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한 통가의 거대 비둘기는 ‘제2의 도도'였다

조홍섭 2020.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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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오리 크기로 테니스공만 한 열매 삼켜…사람 도착한 뒤 멸종


p1.jpg » 멸종한 통가의 거대 비둘기 상상도(오른쪽). 열대림 숲 지붕에 살면서 큰 열매를 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니엘 바이엘리 제공.

남태평양의 섬들은 세계 야생 비둘기의 보고이다. 크고 작은 섬의 열대림에 50g이 안 되는 미니 비둘기부터 칠면조 크기의 거대 비둘기까지 92종이 산다.


그러나 사람이 출현하기 전 이 섬에는 훨씬 다양한 비둘기가 살았다. 최근 통가 제도에서 발견된 거대 비둘기의 뼈도 원주민 도착 이후 짧은 시일 안에 멸종한 또 다른 ‘도도’가 살았음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스테드먼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은 통가에서 발굴한 뼈를 바탕으로 새로운 속의 거대 비둘기(통고에나스 브를레이)가 이 제도에 살았다고 과학저널 ‘주택사’ 최근호에 밝혔다. 집비둘기보다 5배 큰 이 비둘기는 나무 위에 살면서 테니스공만 한 열매를 삼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열대림의 숲 지붕(수관)에 살던 이 비둘기는 망고, 과바, 멀구슬나무 등과 함께 공진화하면서 이들 나무의 씨앗을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중요한 ‘숲의 경작자’ 구실을 했을 것이다.


p2.jpg » 통가 제도의 위치. 뉴기니와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의 작은 섬들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야생 비둘기가 분포하는 곳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스테드먼은 “섬의 일부 나무는 이 거대 비둘기가 삼켜 씨앗을 퍼뜨리도록 더 크고 먹음직한 쪽으로 진화했음이 분명하다”며 “열매를 먹는 비둘기 가운데 최대인 이 새는 다른 비둘기보다 큰 열매를 삼켰기 때문에 (열매와 새의 크기가 함께 커지는) 공진화가 극단으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뼈의 크기를 바탕으로 이 비둘기의 크기를 꼬리를 뺀 길이 약 50㎝, 무게는 집비둘기의 5배 이상으로 큰 오리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 거대 비둘기는 같은 비둘기의 일종인 도도처럼 사람이 섬에 들어오자 오래지 않아 멸종했다.


p3.jpg » 통가에서 발견된 거대 비둘기의 다리뼈(오른쪽 끝). 나무 위에 사는 다른 비둘기의 다리뼈와 크기가 비교된다. 로즈 로버츠, 플로리다 박물관 제공.

남태평양에 비둘기가 퍼져 다양한 종으로 분화한 것은 3000만∼4000만년 전이다. 통가에서 이 거대 비둘기는 적어도 6만년 전까지 살았다. 이곳엔 애초 원숭이 등 영장류와 개, 고양이, 족제비, 매, 올빼미 등 포식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비둘기 종은 새 환경에 적응해 몸집을 불렸다.


멸종의 상징이 된 모리셔스 섬의 도도도 포식자 없는 환경에서 키 1m, 무게 18㎏까지 몸집을 키웠지만 1698년 네덜란드 선원에 의해 처음 알려진 뒤 반세기 만에 멸종했다.


p4.jpg » 영국 옥스포드대 자연사박물관의 도도 표본. 비둘기목의 날지 못하는 새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도가 육상 생활에 적응해 비행을 포기했지만 통가의 거대 비둘기는 숲 지붕에서 먹이를 찾으면서 비행 능력은 유지했다. 그러나 약 2850년 전 사람이 처음 이 섬에 도착한 뒤 1∼2세기 안에 통가의 거대 비둘기는 남획으로 사라졌다.


거대 비둘기의 뼈는 통가 제도의 크고 작은 섬에서 두루 발견돼 인근 피지와 사모아에도 분포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비행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씨앗 전파자가 사라지면서 비둘기에 적응해 진화한 토종 나무들의 장기적 생존도 불투명해졌다.


p5.jpg » 통가 제도의 누쿠 섬. 거대 비둘기가 열매를 삼켜 씨앗을 퍼뜨리던 나무의 장기적 생존이 위태롭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에 참여한 우나 타카노 미국 뉴멕시코대 박사과정생은 “이 비둘기는 씨앗을 다른 섬에 나르는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를 했다”며 “이제 살아남은 다른 비둘기는 나무의 큰 열매를 삼키기엔 너무 작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큰 열매를 맺는 나무는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도착한 직후 멸종한 대형 비둘기 사례로는 도도 이외에도 2001년 피지에서 발견된 도도보다 큰 날지 못하는 비둘기가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대형 비둘기를 사냥한 사람의 영향은 통가에 처음 사람이 왔을 때 9종이던 비둘기가 현재 4종으로 줄어든 데서도 알 수 있다.


p6.jpg » 뉴기니 북서부에 서식하는 세계 최대의 열매 먹는 비둘기인 서부왕관비둘기. 몸무게가 2∼3㎏이고 깃털이 화려하다. 통가의 거대 비둘기도 숲 지붕에 살았기 때문에 이 비둘기처럼 화려한 깃털이 났을지 모른다. 구나와 카르타프라나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용 저널: Zootaxa, DOI: 10.11646/zootaxa.4810.3.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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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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