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는 왜 가짜 알을 품게 됐나
▲나무로 만든 알을 둥지에 놓고 있는 황새복원센터의 황새 부부.
충북 청원군 한국황새복원센터에 있는 황새(천연기념물 199호)들은 지난달 말부터 ‘가짜 알’을 품고 있다. 이곳의 직원들은 황새가 ‘진짜 알’을 낳자마자 나무를 깎아 만든 알로 슬쩍 바꿔치기를 한다. 진짜 알이 냉동실에 보관돼 있는 줄 모르는 황새는 가짜 알을 애지중지 품는다.
가짜 알은 둥글게 깎은 마른 소나무에 하얀 페인트를 칠해 만든다. 30일이 지나도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황새는 둥지에서 알을 바깥으로 굴려 떨어뜨린다. 부화를 포기하는 것이다. 황새복원센터가 가짜 알을 넣어주는 이유는, 황새가 그거라도 품지 않으면 알을 계속 낳게 되고, 황새 수가 늘어나면 먹여 살릴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황새복원센터의 황새들. 예산 사정이 나쁘지 않았던 2009년 모습이다.
전갱이를 주로 먹는 ‘어른 황새’ 95마리는 이달 초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단식’도 시작했다. 일요일 끼니를 거르는 것이다. 새끼 21마리의 먹이도 비싼 미꾸라지에서 햇병아리 수컷으로 바꿨다. 이처럼 황새들이 때아닌 ‘내핍 체제’에 들어간 이유는 올해 들어 황새복원센터 지원예산이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농촌에서 붕어와 미꾸라지, 지렁이를 잡아먹고 살던 황새는 농약 탓에 급격히 수가 줄더니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발견된 것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황새복원센터는 1996년 러시아 아무르 지역에서 야생 황새 2마리를 들여와 증식·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해마다 문화재청에서 사육시설 관리 및 먹이 구입·방역 비용으로 1억원을, 환경부에선 차세대 환경기술사업이나 ‘서식지 외 보전기관’ 지원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올해 환경부 예산 1억원이 책정되지 않자, 센터는 번식 억제와 절식이란 고육책을 택한 것이다. 박시룡 황새복원센터 소장(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은 10일 “한해 먹이 값만 2억원이나 돼 어쩔 수 없이 증식 억제와 먹이 줄이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예산이 중복 지원돼, 서식지 외 보전기관 지원 순위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산양·황새 등 야생 동식물 35종의 증식·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이냐 아니냐에 따라 동물이 받는 대우도 달라진다. 출산부터 겨울잠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적 관심사인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한해 받는 돈은 15억원에 이른다. 반면 황새는 매년 2억원가량을 받다가 올해 1억원으로 절반이 줄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보호 의식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에게 친숙한 포유류 중심으로 우선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한국황새복원센터 제공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