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개발 부작용 걱정, 지역은 소멸 걱정

이수경 2019. 07. 15
조회수 11429 추천수 0
수도권 교통혼잡비용만 연 30조, 지역 읍면동 43%가 소멸 위험

03807351_P_0.jpg » 수도권의 교통 혼잡 비용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수도권이 개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동안 지역은 인구감소로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교통혼잡 모습.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2017년 현재 5136만명인 인구가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7년에는 1982년 수준인 3929만명에 이를 전망이다.1) 
 
그러나 외국에서 이주하는 인구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출생률에서 사망률을 뺀 인구의 자연감소는 2019년, 올해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일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출생률은 2018년 드디어 1명 미만인 0.98명으로 떨어지고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가면서 중위연령2)은 1976년 20세이던 것이 2014년 40세, 2057년 60세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마주한 줄어들고 늙어가는 쇠퇴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8년 우리나라는 소멸위험을 주의할 단계(소멸위험 지수 0.91)에 도달했으며,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32.9%인 89개 지역, 읍면동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43.4%, 1503개 지역에 달한다.3)(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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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이상호, 한국의 지방소멸 2018, 고용동향브리프 2018.07.
그림 1. 읍면동 기준 지방소멸위험 현황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가고 늙어간다고 모든 지역이 같은 속도로 늙어가고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비수도권이 소멸위험을 걱정하는 동안 수도권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 2017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경기가 나빠지고 일자리가 줄수록 인구는 점점 더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도권만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수도권 밀집이 심화하면서 수도권 밀집으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인구와 개발의 양극화, 지역소외와 같은 사회문제도 심각하지만, 인구와 개발 과밀이 불러온 환경문제 또한 심각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04929458_P_0.jpg » 인구 노령화 문제는 지역을 막론하고 심각하지만,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함께 진행되는 지역에서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한겨레 자료 사진

한국교통연구원이 공개한 ‘전국 교통 혼잡 비용 산출과 추이 분석’ 자료를 보면, 2012년 서울의 교통 혼잡 비용은 8조4000억원에 달했고 인천, 수원과 묶어 수도권의 혼잡 비용은 무려 17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전국 교통 혼잡 비용 30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수도권의 교통 혼잡 비용은 전국의 58%에 달한다.4)

이렇게 인구와 개발이 밀집한 수도권은 대기오염 개선과 환경 개선을 위해 막대한 과밀 비용을 해마다 큰 폭으로 늘려가며 지불하고 있다.(그림 2) 그런데도 수도권의 환경문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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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통계청, e-나라지표
그림 2. 교통 혼잡 비용 변화 추이

2019년부터 수도권에서는 노후 경유차의 운행이 제한된다. 서울에서 먼저 시작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건강이 위협받는 수준이 되자 수도권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서울에 수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경기와 충북이 수자원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재산권이 제한 당해도, 전기를 공급하느라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의 대기가 오염되어도, 폐기물을 처리하느라 인천이 매립장을 떠안아도, 환경은 어느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나라 공동의 소유라는 논리로 서울은 제 값을 치루지 않았다. 

06040018_P_0.jpg » 지난해 11월 서울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자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단속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그런데도 노후 경유차 오염이 문제가 되자 서울은 우선 서울 경계를 긋고 노후 경유차 오염이 그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 앞장 섰다. 개발과 사람과 자원을 먼저 챙겨 온 서울이 이제 개발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일마저 우선권을 가질 모양이다.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의 경제가 위축되면 지역 관리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인구가 줄면 지역 세입은 줄어들지만 지역 공무원의 수, 도로나 상하수도 관리에 드는 비용은 인구가 감소한다고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인구가 줄수록 인구 한명이 감당해야할 비용은 늘어난다. 

게다가 수도권에 비해 지역의 고령화가 더욱 빨리 진행하면서 복지부담은 늘고 있다. 가뜩이나 부실한 지역재정이 줄고 복지비용은 늘면 행정 운영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지자체의 운영경비가 줄면 비용은 늘고 관리는 소홀해지게 된다. 지역의 낙후가 가속되면서 세금은 느는데도 오히려 공공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1990년대부터 충청도 지하수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 사회문제가 되었다. 토양이 문제이기 때문에 유일한 해결책은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는 광역상수도를 공급하는 길 뿐이라는 것은 진작부터 알려졌다. 그런데도 충남도가 2020년에 광역상수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수 차례에 걸친 상수도 방사능 오염이 사건화 된 이후였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 광역상수도망을 깔고 보급하기에는 편익을 누리는 인구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서 행정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지역민은 지역을 떠나게 되고 줄어든 인구는 다시 지역을 쇠퇴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소멸해 가는 도시에서 환경관리를 기대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훼손된 자연은 방치되고 비어 가는 산업단지 관리에 드는 비용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오염된 토양도 지하수도 방치된다. 오염된 폐산업단지는 지역주민의 건강을 좀 먹는 골치덩이로 변하고 수거되지 못한 폐기물은 지역을 흉물스럽게 바꾸고 관리되지 못한 숲은 잦은 화재로 망가진다.

수도권은 인구가 과밀해져서, 지역은 인구가 빠져나가서 사람도 환경도 값을 치르게 된다. 이렇게 환경정책을 시행하는데 인구와 자원과 개발의 밀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05789014_P_0.jpg » 2017년 6월 19일 삼척석탄화력발전소건설반대범시민연대 등 강원 삼척지역 주민들이 청와대 인근 서울 신교동 푸르메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삼척 적노동에 계획된 포스파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나라는 산업과 도시를 집중 개발해서 고도성장을 이뤘다. 그러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처하느라, 늘 인구나 자원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과밀해서 생기는 문제에 비용과 정책이 집중됐다. 개발만 아니라 개발로 인한 환경문제조차 늘 수도권이 우선 관심대상이 되는 동안 지역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로 대도시 기피시설의 도피처가 되었다. 

자원과 사람만 몰려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환경도 자원과 사람이 몰리면 문제가 발생하고 그렇게 생긴 문제는 균형을 되찾기 전에는 악순환만 거듭할 뿐이다. 

균형발전은 개발의 혜택만 아니라 환경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문제건 모습은 양극화다.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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