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매미훈장

조회수 18333 추천수 0 2011.09.26 06:52:36

매미훈장

 

손매미.jpg 

  구월도 하순에 늦 매미는 제철을 이미 다 마친 그림자일 뿐, 눈엔 힘찬 듯 보여도 처지란 이젠 과거지사일 따름입니다. 공중으로 살짝 던져 날아 올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찬란했던 계절의 부름에 순순하게 순응한 대가로서 마지막을 내 가슴에 안겼습니다.

  녹원의 입구에서 땅에 떨어져 벌벌 힘겨워하는 참매미 한 녀석을 그렇게 주워 올려 내 가슴에 달아주었습니다. 안간힘을 다하는 녀석, 생의 마지막 몸짓임을 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참매미 녀석 남은 기운과 명운에 달렸거니 잊은 듯 30여분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초가을산록을 거닐고 집에 와보니 앞가슴에서 좀 더 위 어깨께로 올라와 쉬고 있었습니다. 아니, 아니었습니다. 어느 시점인진 모르겠으나 거기 꼭 매달린 채 마지막 숨을 이미 거뒀던 겁니다. 작년에도 두엇 이렇게 거둬온 매미의 말짱한 미라가 1년이 다된 아직도 내 책상위엔 몇이 누워있습니다.

 

정경(매미훈장).JPG

 

  대자연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훈장 되어라, 보다 숨이 긴 내 입장을 두둔하도록 연출했습니다. 이럼으로써 녀석들은 전설을 온전히 끝마친 잊혀진 존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불과 1주일 동안이란 생애가 아닌 1년 또는 2년이란 긴 전설은 이렇게 학이네 윗 가슴에서 빛나는 훈장이 되어 또 다른 깊은 내막을 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왼편에 말매미 하나와 다른 두 마리의 참매미가 말입니다.

 

  정경(매미훈장)2.JPG

 

  맹렬했던 계절을 함께 성실하고도 공히 반듯하게 살아낸 난 들을 귀가 열려있음에 매달릴 바탕이 될 자격은 있음입니다.

  한 가을, 지난해 묵은 이야기 속에 섞여 들려오는 당년치 마지막 참매미가 말하는 속 깊은 ‘참누리’의 새 전설 그 맑은 재잘거림을 난 담담하게 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579 지난 5년간 서울의 생태지도는? imagefile jihojiho 2015-06-18 18544
578 광릉 국립수목원에 어린이정원 열린다 imagefile 조홍섭 2011-05-23 18541
577 미래를생각하며 이기운 2009-01-09 18534
576 연료비 40% 줄일 수 있는 웨딩카 나왔다 - 펌 imagefile poppi7 2013-01-22 18516
» [포토에세이] 매미훈장 imagefile kocyoung 2011-09-26 18333
574 [포토에세이] 할미꽃 연가 imagefile [2] kocyoung 2012-03-06 18282
573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직원 채용 조홍섭 2011-07-08 18264
572 개도국 지원을 위한 적정기술 워크숍 imagefile 조홍섭 2011-11-08 18054
571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 지리산, 섬진강의 생명들에 귀기울여 조홍섭 2013-04-16 18021
570 [포토에세이] 산비둘기 훈계 imagefile kocyoung 2011-10-19 18018
569 왜 이렇게 더울까요 imagefile [6] 조홍섭 2011-06-20 17858
568 [포토에세이] 잉어 용솟음 imagefile [3] kocyoung 2011-10-04 17834
567 어린이 숲해설가 imagefile 안민자 2009-04-01 17786
566 오세훈시장재임차기대통령해야나라가평화롭다 언제나사랑스럽게 2010-05-27 17706
565 [에세이] 설해목 imagefile 고충녕 2013-01-24 17542
564 [포토에세이] 미로 찾기 imagefile kocyoung 2011-11-23 17501
563 새만금 타임캡슐 개봉 행사 조홍섭 2011-05-19 17496
562 [포토포엠] 아침이슬 imagefile kocyoung 2011-10-15 17488
561 지구상상전 사진전시회 imagefile 조홍섭 2011-05-31 17469
560 영화 속 생태이야기 - 4대강 녹조, 빙산의 일각일 뿐 image jjang84 2012-08-17 17415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