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나눔문화가 보도자료로 배포한 성명서입니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시각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명]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에 대한 나눔문화의 긴급 호소문

 

 

1. 지금 밀양 산골마을에 방패로 무장한 3,000명의 경찰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7,80대 어르신들을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노인들에게 수천 병력이 투입되는 것은 전쟁터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송전탑을 막아온 지 9년째, 어르신들은 이제 내는 목숨도 내놨다. 내를 죽이고 세우라.”며 산속 움막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국회와 언론에서는 2의 용산참사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2. 밀양 송전탑 건설은 전력난과 관계없습니다.

765kV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될 전기를 서울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세워지는 세계 최대규모의 송전탑입니다 . 하지만 당장 밀양 송전탑을 건설하지 않아도 전력대란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한전이 국회에서 인정했듯, 신고리3, 4호기의 전력은 기존 송전선로를 이용해도 충분히 수송할 수 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전력도 345kV로 나누어 지중화하면 충분합니다.

 

또한, 이미 전기는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력 확보가 아닌 전력 관리입니다. 비효율적인 중앙독점 시스템에서 전기는 매일 버려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기절약 기술만 도입하더라도 낭비되는 에너지 30%를 줄일 수 있습니다. 군사작전하듯 밀양 송전탑 건설을 강행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3. 한전이 해야 할 일은 어르신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원전 검증입니다.

한전은 전국 지부에서 인원을 차출해 약 1,000명을 밀양에 투입했다고 합니다. 지금 한전이 해야 할 일은 밀양 어르신들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철저히 원전 안전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작년 국내 원전 23기 중 9기가 고장 났습니다. 무려 고장률은40%에 가깝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1%가 원전 안전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원전이 가장 기본적인 안전마저 위협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착공하지 않은 신고리 5~8호기 건설계획을 취소한다면 밀양에 송전탑을 건설할 이유도 없어집니다. 한전은 원전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연구해야 합니다.

 

4. 정부 결정이 곧 법질서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얼마 전, 이성한 경찰청장은 밀양에서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희생도 감수하라는 뜻입니다. 경찰이 보호해야 할 것은 송전탑 건설 계획이 아닙니다. 국민입니다. 밀양의 7,80대 어르신들입니다.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누릴 수 있는 풍요라면, 그 풍요는 얼마나 폭력적이고 야만적이겠습니까. 그렇기에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더디더라도 안전하게, 되돌아가도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고, 국민이 행복한 사회입니다. 희생을 발판 삼아 국가정책이 강행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경찰은 정부 결정이 곧 법질서인 시대는 지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5. 어르신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고향 땅만이 아닙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밀양에서 가구당 400만 원 지급 등 보상을 약속하며 밀양 송전탑 건설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작은 거짓은 우정을 망치지만 큰 거짓은 나라를 망칩니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에는 더 큰 이익이 걸려있기 마련입니다. 밀양 송전탑과 연결될 신고리 5~8호기의 최대 건설비용은 총 12조 원입니다. 정부와 한전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할 신고리 원전을 위해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입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는 그 나라의 양심과 도덕을 타락시킵니다. 지금 어르신들이 지키고 있는 것은 평생 살아온 고향 땅만이 아닙니다. 미래세대가 이어갈 도덕과 양심입니다. 어르신들은 나 살자고 남 죽이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상이 미래가 있겠나? 우리가 남겨줄 게 달리 뭐 있겠노, 이 땅이다.미래다.”라며 높은 산 속 움막을 지키고 있습니다.

 

6.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적 강제 진압은 안 됩니다

지금 어르신들은 곧 있으면 투입될 3,000명의 경찰 병력과 포크레인 앞에서도 꿋꿋이 땅을 지키고 있습니다. 평생 허리 숙여 농사지으며 떳떳하게 살아온 밀양 어르신들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어르신들을 돈 더 달라고 떼쓰는 노인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을 가로막는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어떤 이유로든 생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강제진압, 공권력 투입만은 안 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공사 강행을 철회하고 밀양 어르신들과의 성실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돌아보면, 이 시대의 빛나는 성장과 도시를 떠받치기 위해 우리 농촌 마을의 어르신들은 가장 큰 희생을 당해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전력자립도 3%, 서울의 전력공급을 위해 밀양의 오랜 삶터와 주민들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전기를 얼마나 쓸 것인가.’ 지금 밀양 어르신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쁜 에너지를 거부하고, 개발보다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 나갈 때입니다.

 

 

 

2013.10.1.

나눔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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