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철 북극곰 절반 이상이 열흘에 체중 10% 감소

조홍섭 2018.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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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사냥 어려워져, 1마리는 근육도 줄어
대사율도 알려진 것보다 60% 높아, ‘에너지 적자’ 상태

b1.jpg » 기후변화로 감소하는 북극곰의 미래가 알려진 것보다 더욱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 양이 예측보다 60% 더 많았다. 앤서니 파가노, 미국 지질조사국 제공.

바다에 얼음이 들어차고 물범이 새끼를 낳는 4월은 북극곰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 지방이 풍부한 물범을 많이 잡아 체중을 불려놓아야 얼음이 녹아 사냥을 접어야 하는 몇달 동안의 여름 ‘단식기’를 버틸 수 있다. 갓 태어난 물범을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철이기도 하다. 바다가 다시 어는 가을에는 영리해진 물범 잡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야생동물 생물학자 앤서니 파가노 등 미국 연구자들은 2014∼2016년 동안 해마다 4월에 새끼를 기르지 않는 성체 암컷 북극곰 9마리를 포획한 뒤 소변과 혈액을 채취하고 동영상 촬영, 위치 추적, 활동 수준 측정 등을 할 수 있는 목걸이를 매달아 놓아줬다. 신체 대사량을 측정하기 위해 동위원소를 넣은 물도 주입했다.

알래스카 북극 해안인 보퍼트 해 얼음 위에서 진행한 이 연구는 8∼11일 뒤 같은 북극곰을 다시 포획해 시료를 채취하고 데이터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담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 치에 실린 논문은 충격적이다. 연구 대상인 9마리의 북극곰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마리가 이 기간에 체중이 10% 이상 줄어들었다. 하루에 체중의 1%(약 2㎏)씩 준 셈이다. 그 가운데 한 마리는 체지방은 물론 근육까지 줄었는데, 아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냥 최성기인 4월의 성적이 이렇게 나쁘다면 북극곰은 나머지 시기를 험난하게 보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은 점점 일찍 녹고 더 늦게 언다. 북극곰은 먹이의 대부분을 물범에 의존하고, 얼음이 얼지 않으면 물범을 사냥할 수가 없다.

북극곰의 목걸이에 달린 캠코더로 촬영한 물범 사냥 모습. 미국 지질조사국 제공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북극곰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사실이 밝혔다. 북극곰이 살아가는데 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것보다 훨씬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사실이 직접 측정을 통해 드러났다. 북극곰이 활동하는 대사율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1.6배 높았다. 파가노는 “북극곰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더 많은 물범을 잡아야 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캘리포니아대 샌터크루즈 캠퍼스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조사한 북극곰 가운데 절반 이상은 쓰는 에너지보다 얻은 에너지가 적어 ‘에너지 적자’ 상태에 빠져 있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1980년대부터 북극곰을 연구해 왔는데, 지난 10년 동안 개체수가 약 40% 감소했다. 파가노는 “이번 연구는 북극곰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얼마나 자주 물범을 사냥하는지를 조사함으로써 무엇이 그런 감소 경향을 이끄는지를 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촬영한 영상을 통해 북극곰은 평균적으로 닷새마다 다 자란 물범을 사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계산된 대사에너지를 충족하려면 10∼12일 동안 물범 성체 1마리와 어린 물범 3마리를 잡거나 갓 태어난 물범 새끼 18마리를 사냥해야 한다. 단식기에 대비해 지방을 축적하려면 더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북극곰 2마리는 육지에서 고래 사체를 만나 배를 채웠지만 여전히 활동시간의 91%는 얼음 위에서 물범을 사냥하느라 보냈다.

b2.jpg » 얼음판 위의 북극곰. 북극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물범이 나올 만한 숨구멍 옆에서 잠복하며 보내고 극히 일부 동안 수영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앤서니 파가노, 미국 지질조사국 제공.

북극곰은 시간의 90%를 얼음판 위 물범의 숨구멍 옆에서 잠복하느라 보냈고 나머지 10%는 얼음에 나온 물범을 추격하는 데 썼다. 에너지는 대부분 얼음 위에서 걸어서 이동하는 데 썼다.

이제까지 북극곰은 사냥을 위해 잠복하는 동안 에너지 소비가 낮아지고 먹이가 없을 때도 대사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 알려진 것보다 북극곰은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먹이가 부족해도 에너지 소비량이 줄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바다 얼음이 점점 줄어들고 조각나면서 북극곰은 더 많이 이동해야 한다. 이는 에너지 소비를 늘려 결국 북극곰의 신체 상태 악화와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 M. Pagano et al, High-energy, high-fat lifestyle challenges an Arctic apex predator, the polar bear, Science, 2 FEBRUARY 2018 • VOL 359 ISSUE 6375, DOI: 10.1126/science.aan867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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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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