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잉어 용솟음

조회수 17823 추천수 1 2011.10.04 00:12:31

잉어 용솟음

 

설마하면서도 봄철만 되면 강변에 습관처럼 삼각대를 세우고 단 한 장의 사진을 기대한지 어언 5년이 흘렀습니다. 이른바 대물 잉어 용솟음이 워낙 찰나에 지나치는 짧은 순간이라 행운을 얻지 못해 번번이 빈탕을 안고 되돌아올 때도 지당한 듯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오며가며 들녘에 만당한 연녹색들을 눈과 가슴으로만 담아내도 그만이거니와, 소중한 내 빈 그릇은 기다림과 희망이란 더없이 맑은 울림으로 늘 가득함을 믿어 알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5년이란 기다림의 세월은 잉어가 곧잘 튀어 오르는 단골 포인트를 관찰 숙지하는 공부시간이 결국엔 되었음이니, 올핸 떠돌 것 없이 아예 작심하고 해 뜰 무렵부터 내정한 강변 포인트에 앉아 죽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한 해 동안 그을릴 피부색이 5월도 초순경 연휴가 끝날 즈음엔 이미 까맣게 다 태워지고 말았습니다.

 

통상 2단계로 구성된 셔터작동이기에 예비 1단을 미리 누른 상태를 하염없이 지속해야하니 엉덩이와 허리 다리뿐만 아니라 힘준 손가락에 쥐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수고였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같이 긴 기다림과 공부도 보람이 있어서 기대치를 가득 채우는 사진을 종내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fish0.jpg 

 

거의 무아지경이었죠, ‘이번에도 설마’하고 잠시 방심하는 때문에 셔터 찬스도 1차 2차는 놓쳤다가 그래도 신장이 두 자 가량이나 되는 거물 잉어가 크게 봐주느라 3차 제대로 수직 점프할 때를 놓치지 않아서 행운도 이처럼 살려낼 수 있었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안개 낀 강마을에 삼각대를 세우고 무아지경에 몰입되어 하마 시간이 가는지 세월이 흐르는지 아지 못하는 틈새, 느닷없는 잉어 대짜가 수면의 고요를 허물고 시절이 분명코 살아있음을 능동적으로 고지하더이다. 하매 이 사진의 제목일랑 더도 덜도 말고 <정중동>이 딱 제격이겠죠?

 fish1.jpg

 

짧지 않은 기간 강변을 관찰하면서 내정한 포인트는 배경을 생각할 때 두어 곳뿐이었습니다. 결국 탐색하고 공부하고 기다리는 5년이란 세월이 거짓말처럼 허망하도록 내정한 두 곳에서 불과 하루 사이에 위 두 장의 사진을 모두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정히 그러하더이다.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고 꾸준하게 관찰하며 대자연과의 위대한 합일을 기대하다보면 성실로서 노력한 만큼, 훈련되고 경험이 쌓인 그만큼 대가는 반드시 주어지기 마련이더이다. 성심을 다한 뒤 받을 준비가 된 연후에야 운도 비로소 따라주더란 실증인즉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말하겠습니다.

fish2.jpg 

 

한 이틀 후 하도 우람한 덩치 탓에 물돼지란 별명이 붙은 이번엔 이스라엘 잉어 즉 외래도입종 ‘향어’가 단순 솟구치기가 아닌 공중 8자 온몸 뒤집기라는 고난도의 멋진 아크로뱃을 뚱한 그 몸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능숙하게 시연해 보이고 있습니다. 강물 표면에 떨어질 때의 ‘철퍼덕’ 소리 또한 참말 거창하더니 그의 서슬에 파도 역시 한참을 밀려오더이다.

 

(Backward 1 & half Somersault Pike with half Twist)라는 골치 좀 아픈 이름, 워터스포츠 하이다이빙 종목 중에 이 같은 고난도 공중 비틀기 기술이 있다는 걸 우린 압니다. 결국 기운찬 물고기들의 행태에서 고스란히 보고 따온 묘기란 사실을 부인할 순 없겠습니다. 물론 물돼지 ‘향어’가 워낙 험악하게 ‘철퍼덕’ 소리와 함께 착수하며 만들어내는 물보라 요란한 ‘왕관’의 모습에다 우리식대로의 높은 입수점수는 도저히 더해주진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마음 하나만 열고 순심으로 바라보면 지구촌 위에 전개되는 만 가지가 모두 가히 위대 장대하더이다. 나아가 심오함도 깊이가 한량없더이다.

아무리 고요가 강마을의 아침을 온통 지배하고 있다지만, 봄날 신록에 젖은 조용한 호숫가에 느닷없는 소요가 화엄천국의 정적을 일깨우고 있음이니, 이야말로 멈춘듯해도 어김없이 진행되는 펄펄 살아있는 대자연 그 생명력의 확고한 증빙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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