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개구리 사촌들

조회수 19889 추천수 0 2011.11.13 00:42:49

개구리 사촌들

 

이미 한 번 열려진 내 심미안은 누구든 여간해서 피해갈 수 없습니다. ‘청개구리’ 한 녀석이 마침 다이어트 중이었든지 ‘금낭화’ 꽃가지에 매달려서 혼자 열심히 철봉 연습을 하다가 하필 내게 딱 들킨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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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민망하고 혹은 쑥스럽기도 한 정경이지만 어쨌든 천진스럽기 짝이 없는 한 장면이거니, 아무튼 배꼽은 없습니다. 만사가 풍족하고 온화한 봄날엔 살도 좀 빼서 멋과 스타일을 먼저 찾고 볼 일인 모양입니다. 예쁜 신부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목청이 터져라 울기는 그 다음 일이지 싶습니다.

 

어쩐 일이랍니까? 내 거처는 2층이고, 파리든 모기든 하나라도 때려죽이기 싫어서 불청객이란 아무도 들지 못하도록 창문마다에 방충망을 악착같이 꼭꼭 닫아두고 사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웬 청개구리 한 녀석이 방안을 제멋대로 폴짝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도무지 들어올 만한 구멍이란 있을 리가 없거니와 문이 열린 것도 아닌데 참말로 이상한 일입니다. 어쨌든 이것도 귀한 인연이라고 바깥으로 되돌려주기 전에 기념사진 일장 박아주었습니다. 요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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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안이라 똑따기 플래시가 자동으로 터져주어 다행이거니와, 덕분에 저처럼 크고 또렷한 눈에 동공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하! 오늘이 가평 읍내 장날이던데 그렇다면 요 녀석들도 장날을 기억하고 따라 나섰던 모양입니다. 음! 개구리 장날을 말함입니다.

하여간 딱정벌레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쳐도 나비 나방 사마귀 등과 생각하기 어려운 말벌을 포함한 온갖 것들, 심지어 개구리에 두꺼비까지도 하나같이 내 손에서 놀기를 참 좋아합니다. (두꺼비? 아! 맞다.)

 

이곳 호숫가 강마을은 깍듯한 상수원 보호구역이라선지 물이 맑고 또 많다보니 크고 건강한 두꺼비들이 제법 많은 편입니다. 하매 연애활동에 바빠지는 봄철 번식기와 부지런히 먹고 한해 시즌을 닫아야하는 가을철 두 참이면 종종 처참한 꼴을 당하기도 합니다. 늘 급하게 달리는 인간들의 무자비한 자동차 바퀴가 다소 멍청한 이들의 사정을 예쁘게 봐 줄 리가 없음에 도로가에 눈에 띄는 질펀한 사고, 로드 킬이 그것입니다.

지난번 출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바로 집 앞에서 만난 녀석이 그랬습니다. 하마터면 내 스쿠터 바퀴에 희생당할 뻔했지만, 마을 안길이라면 어디서건 시속 20킬로미터를 넘지 않는 안전습관 덕택에 급하게 멈춰 겨우 험한 꼴은 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불과 몇 분을 가지 못해 누군가의 바퀴에 깔려 두꺼비 포가 되기 십상인 아슬아슬한 위치인지라 피신시켜 구해주기로 맘먹었답니다. 대피해주기 전에 물론 기념사진 일장은 당연한 순서이자 요식행위이고말고요. 요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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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대로 두꺼비는 목뒤와 등짝 볼록한 돌기마다 신경계통에 작용하는 신경독액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방어용일 뿐 공격용은 아닌지라 자신이 아주 죽을 지경이 아니면 함부로 가볍게 독을 내진 않습니다. 하매 심하게 놀려먹거나 아프게 고통을 주지만 않는다면 이처럼 얼마든지 사람과도 친근한 이웃이랍니다. 엉금엉금 기어서 자리를 옮길 때보면 참으로 능청스럽고 동네 개구쟁이처럼 마음이 턱 놓이기 마련입니다. 더불어 사람들은 쉿! 요 친구의 독성분을 순화 약화시켜 심장병에 효과가 있는 강심제로 쓰기도 한답니다.

