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식탁은 이미 안녕하지 않다

조홍섭 2011. 02. 08
조회수 14394 추천수 0
40년 뒤 인구 90억…기후변화로 식량 거품 예고
한국도 세계화 휩쓸려 식량 자급률 27%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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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식탁은 풍성했다. 떡국, 갈비찜, 잡채, 전…. 하지만 떡국이 갈비찜보다 칼로리가 높고 이를 상쇄하려면 3시간 반쯤 걸어야 한다는 등의 ‘설 음식 괴담’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에 떠돌아서인지, 떡국을 더 청한 건 나이 든 어른들뿐이었다. 정작 걱정되는 건, 칼로리가 아니라 이런 풍요로운 식탁이 얼마나 계속될지이다.
 

풍성한 설 밥상, 빈약한 한국산
 
밥상에 오른 떡국과 잡채의 원산지를 따져 보았다. 국산은 쌀과 달걀, 그리고 피망, 오이, 고추 등 채소 정도였다. 쇠고기는 호주, 당면과 표고버섯은 중국, 참기름은 인도에서 왔다.
지난해 배추파동처럼 내 나라 식량도 확실치 않은 세상이지만 수입식품 의존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실제로 국산 음식에서 얻는 칼로리를 가리키는 ‘칼로리 자급률’은 2008년 4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쌀이 남아돈다고 식량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실제로 국민 한 사람이 연간 쌀 한 가마니에도 못 미치는 70㎏의 쌀만을 소비할 정도로 우리의 식량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졌다. 1970년대엔 1인당 쌀 130㎏을 먹었다.

식량문제의 심각성은 몇 가지 통계만 봐도 분명하다. 전체 식량 소비량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된 식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가리키는 식량자급률은 1970년 81%에서 90년 43%, 현재는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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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이 사람보다 곡물 더 많이 먹어

이처럼 자급률이 낮아진 데는 가축 사료 수입이 한몫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축이 사람보다 곡물을 더 많이 먹는다. 연간 곡물 소비량 2000만t 가운데 47%가 가축 사료용이고, 사람이 직접 소비하는 것은 29%에 불과하다. 1970년에 견줘 곡물 소비량 가운데 사람이 먹은 양은 16.5% 감소했지만 가축 사료는 15배나 늘었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명절에만 구경할 수 있던 고기를 늘 먹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사료용을 빼더라도 식량용 곡물 자급률은 51.7%로 절반을 겨우 넘어선다. 주곡인 쌀이 94.3%(의무수입 때문에 100%가 아니다)인 반면, 밀 0.5%, 옥수수 4.9%, 콩류 29.5%에 그친다. 최악의 상황에서 단백질원인 콩의 자급률은 1970년까지 86%였다.

 
식량은 석유만큼이나 세계화돼 있다. 폴 크루그만 프린스턴 대 교수는 식량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값싼 식품은 값싼 석유처럼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썼다. 게다가 기후변화는 식량위기의 휘발성을 증폭시킨다.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출간한 책 <벼랑 끝의 세계>에서 “식량위기가 문명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 주요 곡창에서 최악의 흉작이 발생한다면 ‘식량 거품’이 터질 것이라며, 이상기후-대흉작-주요 식량생산국의 수출 중지-가격폭등의 연쇄반응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에 산불과 가뭄을 불러온 이상기후 탓에 밀 수확량이 40%나 줄었고, 러시아 정부는 밀 수출을 금지시켰고 국제 밀 가격은 폭등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는 기상청 표현대로 ‘이상기후 종합선물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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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명은 과잉 섭취, 20억 명은 과부족
 
이런 경고가 환경운동가들만의 목소리는 아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발간한 <식량과 농업의 미래> 보고서에서 “앞으로 20~40년에 걸쳐 식량의 수요, 생산, 분배에 영향을 끼칠 여러 요인이 한데 모이는 역사상 보기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식량위기를 부르는 요인으로 기후변화, 인구 증가, 물과 에너지 자원 고갈, 소비 증가 등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특히 대중의 반대가 극심한 유전자재조합 농작물, 복제 가축, 나노기술 등의 신기술을 검토 대상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고 밝혀, 식량위기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대처해야 할 심각한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세계 인구는 70억에 육박하고 2050년이면 90억에 이르게 된다. 식량과 관련해 세계는 이미 안녕하지 않다. 10억 명은 음식물이 부족한 ‘양적 굶주림’에, 10억 명은 영양분이 부족한 ‘질적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또다른 10억 명은 식품 과잉섭취로 만성질환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불공평한 세상에서 이상기후와 에너지·물 고갈 등 지구환경 문제를 이겨내고 90억 명을 고루 지속가능하게 먹일 수 있을까. 식량문제는 지구촌 최대의 고민이자, 세계화의 격랑에 몸을 내맡긴 우리의 현안이기도 하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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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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