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가을에 쉽게 들을 수 있는 왕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65살 이상의노인들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인지 능력을 높이며 정신 건강을 개선한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에서 심리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사용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제런톨로지>(노인병학)에 실렸다고 전했다.
농진청은 65살 이상의 노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왕귀뚜라미를 2달 동안 키우게 하고, 다른 그룹은 키우지 않게 했다. 그 결과, 귀뚜라미를 키운 그룹은 우울증 지수가 낮아지고 인지 기능 지수는 높아지고 정신적 삶의 질(건강) 지수가 높아졌다. 그러나 키우지 않은 그룹은 변화가 없었다. 또 자기공명영상으로 이들 두 그룹의 뇌를 찍어보니 키운 그룹에서 뇌 활성도와 임무 수행 정확도가 모두 높아졌다.
왕귀뚜라미는 고려 때부터 궁중의 여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키웠다는 기록이 있고, 시나 산문에도 귀뚜라미 소리를 소재로 한 경우가 있다. 최근에도 가수 안치환씨가 ‘귀뚜라미’라는 노래를 불렀다.이번 연구에 사용된 왕귀뚜라미는 우리가 가을에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그 귀뚜라미다. 자연에서는 1년살이 곤충으로 가을에 소리를 내어 짝짓기를 한 뒤 알을 낳고 죽는다. 알은 겨울 휴면 기간을 거치고 봄여름에 깨어나 2달가량 어린벌레(약충)로 지낸 뒤 늦여름에 어른벌레(성충)가 돼 2달가량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기르면 휴면 기간이 없이 알에서 바로 어린벌레, 어른벌레로 자란다.다만 어른벌레로서 소리를 내는 기간이 인공에서도 2달에 불과하고 그 뒤에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이것이 노인들에게 또다른 심리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농진청 강필돈 곤충산업과장은 “개나 고양이 같은 보편적 반려동물 외에 왕귀뚜라미와 같은 곤충을 키우는 것도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반려·애완 벌레로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배추흰나비, 호랑나비 등이 있다.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