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탈취, 방어…한강은 흰꼬리수리 사관학교
어린 새끼에게 사냥에 필요한 모든 기술 전수
물속에 피한 오리 기다려 협동 사냥 등도 연습

눈앞에 보인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자연을 꾸준히 관찰하다 보면 선입견으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흰꼬리수리의 먹이 쟁탈전과 다툼을 늘 지켜 보았다. 그런 동물이려니 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이해했다. 돌이켜 보면 어리석었다. 흰꼬리수리는 교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한강 상류와 하류에 걸쳐 46마리 남짓의 흰꼬리수리를 관찰했다. 올해에는 현재까지 어른새 4마리, 어린새 22마리를 한강 상류에서 관찰할 수 있다.
흰꼬리수리의 주요 월동지는 한강, 임진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남한강, 철원 등의 큰 강과 저수지이다. 전국적으로 200여 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한강은 우리나라 최대의 흰꼬리수리 월동지로 볼 수 있다.

맹금류가 대개 그렇듯 흰꼬리수리도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암컷은 무게는 4~6.9㎏이고 수컷은 3.1~5.4㎏이다. 흰꼬리수리가 날마다 먹어야 하는 음식의 양은 500~600g이다. 흰꼬리수리는 몽골. 시베리아 등에서 번식한 뒤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오는 겨울 철새로 북만주가 번식의 남방 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흰꼬리수리는 평균 2개 정도의 알을 낳고 포란 기간은 35일 정도이다. 처음 부화한 새끼는 자랄수록 먹이를 받아먹는 횟수가 더 많아진다. 암컷이 주로 알을 품고 직접 먹이를 먹이며 수컷이 간혹 그 일을 넘겨받는다. 새끼들은 5~6주 동안 성장한 뒤 스스로 먹이를 뜯어 먹을 수 있으며 11~12주 쯤 되면 날 수 있게 되지만 둥지 가까운 곳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후에도 6~10주 간 부모가 돌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를 처음 찾아오는 어린 새끼들은 보편적으로 1년 미만인 미성숙 흰꼬리수리이다. 어미를 따라와 월동을 한다. 2년 이상 된 미성숙 흰꼬리수리는 학습에 의해 각인된 월동지를 찾아오게 되고 어른이 되면 북해도와 오호츠크해, 캄차카 반도에서 성조로 월동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흰꼬리수리가 성장하며 살아가기 위한 훈련장이자 디딤돌로 이 맹금류의 생활사에서 매우 중요한 환경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흰꼬리수리가 당당한 어른새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다 배운다.
■ 실전을 방불케 하는 어린 흰꼬리수리의 훈련 모습









한강 상류 팔당에서 태어난 지 1년이 넘지 않은 흰꼬리수리 유조가 사냥술과 먹이 뺏기 등 사냥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어미로부터 습득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흰꼬리수리도 두루미와 마찬가지로 1년이 지나야 어미로부터 독립하며, 학습과 경험을 터득해 4~5년이 되면 성숙한 어른이 된다.







흰꼬리수리의 세력권은 사방 4~10㎞ 범위이며 흰꼬리수리 어미는 새끼와 협력하여 사냥감을 잡아낸다. 잠수성 오리를 다급하게 만들어 잠수하게 만들고 그 위를 어미와 새끼가 교대로 낮게 선회 비행을 거듭한다. 결국 숨이 찬 오리가 물 밖으로 나오면 낚아채는 것이다.
■ 어미와 새끼의 협공 오리 사냥










어린 흰꼬리수리는 사냥감을 가지고 인근 바위에 앉아 먹는다. 어미는 그 옆에서 주변을 살피며 새끼가 안전하게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지켜본다.
새끼가 먹이를 다 먹을 때쯤 다가가서 먹다 남은 찌꺼기를 처리하고 새끼는 발과 부리를 씻는다. 어미는 가끔 새끼한테 다가가 목을 추어 세우며 소리를 낸다.

이는 흰꼬리수리의 가족관계에서 볼 수 있는 행위로 어미와 자식 간의 화답으로 정을 나누는 것이다. 참수리도 이런 행동을 한다.
어미가 어린 흰꼬리수리의 사냥감을 빼앗는 실전과 같은 연습과 공중전을 벌이는 일은 거의 일상적이다. 까마귀가 물고 있는 사냥감을 끝까지 추적해서 떨어뜨리게 한 뒤 빼앗는 연습도 하며 어미가 공중에서 일부러 먹이를 떨어뜨려 낚아채는 고난도의 훈련을 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어린 흰꼬리수리가 자연의 생존법칙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훈련이자 어미에게는 후세대를 이어가는 방편이기 때문에 혹독한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새끼들도 어미로부터 습득한 공중 비행술과 사냥, 방어, 뺏고 빼앗기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복습한다.


팔당은 흰꼬리수리가 월동하기에 매우 좋은 지리적 환경을 갖추었고 각종 조류와 어류가 풍부하여 어린 흰꼬리수리가 성장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장소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야생의 본능을 터득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되지만 인위적인 먹이에 길들어지면 먹이를 기다리며 스스로 사냥할 줄 모르는 초라한 새로 지내게 된다.

흰꼬리수리 사관학교는 이제 방학에 들어갔다. 내년을 기약하며 한강을 떠난 흰꼬리수리는 지금쯤 번식지를 향한 2000여㎞의 힘찬 대장정을 마쳤을 것이다.
(지난 4개월간 흰꼬리수리의 훈련과 사냥 사진 촬영을 위하여 도움을 주신 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지회장께 감사를 드립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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