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굴착 기계로 진화한 아프리카 개미

조홍섭 2018. 09. 07
조회수 8656 추천수 1
큰머리에 근육, 턱 끝은 특수강, 다리는 고정 앵커
평지선 걷지 못해…나무 속 깍지벌레 기르며 진화

a4.jpg » 단단한 나무를 뚫기에 최적화한 몸으로 적응한 아프리카 개미. 턱과 머리, 다리가 극단적 적응의 사례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나무에 톱질해 본 사람은 생나무 자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마른 나무라면 나뭇조각이 톱날에 부서져 떨어져 나가지만 수분이 있는 나무는 탄력이 있어 쉽게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죽은 나무나 딱정벌레가 뚫어놓은 구멍을 이용하는 개미는 흔하지만 산 나무에 굴을 파고 사는 개미는 드물다.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에만 서식하는 멜리소타르수스(Melissotarsus) 속 개미는 그래서 특별하다.

a1.jpg » 산 나무껍질 밑에 굴을 파 살아가는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굴 모습. 나무껍질을 제거한 모습이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개미는 살아있는 나무의 나무껍질 밑에 기다란 굴을 판 뒤 이곳에 정착한 수천 마리의 깍지벌레와 공생한다. 깍지벌레로서는 삶터와 보호자를 얻는 것이고, 개미는 깍지벌레가 분비하는 왁스와 단백질을 먹고, 때로는 벌레 자체나 허물을 먹기도 한다. 개미가 젖소를 기르는 셈이다.

a2.jpg » 멜리소타르수스 개미가 깍지벌레 무리를 돌보고 있다. 이들은 나무속 생태계에서 공생하며 살아간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길이 2㎜의 작은 개미이지만 나무속에 살면 천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먼저 단단한 생나무를 뚫고 터널을 만들 수 있도록 몸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아담 칼리페 프랑스 소르본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엑스선 마이크로단층촬영 등 첨단 기법을 이용해 이 개미의 해부학적 비밀을 찾았다. 놀랍게도 이 개미는 극단적인 적응을 통해 ‘살아있는 굴착 기계’로 진화했음이 드러났다. 

이 개미는 머리가 다른 개미보다 매우 크다. 큰머리 속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통 개미는 무는 힘이 강해 무는 근육이 크다. 그러나 이 개미는 무는 근육뿐 아니라 턱을 여는 근육도 비대했다. 연구자들은 좁은 터널 속에서 잘라낸 나뭇조각을 효과적으로 밀어내기 위해 턱을 여는 힘도 강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턱을 여는 근육이 강력하지 않다면 나무를 자른 뒤 뒤로 물러나서야 턱을 열 수 있어 굴을 파는 효율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논문을 적었다.

jaws_main.jpg »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턱 모습. 작고 원뿔형으로 뿌리 부근이 넓어 지렛대를 이용해 힘을 증폭하는 구조이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개미의 턱 2개는 짧고 원뿔형으로 밑부분이 넓다. 턱의 회전부위와 근육 연결부위 사이의 거리가 멀어 지렛대로 힘을 증폭하는 효과를 낸다. 

작지만 강력한 턱을 끊임없이 여닫으며 전진해 나가는 모습은 마치 전동 드릴 같다. 전동 드릴이나 굴삭기의 끝부분에는 마모를 막기 위해 특수강을 쓴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의 턱 끄트머리에 중금속인 아연이 다량 축적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키틴질에 중금속을 이용해 강도를 높인 예는 거미의 송곳니나 가위개미의 턱 등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이 개미의 다리도 특별하다. 근육으로 두툼한 다리는 몸에 밀착했고 가운데 다리는 아예 위로 들려진 형태이다. 좁은 굴속에서 굴착해 나갈 때 몸을 벽에 고정하기 위한 자세이다. 다리 끝의 커다란 발톱과 끝 마디의 빽빽한 강모는 몸을 벽에 고정하는 앵커 구실을 한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는 좁은 터널 속에서 굴 파기를 위해 적응한 나머지 평평한 밖에 내놓으면 전혀 걷지 못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물론 여왕개미는 비행과 나무 밖에서 걸어 다니는 능력을 간직한다.

a3.jpg »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다리 모습. 평평한 바닥에서는 걷지 못할 만큼 나무속 생활에 적응했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밖에 이 개미는 나무 속 생활을 위해 보행능력 상실 외에 침을 잃고 눈이 작아지는 등의 대가를 치렀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는 새로운 생태적 적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진화적 재설계가 일어나는 극단적 사례를 보여준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dam Khalife et al, Skeletomuscular adaptations of head and legs of Melissotarsus ants for tunnelling through living wood, Frontiers in Zoology (2018) 15:30 https://doi.org/10.1186/s12983-018-0277-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열파 5일 노출 딱정벌레, 정자 75% 감소열파 5일 노출 딱정벌레, 정자 75% 감소

    조홍섭 | 2018. 11. 16

    기후변화 위협 실험으로 증명…후대까지 영향 나타나도시 대기오염도 곤충 생장 억제, 식물 방어물질 증가기후변화로 폭염 사태가 세계적으로 잦아지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생물 다양성이 낮아지고 생물량이 줄어드는지는...

  • ‘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현상금’ 붙은 귀신고래, 연어 그물에 걸려 사라질라

    조홍섭 | 2018. 11. 15

    핵심 서식지 사할린 북동부에 대형 정치망 400틀 설치전체 200마리 “위험 매우 커”…19%가 한번 이상 그물 걸려 귀신고래는 이름만큼이나 이야기가 많이 얽혀있는 고래다. 무엇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8년 “사진으로 찍으면 500만원, 그물에...

  • 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5m 거대 철갑상어, 양쯔강서 댐 건설로 멸종 위기

    조홍섭 | 2018. 11. 13

    한국 등 동아시아 살던 세계 최대 철갑상어, 성체 156마리 남아유일 번식지 양쯔강 서식지 감소·수온 상승…“10∼20년 안 멸종”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민물고기는 잉어나 메기가 아니라 철갑상어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이 ...

  • 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북극이 도요새의 거대한 ‘덫’이 되고 있다

    조홍섭 | 2018. 11. 12

    70년 동안 둥지 포식률 3배 증가…수천㎞ 날아와 위험 자초하는 셈레밍 등 설치류 먹이 급감하자 여우 등 포식자, 새 둥지로 눈 돌려새만금 갯벌에서 볼 수 있던 넓적부리도요는 지구에 생존한 개체가 400마리 정도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 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개는 정말 말귀를 알아들을까

    조홍섭 | 2018. 11. 09

    단어 1천개 이상 구분하는 ‘천재’ 개도개 두뇌 연구 결과 단어 처리 뇌 영역 확인‘개는 나의 명령을 곧잘, 그것도 다른 개들보다 훨씬 잘 알아듣는다.’ 개 주인의 4분의 1은 자신의 반려견이 남의 개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다는 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