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구리 먹이 ‘생산’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

이강운 2017. 09. 22
조회수 3883 추천수 0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
사료 대신 풀만 먹고 종일 놀다 배설하면 일과 끝
애기뿔소똥구리 겨우 멸종 면해, 사료가 바꾼 생태계

c5.jpg » 전남 영광군 안마도의 풀밭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한우. 좁은 우리에서 사료만 먹는 소와 달리 소똥구리의 먹이를 배설한다.

오늘은 낮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 아직 남은 여름의 뜨거움으로 벌레들은 못 다한 짝짓기도 하고 알도 낳고 통통하게 살이 붙은 애벌레는 번데기를 만들거나 고치를 서둘러 튼다. 방울벌레와 귀뚜라미는 날개를 서로 부딪치며 아직 목이 쉬지 않은 청아한 노래로 가을을 재촉한다. 
 
어른벌레나 알로 혹은 애벌레나 번데기처럼 노출되어 있는 상태로 겨울을 넘길 곤충은 세포가 얼지 않도록 몸 속 수분을 빼고 얼지 않은 물질을 껍질에 코팅하여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아늑한 집으로 고치를 만드는 나방이나 땅속으로 들어가 월동하는 소똥구리나 딱정벌레 종류는 솜이불을 덮고 있거나 따뜻한 방에 기거하는 셈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해 꿀잠을 자겠지.
 
깊은 산속 연구소의 첩첩한 산들이 고산준령은 아니건만 산을 구비 구비 돌아들 적마다 계절이 다가온다. 낮이 짧게 느껴지면서 열기는 사라지고 조금씩 가을로 달려가고 있다. 
 
해가 닿는 곳마다 꽃은 핀다. 솔방울 형태의 꽃 모양에, 꽃 가운데는 가루를 곱게 치는 체 모양을 하고 있는 솔체꽃, 계단 오르듯 층층이 꽃을 피워 결국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층꽃나무, 빽빽이 뭉쳐서 꽃이 피는, 종명이 ’’화려함’(splendens)이어서 이미 이름으로 화려함을 뽐내는 꽃향유까지. 모두 세련된 보라색 꽃을 피우면서 이름도 예쁜 우리꽃이다. 꽃이 뭉텅이로 피고 향기가 진해 특별히 곤충이 좋아하는 가을꽃이다. 
 
1980년대 충주댐 건설로 거의 멸종했다가, 2005년도 여주 남한강가에서 목숨줄을 이어 멸종위기생물로 연명하다가, 다시 4대강 개발에 쫓겨 강제 이주를 당하고. 우여곡절과 수난의 역사를 지닌 단양쑥부쟁이도 연한 보랏빛으로 가을을 상징한다. 솔체꽃에, 단양쑥부쟁이 꽃에 앉아 열심히 꿀을 빠는 네발나비가 잘 어울린다. 

c1.jpg » 네발나비 애벌레.

다리가 6개, 날개가 2쌍, 더듬이가 1쌍이며 머리, 가슴, 배 3 부분으로 몸이 나누어진 동물을 곤충이라 하는데 네발이라니. 어떻게 4개의 발만 갖고 나비가 되고 곤충의 범주 속에 들어갈 수 있나. 필요 없다 생각해 없앤 2개의 앞발이 흔적만 남아있다. 사용하지 않을 뿐 실제 6개의 다리가 있는 셈이다. 나비 중 가장 많은 종류가 네발나비과에 속하므로 ‘발’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진화’의 과정을 우리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겠지만 적응하기 위해 아마도 1000년 뒤 쯤에는 모든 나비들이 쓸데없다 생각하는 2개의 발을 없애버릴지도 모른다.
 
c6.jpg » 한반도 나비의 종 구성.

잡초, 사람이 심지 않으면 잡초라고 죽이려 하고, 외래종, 원래 살던 곳이 아니어서 서러운데 외래종이란 이름으로 따로 떼어 별종 취급하니 괴롭다. 잡초면서 게다가 외래종인 생물은 어떨까? 사나운 가시가 수없이 돋아나 줄기와 잎에 촘촘히 박혀있어 살짝만 닿아도 긁히기 십상이다. 살갗이 쓸리면 따갑고 쓰라린 정도가 넘어져 까진 것보다 훨씬 심하다. 생명력도 강해서 일단 자리를 잡으면 산이건 밭둑이건 길가건 가리지 않고 자라는 골칫덩어리라 오죽하면 마귀풀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c7.jpg » 외래종으로 왕성하게 번성하는 환삼덩굴.

하지만 네발나비 애벌레는 바로 이 가시투성이 마귀풀인 환삼덩굴만 먹고 산다.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는 그 잎을 이용해서 우산 모양의 아늑한 집을 만들고 안전한 집안에서 야금야금 잎을 파먹으며 자라는 애벌레. 잡초면서 외래종인 환삼덩굴을 모조리 없애는 순간 더는 네발나비도 살 수가 없다. 어떻게 잡초란 이름을, 외래종이란 존재를 잘 풀어갈 수 있을지?
 
