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십번 '이사', 쇠제비갈매기의 자식 사랑
새끼 깃털과 비슷한 땅에 오목한 둥지 파고 옮겨 다녀…새끼 보호 위한 수단
작은 물고기 많은 개활지에 집단 번식, 알품기부터 기르기까지 부부가 헌신
» 알을 낳아 품고 있는 암컷 쇠제비갈매기에게 수컷이 먹이를 건네주었다.
쇠제비갈매기는 한국·일본·중국·우수리 등지에서 번식하고 필리핀,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인도차이나,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몸 길이 28㎝ 정도로 갈매기류 가운데 가장 작은 여름철새다.
제비처럼 날렵한 날개와 몸매로 하늘을 가르듯이 비행하고 수면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다 먹이를 포착하면 허공에서 정지비행을 한 뒤 수면으로 다이빙해 송곳 같은 부리로 먹잇감을 낚아채는 멋진 사냥꾼이다.
■먹이 사냥
» 사냥감을 향해 급강하하는 쇠제비갈매기.
» 먹이를 향해 수면 아래로 내리꽃은 쇠제비갈매기.
» 사냥에 성공했다.
수컷 쇠제비갈매기는 암컷에게 끊임없이 먹이를 잡아다 주며 구애한다. 구애의 통과 의례가 잘 끝나야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짝짓기 뒤에도 수컷 쇠제비갈매기는 암컷과 새끼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한편, 사냥을 도맡는다. 둥지는 모래땅이나 자갈밭의 바닥을 오목하게 파 둥지로 삼는다. 알을 2~3개 낳을 때까지 계속해서 짝짓기를 한다. 알색은 주변의 땅과 비슷해 자세히 살펴봐야 구별이 된다.
■ 알을 품는 암컷 쇠제비에게 먹이를 나르는 수컷 연속 동작
» 암컷쇠제비갈매기에게 먹이를 가지고 날아간다.
» 둥지 까가이 날아든 수컷.
새끼가 태어나기까지 16~20일 동안 알을 품는다. 이 기간 동안 수컷 쇠제비갈매기는 암컷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여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먹이 사냥과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일을 부부가 서로 나눠 하며, 암컷이 새끼를 돌보는 일에 충실하다면 수컷은 먹이 사냥에 열중한다.
» 어미 품에 몸을 맡기는 쇠제비갈매기 새끼.
태어난 지 2~3일이 지나 새끼는 둥지에서 데리고 나와 이동하며 먹이를 주고 적절한 습도와 체온을 유지시켜 준다. 이때 항상 땅바닥을 둥지처럼 살짝 파내어 새끼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한다.
» 어미 쇠제비갈매기가 날자 새끼들이 품속에서 일어났다.
어미는 방랑 생활을 하듯이 수시로 자리를 옮겨가며 새끼를 보호한다. 이때도 새끼 깃털과 비슷한 환경의 땅을 택하는 치밀함을 보인다.
어미는 반지름 100m 범위에서 둥지를 옮겨다니는데, 아마도 먹이를 주는 과정이 주변에 드러나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끼의 배설물 등 냄새도 이유일 것이다. 제법 긴 거리의 `이사'이지만 새끼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 새로운 둥지를 찾아 길을 떠나는 어미.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새끼가 뒤따른다.
» 어미를 따라 길을 나선 새끼들.
» 자리를 옮겨 가면서 보금자리를 만들어 새끼를 키우는 어미 쇠제비갈매기.
새끼들은 어미 품속에 숨어 있다가 어미가 신호를 하면 밖으로 나와 아비에게 달려들어 먹이를 게걸스럽게 받아먹는다. 먹이를 받는 순간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먹이를 먹이다가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먹이를 다시 주워 주지 않는다. 새끼 두 마리를 기르는 쇠제비갈매기는 평균 15분 간격으로 먹이를 날랐다.
■ 쇠제비갈매기 짝짓기 연속 동작
» 먹이를 암컷 쇠제비갈매기에게 주고 짝짓기를 시도한다.
» 암컷 쇠제비갈매기 등으로 올라타는 수컷.
» 암컷 쇠제비갈매기가 등을 일직선으로 편다.
» 암컷 쇠제비갈매기가 짝짓기를 허락한다.
» 교미가 이뤄진다.
» 짝짓기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균형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 짝짓기를 끝내고 홀가분하게 사냥에 나서는 수컷 쇠제비갈매기.
■ 새끼에게 먹이 주기 연속 동작
» 먹이를 물고 날아드는 쇠제비갈매기 수컷.
» 새끼 쇠제비갈매기가 아비가 먹이를 물고 오는 낌새를 채고 어미 품속에서 재빨리 나와 먹이를 달라고 보챈다.
» 쇠제비갈매기 수컷이 새끼에게 먹이를 정확히 전달해 준다.
» 먹이를 건네받은 쇠제비갈매기 새끼.
» 수컷 쇠제비갈매기는 새끼가 안전하게 먹이를 삼키는지 꼭 지켜 본다.
» 안전하게 새끼가 먹이를 먹는것을 확인하고 다시 사냥에 나서려 한다. 어미 품속에 있던 새끼 한 마리도 나와 먹이가 없나 살펴본다.
» 다시 사냥에 나서는 쇠제비갈매기 수컷
» 어미와 새끼들이 자리에서 머물고 있다.
쇠제비갈매기는 알을 품을 때는 그리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새끼가 태어나면 목숨을 내걸고 새끼를 보호하려는 공격적인 모습으로 돌변한다. 천적인 황조롱이, 새홀리기, 까마귀 등이 나타나면 새끼의 위치가 노출될까 봐 어미는 자리를 황급히 피한다.
새끼들은 스스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거나 풀잎에 숨는다. 어린 새끼는 보호색 덕분에 움직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지만 본능적으로 위장과 은폐에 뛰어나다.
» 어미 품으로 파고드는 쇠제비갈매기 새끼.
» 체온 유지를 위해 두 마리의 쇠제비갈매기 새끼가 본능적으로 서로의 몸에 기댄다.
새끼들은 발각되더라도 죽은척 꼼짝하지 않는다. 건드려도 널브러져 있다. 새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어미의 신호에 따라 훈련을 받은 듯이 정확하게 행동한다. 노출된 곳에서 집단번식을 하는 쇠제비갈매기는 번식 전략으로 주변에 있는 쇠제비갈매기들과 협동하여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
» 어미를 따라 나선 쇠제비갈매기 새끼.
» 어미가 멀어지자 어린 쇠제비갈매기 새끼는 다급하게 어미를 찾아간다.
» 쇠제비갈매기는 자리를 옮기며 새끼들에게 열심히 먹이를 주고 있다. 자리를 옮기는 것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쇠제비갈매기는 물고기가 풍부한 생태적으로 뛰어난 곳에서 집단 번식한다. 갈수록 이런 곳은 없어지고 있다. 쇠제비갈매기가 비록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할 조류이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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