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표범은 왜 원숭이가 주식일까

조홍섭 2020. 01. 13
조회수 15433 추천수 0
놀라운 융통성…중형 발굽 동물 없자 소형 포유류로 먹이 대체

l1.jpg » 표범은 선호하는 중형 발굽 동물이 없으면 원숭이 등 소형 포유류로 대체한다. 나무에서 잠복해 원숭이를 사냥하거나 맹금류나 침팬지가 사냥하는 원숭이를 가로채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표범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고양잇과 맹수이다. 특히 아프리카표범은 열대우림부터 사막까지 다양한 곳에 살며 쥐, 새, 영양, 원숭이, 가축 등 92종의 동물을 먹이로 삼는다. 

그렇다고 표범이 기회가 되면 아무 동물이나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자는 아니다. 개체수가 많고 사냥이 쉬우며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임팔라, 부시벅, 다이커 등 중형 발굽 동물이 가장 선호하는 먹이이다. 특이하게, 영양보다 원숭이를 즐겨 사냥하는 표범 서식지가 발견됐다.

노부코 나카자와 일본 교토대 동물학자는 ‘아프리카 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탄자니아 마헤일 마운틴 국립공원의 표범 먹이를 조사한 결과 영장류가 54%를 차지해 발굽 동물보다 중요한 식량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표범은 침팬지를 포함해 적어도 5종의 영장류를 먹이로 삼았는데, 그 비중은 아프리카 다른 어느 표범 서식지보다 높았다. 나카자와는 “아프리카에서 원숭이가 표범의 주식인 곳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l2.jpg » 마헤일 마운틴 국립공원의 침팬지. 이곳의 표범과 함께 원숭이와 영양을 즐겨 사냥하지만, 표범의 밥이 되기도 한다. 카엘리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탕가니카 호숫가에 자리 잡은 마헤일 마운틴 국립공원은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유명한 곳으로, 30년 이상 엄격하게 보호됐다. 연구가 이뤄진 키소예 지역은 열대우림과 사바나의 중간으로 중형 발굽 동물은 적지만 표범은 많이 사는 곳이다.

사람의 사냥으로 큰 먹잇감이 사라진 것도 아니면서도 작은 먹이동물만 많은 지역에서 표범은 무얼 잡아먹고 살까. 연구는 표범 배설물 272개를 수거해 뼛조각과 털로부터 먹이동물을 알아내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예상대로 배설물에 들어있는 먹이동물의 84.7%가 몸무게 10㎏ 미만인 소형 포유류였다. 먹이 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동물은 블루다이커란 소형 영양으로 전체의 31.2%를 차지했고, 영장류인 붉은콜로부스가 29.2%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모든 먹이를 합친다면 영장류가 53.8%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발굽 동물이 39.6%, 설치류 5.8% 순이었다.

l3.jpg » 표범의 주요 먹이로 드러난 붉은콜로부스. 나무 위에 사는 원숭이이다. 올리비에 르제이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표범의 먹이동물 가운데 이 숲에 가장 많은 동물은 블루다이커와 함께 부시피그란 혹멧돼지인데, 종종 자신보다 덩치가 큰 멧돼지는 먹이의 극히 일부만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 숲의 표범은 왜 원숭이를 많이 잡아먹을까. 원숭이 밀도가 영양보다 높고, 사람 눈에도 띌 정도로 찾기 쉽다는 점이 한 가지 설명이다.

그렇다면 왜 붉은콜로부스나 붉은꼬리원숭이 등 주요 먹이는 모두 나무 위에 사는 종이고 땅에 사는 원숭이의 비중은 훨씬 낮을까. 나카자와는 맹금류가 나무 위에서 먹다 떨어뜨린 원숭이를 표범이 먹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Crowned_Eagle.jpg » 왕관수리가 원숭이를 잡아먹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예 맹금류의 먹이를 가로챘을 수도 있다. 이 숲에 사는 왕관수리는 나무에서 원숭이를 낚아챈 뒤 땅에 내려와 죽여 털을 뽑는다. 원숭이의 비명을 듣고 표범이 달려와 먹이를 가로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관찰 사례는 아직 없다.

또 다른 가설은 침팬지 먹이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이 지역 침팬지는 활발하게 붉은콜로부스를 사냥해 그 수는 연간 33마리에 이른다. 침팬지와 표범이 가장 즐겨 사냥하는 동물은 작은 영양과 원숭이로 동일하다. 

침팬지가 사냥하는 과정에 땅에 떨어진 원숭이를 표범이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침팬지가 잡은 원숭이를 표범이 빼앗을 가능성은 없다고 연구자는 밝혔다. 침팬지는 잡은 원숭이를 마지막 한 조각까지 동료와 나눠 먹으며, 표범 새끼가 침팬지의 밥이 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침팬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카자와는 아예 표범이 나무 위에서 원숭이를 사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키 큰 나무가 빽빽하게 이어져 수관을 형성한 열대우림과 달리 이 지역의 숲은 듬성듬성하고 키 작은 나무가 많아 원숭이가 재빨리 도망가기 쉽지 않다. 실제로 표범이 나뭇가지 위에 잠복해 원숭이를 노린 사례도 있다.

왜 이 지역 표범이 원숭이를 주식으로 삼는지는 이 모든 가능성이 검증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표범은 그 지역에 많고 쉽게 잡을 수 있는 먹이에 놀라운 적응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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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밀집한 인도의 대도시에서도 표범은 떠돌이 개 등을 잡아먹으며 너끈히 살아남는다(▶관련 기사: 어떤 공존, 인구 2천만 뭄바이에 표범 21마리 살아). 물론, 우리나라처럼 어느 한도를 넘으면 끈질긴 표범도 견디지 못한다(▶관련 기사: 한국 마지막 표범 뱀가게에 팔렸다).

나카자와는 “표범은 사람의 교란이나 서식지 파괴로 중형 포유류가 사라져도 소형 동물로 대체해 너끈히 살아간다”며 “이런 유연성 덕분에 표범은 모든 야생 고양잇과 동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넓은 범위에 분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용 저널: African Journal of Ecology, DOI: 10.1111/aje.1271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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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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