닭이 울고 날이 새면 소똥구리의 소인 코프리스(Copris: 뿔소똥구리 속)와 이들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소인 업쇠가 어슬렁어슬렁 축사를 나와 산으로 출근한다. 곤충 연구소에서 소를 키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방문객들이 소가 어디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얼른 ‘코프리스와 업쇠’로 이름을 고쳐 부른다.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의 신선한 밥을 공급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는 내 가족이니까.

 

그저 자유롭게 산책을 다니며 신선하고 맛난 풀을 실컷 뜯어먹기만 하면 되는 코프리스와 업쇠는 행복하다. 방목지를 휘저으며 신나게 먹고 열심히 똥을 눠 애기뿔소똥구리 사육에 필요한 소똥만 싸 주면 되니까. 단 한 번도 풀밭을 밟아보지 못한 채 몸만 겨우 세울 수 있는 비좁고 갑갑한 축사에 갇혀 도축될 때까지 사료를 먹으며 그들로서는 평생인 3년여를 견뎌야 하는 일반 소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몸길이 13~15㎜ 정도. 애기뿔소똥구리 수컷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활동하고 알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만 부모가 보호하며 키우는 반사회성 곤충이다. 먹이인 똥은 여기저기 아무데나 흩어져 있고 빨리 말라붙기 때문에 빨리 먹고 번식해야 한다. 똥을 찾아내기 위한 정교한 감각기관이 있어야 하고 어디든 똥 냄새가 나는 곳으로 이동할 튼튼한 날개가 있어야 한다. 

c3.jpg » 영광 안마도에서 서식을 확인한 뿔소똥구리 수컷.

c2.jpg » 몸 길이에 견줘 뒷날개가 다른 곤충보다 긴 애기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는 똥의 위치를 알아낸 뒤에 똥 밑으로 굴을 파고 똥을 묻는다. 이렇게 하면 똥을 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고 환경 변화에 견디기 좋은 서식처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생이나 포식 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멋진 똥 처리 방법이다. 소똥구리가 먹어서 분해시킨 똥은 더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골칫덩어리가 아니고 오히려 땅을 기름지게 하는 천연의 거름으로 재활용한다. 게다가 애기뿔소똥구리 머리와 가슴 연결 부위에 붙어 같이 다니는 응애(편승 응애)는 파리 애벌레인 구더기를 잡아먹어 주변을 청결하게 한다. 

소똥구리가 주는 혜택이 이렇게 훌륭하고 다양한데 소똥구리 종류는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똥 덩어리를 동그란 볼처럼 빚어서 뒷발질로 멀리 굴려간 뒤에 땅에 묻는 행동학적 특성이 있는 왕소똥구리나 소똥구리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절멸 단계고, 애기뿔소똥구리는 멸종위기종이니 막을 방도를 찾아야겠다. 얼마나 값진 재산을 인간의 욕심으로 버리고 방치해서 영원히 없애려 하는 것인지? 
 
c4.jpg » 애기뿔소똥구리에 기생하는 새로운 응애를 보고한 논문 표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증식하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와 뿔소똥구리에서 4종의 국내 미기록 편승응애(Copriphis hastatellus, Holostaspella scatophila, Macrocheles japonicus, Onchodellus siculus)를 찾아내어 안동대학교 금은선 박사, 정철의 교수와 함께 2016년 과학저널 아시아·태평양 곤충학 저널(JAPE)에 최초 보고하였다. 112년 전인 1904년 북한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만 있던 Parasitus consaguineus 란 편승응애를 다시 기록하고 응애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 큰 성과를 거두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멸종위기곤충 애기뿔소똥구리 전국 개체군 조사차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에 갔다. 약 21만 여 평의 방목지를 샅샅이 살피고 돌아보느라 마음이 바빴다. 파란 하늘 올려다 볼 겨를 없이 조사하다가 목장 주인인 김영신 할아버지를 만났다. 단번에 쉽게 마음을 여시는데 소를 같이 키우는 동료의식인가 보다.
 
석양 무렵 뜰에 앉아 묻기도 하고 답하기도 하면서 퍽이나 진지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소가 똥을 싸면 소똥구리가 따라와 똥을 먹어 치우니 파리도 많지 않았고 소똥구리가 지천이어서 가장 좋은 장난감이었는데, 방목을 하면서도 할 수 없이 살을 찌우기 위해 사료를 조금씩 먹였는데 사료 먹인 후부터 정말 귀신같이 없어졌어. 사료 먹인 똥은 많이 퍼져, 동글동글 모이지 않고. 소똥구리도 먹기 불편했을 거야” 
 
똥에서 시작되는 멋진 순환의 고리를 보고, 힘이 되면 끊어진 인연을 다시 이어 보겠다고 말씀하시는 안마도의 김영신 할아버지 이야기에 ‘환경과 자연과 인간이 같이 사는 게 중요 하다’라고 맞장구를 치면 너무 허무하고 가벼웠다. 소를 키우며 자연의 이치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자연 흐름의 결을 따라 살아야한다는 강한 믿음이 내게 전해져 마음 속 깊이 울리는 할아버지의 진심을 읽는다. 
 
“잘 하라고.”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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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한국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국립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Caterpillars of Moths in Korea)>(2015.11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캐터필러>(2016.11 도서출판 홀로세)가 있다.
이메일 : holoce@hecri.re.kr      
블로그 : http://m.blog.naver.com/holoce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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