 들어간다. 충전이 끝난 뒤 전원과 연결한 채 방치한 휴대폰 충전기가 하루에 소비하는 에너지는 0.01㎾h이다. 휴대폰 충전기가 하루 종일 쓴 대기전력은 승용차가 1초 동안 운전한 에너지와 같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만 차를 운전하지 않으면 약 11년간 충전기를 방치한 에너지를 절약하는 셈이다.

 

쓰지 않는 충전기를 전원에서 빼놓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가 대기전력으로 날려버리는 전력은 전체의 8%에 이른다. 특히 컴퓨터의 구형 모니터, 레이저프린터, 앰프가 달린 음향기기 등의 대기전력은 휴대폰 충전기보다 수십~수백배 많다.

 

더운 물 목욕도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는다. 욕조에 50도의 더운 물을 110ℓ 받아 목욕을 한다면 드는 에너지는 5㎾h이다. 물 25ℓ를 쓰는 샤워로 대체한다면 에너지 소비는 5분의 1로 준다.

 

보잉747-400 제트여객기는 24만ℓ의 연료와 416명의 승객을 태우고 1만4200㎞를 날 수 있다. 에너지 소비도 자동차에 비할 수 없이 많다.

 

순전히 운전자가 이동하는데 쓰이는 에너지는 연료의 단 1%

 

1만㎞를 날아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유럽에 갔다 온다면 한 사람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하루에 23㎾h꼴이다. 1년에 한 번 장거리 해외여행을 하는 데는 1㎾급 전기난로를 1년 내내 켜놓는 것과 마찬가지 에너지가 든다. 그러나 이것도 1년 동안 매일 경기도 일산과 서울 마포를 출퇴근하는 것보다는 작은 양이다.

 

석유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의 하나가 자동차를 모는 것이다. 연료의 20%만이 바퀴를 굴리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열과 배기가스를 만드느라 허비된다. 또 차체는 나홀로 운전자보다 보통 20배 이상 무겁다. 순전히 운전자가 이동하는데 쓰이는 에너지는 연료의 단 1%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가 걱정스럽다면 가장 확실한 실천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 운전을 줄이거나 자전거 또는 걷기로 바꾸는 것이다.

 

조홍섭 한겨레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이 글에 쓰인 계산은 데이비드 맥케이 영국 켐브리지대 물리학과 교수가 온라인에서 제작중인 책 '지속가능한 에너지-허풍 없는'에서 인용했다. 이 책은 인터넷(http://www.withouthotair.com/)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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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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