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좀 빌려주세요)
땡볕에 바짝 구워진 대기에서 ‘훅훅’ 단내가 날 정도로 염천이던 날, 견디기 힘들어 어디 그늘을 찾으려 어슬렁거릴 때 아까부터 주위를 어른거리던 ‘측범잠자리’ 한 녀석이 저도 좀 쉬게 해달라고 하도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손가락 하나를 내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부득불 오른손만을 내달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이 또한 양보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불편하게 왼손으로 촬영을 하느라 어색한 자세를 힘들게 취해야 했습니다. 너도 나처럼 삶에 있어 유머의 묘미를 아는 개구진 녀석이 틀림없습니다.
집게손가락에 하도 단단히 달라 붙어있는 바람에 좋은 배경을 찾아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옮겨 다녀도 내내 능청스럽기만 했습니다. 나도 좀 쉬고 싶은데 난 어쩌라고……, 나중엔 네 날개까지 다소곳이 접고 아예 깊숙이 낮잠에 들어버린 듯 했습니다. 마침 ‘노랑코스모스’에 빠져든 꿀벌 녀석도 찌는 듯한 더위란 아랑곳없이 그저 꽃술에 코를 박고 뒤적이며 단 꿀 모으기에 열중하는 모습과 조화롭게 결부시켰습니다. 덕분에 삶는 듯 찌는 듯 더위도 아랑곳없이 잠깐은 잊을 수 있었으니, 나야 그늘 밖에서 더위를 좀 먹거나 말거나 이래저래 쉴 틈 없이 차고 넘치는 복된 한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