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열로 물 데우는 수영장, 으스스?

조홍섭 2011. 02. 24
조회수 35538 추천수 0
   영국 소도시 전면적인 활용 계획에 시끌
 “주검을 연료로 쓰느냐는 정서적 거부감”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장장의 폐열로 마을 수영장 물을 데우려는 곳이 있다.


영국 버밍햄에서 24㎞ 남쪽에 위치한 인구 8만의 소도시 레디치 시에서 이런 사업계획을 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화장장에서 주검을 태울 때 발생한 폐열을 부분적으로 냉난방에 이용하는 곳은 있지만 이곳처럼 전면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풀장 난방비 절반 가까이 절약

 
레디치 시가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유럽연합의 규제에 맞춰 기존 화장장의 배기가스에서 수은을 제거하는 보수공사를 하게 된 것이었다. 충치 충진재로 쓰이는 아말감은 수은 화합물이다.


이를 위해서는 800도인 화장장의 배기가스 온도를 150도로 낮춰야 하는데, 공중에 날아가는 이 폐열을 인근에 위치한 체육관의 수영장 물을 데우는 데 활용하자는 것이다.


레디치 시는 홈페이지(redditch.whub.org.uk)에서 “이 사업이 영국은 물론 국제적으로 보도되면서 이메일과 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대다수는 사업에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시는 이어 “이 사업은 기후변화, 화석연료 의존,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시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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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의업에 종사하는 지역주민 시몬 토머스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에서 비롯된 열로 데워진 수영장에서 얼마나 편안함을 느낄지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론 좀 이상하고 오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 7일 시의회를 열어 이 사업을 통과시키고 올 여름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사업계획안을 보면, 화장장의 폐열을 풀장을 데우는 데 쓰면 하루 280㎾h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데, 이는 풀장 난방비의 42%를 차지한다. 이런 에너지 절약으로 화장장 개수 공사비를 4년 만에 회수할 수 있다.


시는 풀장의 물을 데우는 것은 화장장 열뿐으로 배기가스와 수영장 물이 직접 접촉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검을 연료로 쓰느냐는 정서적 거부감”

 
한편, 지난해 2월 착공한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서울추모공원도 화장장의 폐열을 화장장 건물 냉·난방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장장 소각로의 열을 화장장 이외의 곳에서 이용하는 사례는 국내에 없다.
임종준 서울시립승화원 기계 담당 직원은 “주검을 연료로 쓰느데 대해 정서적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장에서는 도시가스를 연료로 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지방 등이 연료 구실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도시가스만 땔 때 소각로의 온도는 900도 이상 오르지 않지만 시신을 넣으면 보통 1200~1300도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이런 미묘한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화장장의 배기가스는 대기환경보전법의 적용을 받을 뿐 일반 소각로처럼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사람의 주검을 폐기물로 다루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화장장의 폐열이 연속적으로 나오지 않고 밤에는 가동을 하지 않아, 열을 이용하려면 축열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도 폐열 이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에선 이 문제를 풀장의 물을 데우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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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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