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보다 학습, 갑오징어는 경험으로 배운다

조홍섭 2021. 01. 04
조회수 18349 추천수 0
먹이 양 적더라도 ‘확실한 보상’ 선택…개 뺨치는 학습능력
‘더 많은 게 좋다’ 본능 학습으로 이겨…무척추동물 중 두뇌 가장 크고 복잡

c1.jpg » 문어나 오징어와 마찬가지로 머리에 다리가 달린 두족류인 갑오징어는 순식간에 피부 색깔과 무늬를 바꾸어 사냥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생각하는 능력도 확인됐다. 한스 힐러베르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어나 낙지와 함께 두족류에 속하는 갑오징어는 위장술과 사냥 솜씨가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갑오징어가 신체능력뿐 아니라 사고력도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개에게 큰 먹이와 작은 먹이를 나란히 놓으면 당연히 큰 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주인이 작은 먹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면 개는 직관을 무릅쓰고 사람이 선호하는 작은 먹이를 택한다(▶소시지 8개 든 접시와 1개 든 접시, 개는 무얼 고를까).

이 실험은 개의 소통능력과 함께 인지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만 칭화대 연구자들은 갑오징어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c2.jpg » 갑오징어가 2개의 기다린 촉수를 뻗어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 8개의 짧은 다리가 있다. 주로 게, 새우, 물고기 등을 사냥한다. 실케 바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먼저 사전 실험으로 두 개의 수조에 각각 새우 1마리와 2마리를 넣고 갑오징어가 선택하도록 했다. 당연히 갑오징어는 새우가 더 많은 수조를 선호했다.

이번에는 두 개의 수조 가운데 하나에는 새우 1마리를 다른 하나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갑오징어에 선택하도록 했다. 새우 1마리 든 수조를 택한 갑오징어에게는 그 자리에서 새우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그보다 작은 새우 한 마리를 보상으로 주었다. 새우 1마리가 든 수조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이런 보상을 잇달아 6번 받은 뒤 갑오징어에게 본 실험을 했다. 각각 새우 1마리와 2마리가 든 수조를 앞에 놓고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보았다. 놀랍게도 훨씬 많은 갑오징어가 앞서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처럼 직관과 달리 새우가 1마리만 든 수조를 택했다.

c3.jpg » 갑오징어는 경험으로 배운 상대적 가치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실험에 쓰인 파라오 갑오징어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사전 실험에서 새우 1마리보다 2마리를 택한 갑오징어가 많았던 데서 더 많은 양의 먹이를 선호하는 본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새우 1마리 수조’의 특별한 가치를 배운 뒤 한 본 실험에서는 더 적은 먹이를 선호해 새우가 2마리 든 수조보다는 1마리가 든 수조를 택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갑오징어가 앞서 경험으로 배운 상대적 가치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학습효과는 꽤 오래가 1시간 뒤에까지 이어졌다. 또 보상으로 잇달아 먹은 새우로 배가 불러 적은 먹이를 선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습 과정 없이 작은 새우 6마리를 먹게 한 뒤 새우 1마리와 2마리 수조 가운데 고르는 실험을 했는데 대부분 2마리 쪽을 선택했다. 

연구자들은 이전에도 갑오징어가 두뇌를 사용하는 복잡한 동물임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배고픈 갑오징어와 배부른 갑오징어에게 각각 작은 새우 2마리와 큰 새우 1마리가 든 수조를 놓고 선택하게 했다.

그랬더니 배고픈 갑오징어는 놓치면 아무것도 먹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고 큰 새우 사냥에 나섰다. 반면 배부른 갑오징어는 놓쳐도 다른 한 마리가 있는 작은 새우를 골랐다. 연구자들은 “갑오징어의 이런 선택은 사람이 금융 관련 결정을 할 때 배고플 때는 위험 감수, 배부를 때는 위험 회피 성향을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c4.jpg » 갑오징어는 현란한 색깔과 무늬로 사냥과 소통을 한다. 파동처럼 바뀌는 무늬를 두고 일부에선 먹이에 최면을 건다고 주장한다. 보라 존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갑오징어는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크고 복잡한 두뇌를 지니고 있으며 1초 안에 피부색과 무늬를 바꿔 위장과 소통을 한다. 게 등 먹이 앞에서 피부의 무늬를 연속적으로 파동처럼 바꿔 다이버들 사이에선 ‘최면을 건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파동으로 접근을 위장하거나 먹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몸속에 부력을 조절하는 끝이 뾰족한 타원형 뼈가 들어있는 것이 특징이며 수명은 1∼2년이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실렸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0160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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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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