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굴착 기계로 진화한 아프리카 개미

조홍섭 2018. 09. 07
조회수 4829 추천수 1
큰머리에 근육, 턱 끝은 특수강, 다리는 고정 앵커
평지선 걷지 못해…나무 속 깍지벌레 기르며 진화

a4.jpg » 단단한 나무를 뚫기에 최적화한 몸으로 적응한 아프리카 개미. 턱과 머리, 다리가 극단적 적응의 사례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나무에 톱질해 본 사람은 생나무 자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마른 나무라면 나뭇조각이 톱날에 부서져 떨어져 나가지만 수분이 있는 나무는 탄력이 있어 쉽게 부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죽은 나무나 딱정벌레가 뚫어놓은 구멍을 이용하는 개미는 흔하지만 산 나무에 굴을 파고 사는 개미는 드물다.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에만 서식하는 멜리소타르수스(Melissotarsus) 속 개미는 그래서 특별하다.

a1.jpg » 산 나무껍질 밑에 굴을 파 살아가는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굴 모습. 나무껍질을 제거한 모습이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개미는 살아있는 나무의 나무껍질 밑에 기다란 굴을 판 뒤 이곳에 정착한 수천 마리의 깍지벌레와 공생한다. 깍지벌레로서는 삶터와 보호자를 얻는 것이고, 개미는 깍지벌레가 분비하는 왁스와 단백질을 먹고, 때로는 벌레 자체나 허물을 먹기도 한다. 개미가 젖소를 기르는 셈이다.

a2.jpg » 멜리소타르수스 개미가 깍지벌레 무리를 돌보고 있다. 이들은 나무속 생태계에서 공생하며 살아간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길이 2㎜의 작은 개미이지만 나무속에 살면 천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먼저 단단한 생나무를 뚫고 터널을 만들 수 있도록 몸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아담 칼리페 프랑스 소르본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엑스선 마이크로단층촬영 등 첨단 기법을 이용해 이 개미의 해부학적 비밀을 찾았다. 놀랍게도 이 개미는 극단적인 적응을 통해 ‘살아있는 굴착 기계’로 진화했음이 드러났다. 

이 개미는 머리가 다른 개미보다 매우 크다. 큰머리 속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통 개미는 무는 힘이 강해 무는 근육이 크다. 그러나 이 개미는 무는 근육뿐 아니라 턱을 여는 근육도 비대했다. 연구자들은 좁은 터널 속에서 잘라낸 나뭇조각을 효과적으로 밀어내기 위해 턱을 여는 힘도 강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턱을 여는 근육이 강력하지 않다면 나무를 자른 뒤 뒤로 물러나서야 턱을 열 수 있어 굴을 파는 효율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논문을 적었다.

jaws_main.jpg »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턱 모습. 작고 원뿔형으로 뿌리 부근이 넓어 지렛대를 이용해 힘을 증폭하는 구조이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개미의 턱 2개는 짧고 원뿔형으로 밑부분이 넓다. 턱의 회전부위와 근육 연결부위 사이의 거리가 멀어 지렛대로 힘을 증폭하는 효과를 낸다. 

작지만 강력한 턱을 끊임없이 여닫으며 전진해 나가는 모습은 마치 전동 드릴 같다. 전동 드릴이나 굴삭기의 끝부분에는 마모를 막기 위해 특수강을 쓴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의 턱 끄트머리에 중금속인 아연이 다량 축적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키틴질에 중금속을 이용해 강도를 높인 예는 거미의 송곳니나 가위개미의 턱 등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이 개미의 다리도 특별하다. 근육으로 두툼한 다리는 몸에 밀착했고 가운데 다리는 아예 위로 들려진 형태이다. 좁은 굴속에서 굴착해 나갈 때 몸을 벽에 고정하기 위한 자세이다. 다리 끝의 커다란 발톱과 끝 마디의 빽빽한 강모는 몸을 벽에 고정하는 앵커 구실을 한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는 좁은 터널 속에서 굴 파기를 위해 적응한 나머지 평평한 밖에 내놓으면 전혀 걷지 못한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물론 여왕개미는 비행과 나무 밖에서 걸어 다니는 능력을 간직한다.

a3.jpg » 멜리소타르수스 개미의 다리 모습. 평평한 바닥에서는 걷지 못할 만큼 나무속 생활에 적응했다. 칼리페 외 (2018) ‘동물학 최전선’ 제공.

이 밖에 이 개미는 나무 속 생활을 위해 보행능력 상실 외에 침을 잃고 눈이 작아지는 등의 대가를 치렀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는 새로운 생태적 적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진화적 재설계가 일어나는 극단적 사례를 보여준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동물학 최전선’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dam Khalife et al, Skeletomuscular adaptations of head and legs of Melissotarsus ants for tunnelling through living wood, Frontiers in Zoology (2018) 15:30 https://doi.org/10.1186/s12983-018-0277-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수컷 없이 번성하는 ‘아마조네스’ 물고기수컷 없이 번성하는 ‘아마조네스’ 물고기

    조홍섭 | 2018. 09. 21

    암컷끼리 살다 다른 종 수컷의 도움으로 단성생식아마존 몰리·붕어…정자의 자극만 받고 유전자는 파괴그리스 신화에 아마존(복수 아마조네스)이라는 여성으로만 이뤄진 부족이 나온다. 전쟁을 좋아하는 이들은 여자 아기의 오른쪽 가슴을 도려내 활쏘기...

  • 상아 속 ‘유전자 지문’으로 드러난 추악한 ‘밀렵-밀수 카르텔’상아 속 ‘유전자 지문’으로 드러난 추악한 ‘밀렵-밀수 카르텔’

    조홍섭 | 2018. 09. 21

    유전자 분석해 케냐·우간다·토고 등 3곳의 조직범죄단체 관여 확인코끼리 밀렵용 총알 한방에 25달러…밀수 카르텔이 밀렵꾼 지원1940년대까지 아프리카 대륙에는 최대 500만 마리의 아프리카코끼리가 어슬렁거렸다. 주로 상아(엄니)를 노린 밀렵 때문에...

  • ‘순한 청소동물’ 독수리는 왜 동료를 잡아먹었나‘순한 청소동물’ 독수리는 왜 동료를 잡아먹었나

    조홍섭 | 2018. 09. 20

    해남 금호호서 동종포식 장면 직접 목격, 환경생태학회 보고먹이 부족 추정되나 일반화는 곤란…먹이 주기 의존 대규모 월동 문제지난해 1월 17일 오후 3시께 강승구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전남 해남군 금호호 주변에서 겨울 철새를 조사하고 있었...

  • 근육 녹인 수분으로 알 낳는 건조지대 비단뱀근육 녹인 수분으로 알 낳는 건조지대 비단뱀

    조홍섭 | 2018. 09. 19

    새끼가 우기 태어나려면 건기 임신 불가피, 알 70%는 수분지방보다 근육에 수분 5배 포함…번식에 근육 분해 첫 사례. 자식 위해 모든 걸 다 하는 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동물들은 자식이 최적 조건일 때 태어나도록 최악...

  • 뇌 없는 식물서 신경계 비슷한 방어 시스템 확인뇌 없는 식물서 신경계 비슷한 방어 시스템 확인

    조홍섭 | 2018. 09. 16

    동물 흔한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가 칼슘이온 흐름 촉발초속 1밀리 속도로 신호 전달, 수분 뒤 먼 잎에 방어물질 생산식물은 다리가 없어 천적이 공격해도 도망칠 수 없다. 그러나 애벌레가 잎을 맛있게 물어뜯으면 곧 그 사실을 식물의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