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

조홍섭 2019.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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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유전자 분석 결과…지중해 기원, 통일신라 때 작물과 함께 와

b1.jpg » 세계에서 가장 흔한 나비인 배추흰나비는 인간활동과 함께 세계로 퍼져나간 대표적 침입종 생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배추흰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수도 많은 나비의 하나다. 생물 종으로 성공한 나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이기도 하다.

시민 과학의 힘을 빌려, 남극과 남아메리카를 뺀 세계의 모든 배추흰나비 서식지에서 표본을 받아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션 라이언 미국 테네시대 생태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10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배추흰나비가 먹이식물의 재배 등 인간활동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세계에 퍼져나갔다”며 “광범한 표본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나비의 기원과 확산 과정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배추흰나비의 애벌레인 배추벌레가 먹는 십자화과 식물인 배추, 갓, 순무, 브로콜리, 케일 등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재배한 주요한 작물이다. 이번 연구는 이들 작물과 함께 인류가 이동한 경로가 배추흰나비가 퍼져나간 경로와 일치한다는 것을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분석해 밝혔다.

b2.jpg » 배추흰나비가 기원지인 지중해 동부에서 세계로 퍼져나간 경로와 시기. 800년께 실크로드를 따라 동아시아에 왔다. 유럽에 간 배추흰나비는 사람의 이동을 따라 대서양을 건너 미국과 호주로 퍼져나갔다. 숀 라이언 외 (2019) ‘PNAS’ 제공.

연구자들은 1200년 전 인류가 양배추를 널리 재배하기 시작했을 무렵, 배추흰나비의 조상 종이 아시아 배추흰나비와 유럽 배추흰나비 아종으로 각각 독립적으로 나뉘어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는 유럽의 배추흰나비가 아시아 아종으로 분화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전 세계 배추흰나비의 기원지로 아시아와 유럽 아종의 접경지대인 지중해 동부를 꼽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연구에서 이곳의 유전 다양성이 가장 높게 나와 기존 이론을 뒷받침했다. 연구자들은 “1200년 전이란 시점은 양배추, 유채, 겨자 등 배추속 농작물이 다양하게 출현하고 실크로드 같은 교역 통로가 개발됐던 시기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로 온 배추흰나비는 300년 전 러시아 동부로 퍼졌다. 또 유럽 아종은 200년 전 북아프리카로 확산했고, 이어 1855년 미국 동부로 번졌다. 1860∼1880년 사이 철도 건설과 함께 미국 동부의 배추흰나비는 서부로 퍼졌고, 1897년엔 하와이에서 나풀거리는 배추흰나비가 처음 목격됐다.

배추흰나비의 여정은 태평양을 건너 계속돼, 1924년 뉴질랜드, 1932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침입했다. 이번 연구에서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로 퍼져 나간 배추흰나비는 유럽이 아니라 미국 서부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남극과 남아메리카를 뺀 지구의 모든 대륙에 배추흰나비가 산다.

James Lindsey_Pieris.rapae.caterpillar.jpg » 배추흰나비의 애벌레인 배추벌레. 사람의 주요 채소인 십자화과 식물을 먹는다. 제임스 린드세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는 세계 32개국에서 확보한 3000여 점의 배추흰나비 표본을 썼는데, 분석에 쓴 표본의 절반은 ‘배추흰나비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민이 직접 보내준 것이었다. 한국, 터키, 체코 등 5개국의 표본은 모두 시민이 보내온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시민 과학을 통해 수만 달러의 연구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며 “쉽게 식별과 운송이 가능한 생물 종을 대상으로 이런 방식을 응용해 침입종 연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배추흰나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유전 다양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병목 현상’을 겪었지만, 번성을 계속한 ‘침입종의 유전 역설’을 도드라지게 드러냈다”며 그 이유를 밝힐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ean F. Ryan et al, Global invasion history of the agricultural pest butterfly Pieris rapae revealed with genomics and citizen science, PNAS first published September 10, 2019 https://doi.org/10.1073/pnas.1907492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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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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