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꿰기
아까 낮에 깜박 짧은 생각으로 까치밥으로 남겨둔 홍시 하나를 그만 빼 먹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양심에 가책이 깊어 그냥 말순 없었습니다.
하매 저녁이 깊어 더 높직이 차고 떠오르시려는 달님을 저처럼 감나무 빈 가지에 대신 옹골차게 꿰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아차차! 아무리 잘 봐줘도 잘한 짓거리 같지가 않습니다.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님을 몽매에도 고대하는 오늘 사람들이 아랫녘 세상엔 적지 않을 터인데 말입니다. 결국 난 어처구니없게도 본의와 전혀 상관없이 실수에 실수를 거듭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