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외딴섬에 희귀 찌르레기 다 모였네

윤순영 2020. 0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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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서 잿빛쇠찌르레기와 북방쇠찌르레기 만난 행운


[기변환]YSY_7400_02.jpg » 잿빛쇠찌르레기.


5월 12일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해마다 기록되지 않는 희귀한 나그네새 잿빛찌르레기와 북방쇠찌르레기를 만났다. 군집성이 강한 찌르레기 울음소리를 듣고 살펴보았는데, 희귀한 찌르레기들이 섞여 있었다.처음 보는 마음이 설렜다. 그것도 두 종을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이었다. 특히 잿빛쇠찌르레기는 관찰하기가 어렵다.


[크기변환]YSY_0575.jpg » 나뭇가지에 내려 앉은 찌르레기 무리.


■ 잿빛쇠찌르레기


[크기변환]YSY_6209_01.jpg » 찌르레기 앞에 쟃빛쇠찌르레기가 앉아 있다. 찌르레기보다 몸집이 확연히 작다.


몸길이 24의 찌르레기보다 확실히 작았다. 찌르레기들이 나무에 앉아 있다가 주변을 한동안 살피더니 잔디밭으로 내려앉는다. 얼떨결에 찌르레기를 따라 잔디밭으로 내려온 잿빛쇠찌르레기는 편안하게 먹이를 먹지 못한다. 경계심이 강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행동하는 모습이 찌르레기와는 대조적이다. 찌르레기는 꼬리가 짧고 송곳 같은 가는 부리가 일직선이다. 긴 다리로 땅바닥을 걸어 다니며 곤충과 풀씨 열매 등을 먹는다. 그러나 잿빛찌르레기는 거의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것 같다.


[크기변환]YSY_6211_01.jpg » 찌르레기보다 앞서 가지 않고 조심성을 보이는 잿빛찌르레기.


특징적인 밝은 회색 눈의 홍채가 이채롭다. 희한하게도 희귀조류를 만나면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 희귀한 몸값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무리를 이룬 찌르레기 사이에 끼어 눈치를 살피며 행동하는 잿빛쇠찌르레기는 찌르레기가 자리를 뜨자 기다렸다는 듯 함께 자리를 뜬다. 번식지를 향해 가는 길을 바쁘게 재촉하는 것 같다.


[기변환]YSY_6213_01.jpg » 오른쪽 찌르레기 뒤에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잿빛쇠찌르레기.


새들은 혼자 남아 중간기착지에 더 머물 수도 있지만 이동 시기에는 움직일 때마다 위험이 도사린다. 군집 이동은 천적을 피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단독 이동은 위험한 여정이자 생명을 담보로 한다. 사냥에 나선 매가 먼저 무리를 분산시킨 뒤 무리에서 떨어진 새를 표적으로 삼는 이유다. 잿빛쇠찌르레기 수컷은 날개와 꼬리에 녹색 광택이 나는 검은 깃털을 가졌다.


[기변환]YSY_6214_01.jpg » 잿빛쇠찌르레기 회색 눈빛에 경계심이 가득하다.


어깨깃은 흰색이고 등과 가슴은 밝은 회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청회색이다. 수컷과 암컷은 비슷하다. 중국 남부와 베트남 북부에서 번식하고, 대만, 인도차이나반도, 말레이반도, 필리핀, 보르네오 북부에서 월동한다. 봄철에는 1959년 10월 부산에서 기록된 후 서해안 도서지역에서 매우 드물게 관찰된다.


■ 북방쇠찌르레기


[크기변환]YSY_6634.jpg » 뷱방쇠찌르레기.


북방쇠찌르레기는 1922년 설립된 서울 동대문구 홍릉 임업시험장 수목원 내에서 1956~1965년 사이에 150~200개체를 볼 수 있었던 여름철새였지만, 현재는 희귀조류가 되었다. 몸길이가 18㎝로 잿빛쇠찌르레기와 비슷한 크기다. 암수 모두 뒷머리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크기변환]YSY_6641.jpg » 북방쇠찌르레기가 주변을 살핀다. 머리 위에 검은점이 특징이다.


땅 위보다는 나무 위에서 생활하기를 좋아하며, 나무열매와 곤충의 성충과 유충을 먹는다. 수컷은 머리와 목, 배는 회색이고 허리는 연한 노란색이다. 날개와 등은 검은색이며 금속광택의 녹색빛이 난다. 꼬리는 자주색이지만 야외에서 검은색으로 보인다. 암컷은 등과 날개, 꼬리가 어두운 갈색이다. 몽골 동부와 러시아 남동부, 북한과 중국 중부에서 번식한다.


[크기변환]YSY_9030.jpg » 열매를 따먹는 북방쇠찌르레기.


[크기변환]YSY_9033.jpg » 풍족한 열매가 북방찌르레기를 만족스롭게 한다.


번식기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하지만, 번식 후에는 가족들이 모인 큰 무리를 형성하여 생활한다. 중국 남부, 안다만제도, 말레이반도, 수마트라, 자바에서 월동한다. 잿빛쇠찌르레기와 북방쇠찌르레기는 이동시기가 같아 봄철에는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가을철에는 9월 하순부터 10월 초순 사이에 매우 드물게 관찰되기도 한다.


[크기변환]YSY_9116.jpg » 호기심이 많은 북방쇠찌르레기.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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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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