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는 모래 강의 가치

조홍섭 2011.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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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와 가뭄 충격 줄여줘…4대강 사업은 물 저장고 없애는 셈
유럽·일본 어디에도 없는 천혜의 강…“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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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를 흐르는 센강. 한강과 유역면적은 비슷하지만 폭은 훨씬 좁다.

 

 

 
벼르던 유럽 여행길에서 실망감을 안겨주는 곳이 있다면, 바로 유명한 센강, 라인강, 템스강일 것이다. 강변의 운치와 유람선이야 나무랄 것 없지만, 강 자체는 별 감동을 주지 못한다.

 
무엇보다 강폭이 좁고 그 위에 걸린 다리도 걸어서 건널 만한 크기이다. 한강의 다리는 센강의 다리에 견주면 10배는 길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도 유럽의 강은 우리가 따라야 할 모델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전문가들이 뻔질나게 유럽의 강들을 견학한 뒤 우리의 강을 유럽식으로 개조하는 4대강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강과 우리 강은 기후 환경, 유역의 암석 풍화, 지질구조 등에서 전혀 다르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모래톱이 발달한 우리 강의 특징은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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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회룡포. 모래 강의 대표적 모습이다. 사진=남준기

 



강바닥과 강변에 모래가 많이 깔린 우리 강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정서적 가치뿐 아니라 홍수와 가뭄 충격을 줄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경섭 한국교원대 교수(지형학)는 11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 세미나에서 모래톱이 하천 의 유량변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모래는 다른 퇴적물과 달리 홍수로 물이 불으면 제일 먼저 쓸려 내려가 물길을 터 준다. 반대로 유량이 줄어들면 입자가 큰 모래가 먼저 퇴적해 물길을 막기 때문에 물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춘다.
 


이처럼 모래는 통수력과 보수력을 적절히 조절해 강의 동적 평형을 이루는 주인공이다. 오 교수는 정부가 이런 기능에 눈감고 모래를 강의 흐름을 가로막는 ‘누런 기름층’ 또는 ‘동맥경화’라며 대대적으로 쳐내고 있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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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이포나루의 강변 모습

 



갈수기 때 유량이 적어 강바닥을 드러내는 현상도 정부가 모래 준설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세운 이유였다. 그러나 오 교수는 “갈수기 때 모래톱의 역할은 더욱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는 모래 강 밑에는 더 큰 강이 서서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는 빈 틈이 많아, 모래층의 약 40~50%는 빈 공간이다. 모래 강에서 이 공간은 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만일 6억㎥의 모래를 퍼낸다면 약 3억㎥ 분량의 모래 틈 물도 함께 잃게 된다. 모래 속 물은 정화된 물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은 6억㎥ 크기의 썩기 쉬운 물을 얻자고 3억㎥의 깨끗한 물을 포기하는 사업인 셈이다.
 


모래강의 빈 틈에는 미생물이 번식해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자정작용을 한다. 낙동강 지류인 금호강에서 3급수의 물이 대량으로 흘러들어도 10여㎞ 하류에 가면 다시 1급수로 회복하는 까닭은 바로 모래강의 자정작용 덕분이다.
 

 

낙동강 지류 내성천 모래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_석영과 달리 사장석과 흑운모에는 빈 틈이 많아 미생물의 자정작용 공간을 마련해 준다_정기영 교수 제공.JPG

▲낙동강 지류 내성천 모래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석영과 달리 사장석과 흑운모에는 빈 틈이 많아 미생물의 자정작용 공간을 마련해 준다. 정기영 교수 제공

 



화강암이 풍화해 만들어지는 모래에는 미생물이 안착할 미세한 틈새가 많다. 안동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정기영 교수 (광물학)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의 모래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모래를 구성하는 석영, 칼륨 장석, 사장석, 흑운모 가운데 사장석과 흑운모가 특히 풍화에 약해 먼저 떨어져 나간 틈새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유럽의 강과는 달리 우리 강에는 모래가 많은 걸까.
 

오 교수는 먼저 여름과 겨울 큰 기온 차로 인한 풍화조건을 들었다. 얼었다 녹았다 하는 풍화작용이 우리나라에선 매우 활발해 바위가 쉽사리 쪼개져 모래가 된다.
 

우리나라에선 중생대 때 활발한 지각변동의 결과 화강암이 광범위하게 지표에 분포하게 된 지질학적 조건도 모래 형성에 좋은 조건이 됐다. 화강암의 구성성분 가운데 석영은 단단해 풍화되더라도 모래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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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분포도

 

 

 
유럽에 많은 석회암과 편암은 풍화되면 모래가 아니라 점토와 같은 미세입자가 돼 버린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의 평야 지대에는 풍화된 화강암이 6~7m 깊이로 쌓여있는 곳이 많아 막대한 모래 공급지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굽이치는 곡류가 많은 우리 강은 모래가 쓸려 내려가다 퇴적하는 ‘병목구간’을 다수 형성해 모래가 강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해준다. 오 교수는 유럽의 강들이 알프스의 산악 지대를 지나면 평야지대를 흐르는데 견줘 우리 강은 복잡한 지층의 균열과 단층선을 따라 산지를 관통해 휘도는 곡류가 많아 모래톱과 강변습지 형성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결국 유럽의 기후와 지형에서 형성된 강은 유럽의 강이고 우리 환경에서 탄생한 우리 모래 강은 전혀 다른 강이란 얘기다. 오 교수는 “이런 독특한 모래 강은 유럽과 일본 어디서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기영 교수는 “낙동강의 모래사장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만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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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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