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마귀 구하기)

 

이번에도 역시 워낙 빠르게 치달리는 계절의 흐름에 멀미를 먹었는지 장성하고 늘씬하면 뭣하나, 성정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철부지 대형 왕사마귀 한 마리가 이면도로 뚝방 한복판에 퍼질러 앉아있었습니다.

아차차! 핸들로는 피할 여유가 없음에 본능적으로 앞뒤 브레이크를 동시에 당겨 스쿠터를 화급히 멈추는 바람에 녀석은 겨우 살았습니다.

지방 소도시도 외곽, 크게 번잡한 열려진 주요간선도로는 아닐지라도 어차피 인간이 소통하기 위해 설치한 엄연한 뒷 구석 포장도로인지라 시간이 문제일 뿐 녀석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함은 지당합니다.

상황이 워낙 여유 없이 다급할 경우 한번 꼬집힐 각오를 하고 동작을 서두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녀석들이 내 순수한 의도를 얼른 이해할 린 없습니다. 다소간 여유 있는 지금은 녀석들이 거의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가볍고 느릿하게 들어 올립니다. 역시나 일점의 긴장감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이 순순하게 순종적입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요, 잘 생긴 녀석의 초상이지만 워낙 흔하기에 사용할 생각도 없지만 인연이란 이름으로 예의 삼아 한 장쯤 남겨줍니다.

왕사마귀1.jpg  

내게 한 가지 준엄함은 있으니 조물주의 하나같은 자손인 나약하되 천진한 대자연의 식구들이 인간의 편익만 생각한 나머지 무심한 연유로 끼쳐지는 피해일방의 생물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생사여탈일지라도 자연스럽기만 하다면 가급적 저들간의 흐름엔 개입을 하지 않으리란 맘먹음도 이 같은 경우엔 예외로 삼습니다. 인간의 편익이 개입된 경우 그들의 무고한 손실일랑 눈에 띄는 대로 무조건 구하고 본다는 뜻입니다. 일방적이고도 막무가내 오만한 인위는 대부분 부자연이기로 그렇습니다.

 

인간들의 선입견과 누명 덕분에 자연계에선 잔인성의 악명을 날리고 있는 곤충, 왕사마귀입니다. 하지만 무고하게 또는 일단의 취미 삼아 살생을 함부로 행하지 않는 이들의 실상을 알고 보면 우리 인식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조물주의 분명한 한편인 것입니다. 순종적이고 친화성을 앞세운 대자연의 열린 눈으로 보면 어쩌면 인간보다 훨씬 우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차차! 작지만 베푸는 선심과 의례적인 정리가 다는 아니었습니다. 눈을 맞춰주기 위해 정면으로 자세를 돌려본 결과 녀석의 오른 편 눈이 정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언제부터 이런 상황이었는지도 모르고 이 경우 중요치도 않습니다. 한쪽 눈만 가지고도 지금까지 이처럼 능히 견디고 잘만 성장해왔다는 대견스러움이면 그만입니다.

  왕사마귀2.jpg

 

 

그냥 풀밭으로 밀어주려다 잠깐, 마침 이웃한 기다란 뜨락 이면도로에 면한 누군가 공들인 화단에 아직 남아있는 몇 송이 정결하고 화사한 꽃, 나보다 키가 더 큰 달리아가 서있었습니다.

이후 상황이야 나로서 알 바 없겠으나 함께 하는 짧은 동안이라도 최선의 배려를 넣어줍니다. 내 보기 좋으면 녀석에게도 유감은 없을 것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 훌륭히 생존하고 잘 번식해서 이승에서의 찬연한 은총을 맘껏 구가하고 길게 화엄세상의 일원으로서 우리와 함께, 꽃과 함께 스스로 번성하길 빌면서 말입니다. 불편한 시각으로 이처럼 훌륭하게 장성한 녀석이라면 그럴 능력도 가치도 얼마든지 있음입니다.

  왕사마귀3.jpg

배경화면복판에 너르게 비춰지는 다감한 동편 구름 한 점 없이 말끔한 하늘공간엔 벌써 비취빛 가을색이 아닌 게 아니라 짙기도 너무 짙었습니다.

아하! 이제가면 다시 오지 않을 올 여름도 8월, 마지막 날도 오후였습니다.

 

** 졸저 [포토에세이] '산내들 편지'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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