물론 젊고 건강한 아까운 녀석은 무사히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거니와 어때요? 장담처럼 참말로 늘씬하고도 잘생겼죠? 하지만 이처럼 의젓하고 당당한 자세를 모른 척 난 속으로 한마디 넣기를 잊지 않았습니다.

“에라이! 멍청한 녀석아, 제 죽을 줄도 모르고 구해주니 뭐 잘났다고 뻐기기는?”

하하하! 정말이지 이제 다시 봐도 충분히 뻐길 만큼 늠름하고 잘 생겼습니다.

 

두꺼비에만 독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개구리 과에 있는 ‘독’하면 학이는 한 가지 쓰린 경험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뭔가 잘 몰랐을 한참 오랜 25년 전 경북 구미시에 머물던 당시 예기입니다만, 이제도 기억이 생생한 주인공은 바로 울긋불긋한 ‘무당개구리’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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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개구리’ 싹싹하게 달아날 줄도 모르는 이 녀석을 우습게 알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맨손으로 이리저리 뒤집으며 놀리며 함부로 만졌다가 그 손으로 문득 눈을 비비는 바람에 적혈구를 파괴시켜 질식 상태에 이르게 하는 녀석의 용혈독이 눈 실핏줄에 올라 시뻘겋게 출혈이 되는 바람에 병의원도 먼 산중에서 혼났던 기억이 워낙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독액의 양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지 급한 대로 얼른 가까운 개울물로 달려가 흐르는 맑은 물에 자꾸만 씻고 또 씻어내 병원에도 안가고 다행히 큰 화는 면했었지만, 그런 뒤론 다신 맨손으로 만지진 않는 답니다.

 

근데 이 녀석 지금 왜 이러고 있냐고요? 그렇습니다. 고약함을 모른다면 몰라도 알아도 아주 잘 아는 바에야 비좁은 1차선 시골길에 함부로 퍼질러 앉아있는 녀석을 손을 사용하지 않고 피신시켜주려면 어쩔 수 없이 길 바깥을 향해 발끝으로 ‘톡톡’ 차줄 수밖에 없습니다. 허니 녀석은 자신을 공격하는 줄 알고 서둘러 달아나기는커녕 시방 온몸을 빡세게 뒤채며 깜냥에 경고시위를 한판 벌이는 중인 겁니다. 두꺼비처럼 듬직하기는커녕 이 녀석은 좀 경박한 편입니다. 검붉어 보매 선뜻한 얼룩이 배 바닥을 활짝 드러냄으로써 자신에게 맹독이 있으니 “함부로 먹으려 들지 말고 가만히 구경만 하시다 그냥 가세요.”라는 명백한 뜻, 그나마 우정 있는 설복입니다. 이렇게 온몸에 바짝 힘을 줘 찌그러뜨림에 지금 등짝 전신에 보이는 우툴두툴 땀띠 같은 돌기들로부터 독액이 방출되는 중입니다. 무수한 검은 점자취가 바로 용혈독액입니다.

벗님들께서도 얼룩이 요 친구를 물가나 들녘에서 만나시걸랑 눈으로 예뻐해 주시는 건 좋지만 맨손으로 만지는 경우는 결단코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왕에 청개구리와 그 일가족속들이 다수 등장했으니 희한한 또 한 가지가 있기는 있습니다. 먼데 아랫마을에 이런 진귀한 게 있기는 있다는 말을 풍문으로 들은 적은 있지만 판정에 확신이 서지 않기로 조심스럽습니다.

청개구리 족속은 사는 장소에 따라 체색변이가 심한 편에 속하긴 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숫하게 본 중 처음이라서 하는 말입니다. 바로 ‘황금개구리’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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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일종의 알비노 현상에 의한 청개구리 일개 단순변종인지, 참말로 특별 보호종인지, 것도 아니면 설마하니 전혀 미발표 신품종? 어쨌든 잘 아시는 분은 부디 구별 동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쩐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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