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하루 15번까지 진흙탕 목욕 즐긴다

조홍섭 2011. 05. 03
조회수 32486 추천수 0
 
 끝나면 몸단장…덴마크 ‘동물복지’로 적극 도입
 체온 조절하고 부상 치료, 기생충 제거 등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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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진흙탕 목욕을 좋아한다. 멧돼지는 늘 다니는 길의 물웅덩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뒹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본능을 잊지 못한 밀식 사육장의 돼지는 자기 배설물 위에라도 몸을 눕힌다.

 
돼지의 진흙 목욕은 단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몸속에 각인된 행동으로서 동물복지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마크 브라케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 및 연구센터의 가축 연구자는 최근 국제학술지 <응용 동물 행동 과학>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서 돼지의 진흙 목욕 행동에 관한 66편의 과거 연구를 검토했다.

 
 땀샘 적은 진화론적 뿌리

 
그의 연구는 “진흙 목욕이 돼지에게서 흔히 보이는 행동이고 현재의 사육시스템이 거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데도 동물복지 관점에서 거의 관심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진흙 수렁이 있는 곳에서 돼지는 하루에 최고 15번까지 1~9분 동안 목욕을 즐긴다. 수렁 속에 몸을 굴리면서 진흙을 묻힌다. 목욕 뒤에는 마른 진흙을 털어내는 몸단장을 한다.

 
이 논문은 돼지가 진흙 목욕을 즐기는 데는 진화론적 뿌리가 있다고 보았다. 돼지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하마, 물소, 고래는 모두 진흙 목욕을 좋아한다. 이들은 몸에 털이 적고 땀샘이 발달하지 않았다. 물소의 땀샘 밀도는 보통 소의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북극에 사는 흰돌고래도 자갈이 깔린 얕은 바다에서 진흙 목욕 비슷한 행동을 통해 낡은 피부를 벗겨내는 행동을 한다.

 
그렇다면 돼지는 왜 진흙 목욕을 할까. 브라케 박사는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체온조절, 해충 퇴치, 피부 관리, 성적 행동 등에서 동기를 찾았다.

 
이 가운데 과학적으로 인정받는 동기는 체온조절이다. 돼지의 몸은 쉽게 과열된다. 지방층이 단열재 구실을 하는데다 땀샘도 적고 몸이 통 모양이어서 체중당 표면적도 작다.

 
게다가 하루에 1㎏씩 자라는 빠른 성장속도도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돼지는 진흙 수렁이 없으면 제 배설물에라도 몸을 적시려고 한다.

 
진흙 목욕은 체온을 2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또 몸에 들러붙은 진흙이 약 2시간에 걸쳐 서서히 마르면서 증발열을 빼앗아가, 피부에 바른 물이 마르는 15분보다 체온감소 효과가 오래 동안 지속된다.

 
정량적 증거가 부족하지만 체온조절 이외의 목욕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멧돼지는 진흙 목욕을 통해 부상을 치료하며 햇빛의 자외선 차단, 진드기 등 기생충 제거, 냄새 확산을 통한 영역 확보 등이 그런 효과이다. 실제로 돼지는 체온조절이 필요없는 추운 날에도 기꺼이 진흙 목욕을 한다.

 
 가장 큰 동기는 “좋으니까”

 
브라케 박사는 돼지의 진흙 목욕 같은 복잡한 행동을 과학자들이 충분히 이해했다고 속단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는 “진흙목욕을 대신할 냉방 시설과 해충 제거 처방을 ‘해결책’으로 내놓는 것은 과거 영양식을 공급함으로써 동물들의 먹이를 찾는 행동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닭이 동료의 꽁무니를 심하게 쪼거나 돼지가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잘못된 판단의 결과였다.

 
이 논문은 무엇보다 진흙 목욕이 돼지이기 때문에 그저 좋아서 하는 행동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닭이 땅을 헤집으며 모이를 찾고 모래로 목욕하는 것은 가장 닭 다운 행동인 것처럼 진흙 목욕은 가장 돼지다운 행동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 행동은 적극적 동물복지의 대상이 된다.

 
지은이는 “사람이 수영하고 목욕하는 행동을 동물학자가 분석한다면 돼지와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수영을 하는 행동이 몸을 깨끗이 하는 효과가 있고, 더운 날일수록 자주 한다는 등의 분석 결과가 나오겠지만,  실제로 수영의 가장 큰 동기는 즐거움일 것이다.

 
브라케 박사는 “행복한 돼지는 더럽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진흙 목욕은 돼지의 괜찮은 삶에 중요한 요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축산 선진국에선 돼지의 진흙 목욕을 동물복지의 하나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 덴마크는 2000년부터 돈사를 설계할 때 체온조절을 위해 샤워시설이나 진흙 수렁을 제공해야 하며, 돼지가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짚, 건초, 나무 조각 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돼지고기 수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세계적 돼지고기 생산국이면서도 1998년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고 돼지 사육농가에서 돼지분뇨의 4분의 3을 반드시 거름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 유럽연합보다도 강력한 환경규제와 동물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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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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