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산비둘기 훈계

조회수 18009 추천수 0 2011.10.19 00:24:37

산비둘기 훈계

 

부부금슬이 좋기로 이름난 산비둘기 녀석들은 소심하기로 또한 소문이 자자합니다. 먹이를 내민 손바닥에 오를 정도로 도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우호적인 집비둘기 일컬어 닭둘기를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을 땐 서로가 의지를 더해서 그런지 비교적 우호적인 편입니다. 어느 정도껏 가까이 접근함도 허용한답니다.

pigeon0.jpg 

덕분에 한갓진 겨우 똑딱이 디지털 사진기로도 이 정도까지 접근해 붉은색 눈동자까지 찍을 수가 있었습니다. 대충 짐작에 그칠 뿐 어느 쪽이 낭군이고 누가 색시인진 묻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혼자 있는 산비둘기 녀석을 누옥 근처 소철나무에서 만났습니다. 아마도 잠자리를 고르는 중이겠거니, 다소 이른 저녁나절임에도 벌써 낮은 나무 틈에서 버석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참! 부엉이처럼 극히 일부 밤에도 눈 밝은 야행성 새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다수 조류들은 야맹증이 워낙 깊은 편입니다. 하매 조금만 어둠이 깊어지면 꼼짝을 하지 못합니다. 그중에서도 산비둘긴 유난스러울 정도로 밤눈이 어둡습니다.

덕분에 광선조차 넉넉한 때 이른 초저녁 아주 가까운 곳에서 녀석의 뜨아해 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 휴식을 방해하는 내가 귀찮았겠죠, 혼자 구시렁대는 소리가 아닌 게 아니라 들려왔습니다.

pigeon1.jpg 

 

“거 참, 공처럼 못생긴 학도 내 생전 처음 봅니다요.”

제까짓 녀석이 살면 얼마나 세상을 살았다고 생전 운운하는지, 게다가 딱히 지은 죄도 없이 무고한 타박 한소리 듣는 학이 다소간 섭섭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아무리 솔직한 게 옳은 일이긴 하다만, 말인즉슨 너무 심하지 않니?”

“흠! 누가 그랬죠? 너 자신을 알라고요?”

“어허! 버릇이 없어도 유분수지 어서 잘못했다고나 할 것이지…….”

“저 오늘밤 꿈자리 편하긴 날 샜지 싶네요.”

“이런, 이런! 너 내 손에 붙들리면 모가지 비튼다?”

“호! 아나, 나 잡아 보슈?”

아직 이른 저녁임을 믿고 산비둘기 녀석은 ‘꾸르륵’거리며 다시 하늘로 차고 올랐습니다. 여기보다 꿈자리가 편할 곳을 다시 물색할 요량이었겠지만, 저녁 황혼이 그림 같은 바탕에 또 한 장 씩씩한 산비둘기 실루엣 그림이 더해졌습니다. 찰나에 스쳐가는 모습이지만 참으로 천진스런 정경, 살아있는 생물체에게나 주어지는 힘차고 멋진 가슴 벅찬 장면이었습니다. 미처 사진으로 찍어둘 여지가 없었으니 그저 심상의 캔버스에 남겨둘 따름입니다.

녀석이 잠자리에서 불연히 쫓겨난 거나, 나 자신 새삼스럽지도 싫지도 않은 타박 한소리 들은 거나 쌤쌤이었으니, 일반적으론 여기까지가 작은 해프닝의 흔적 없는 종결이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총체적으로 난 순간을 영원 속에 또렷이 남기는 실증적인 방법을 모르지 않습니다.

 

“으하하!” 미욱한 산비둘기 녀석은 학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다만 한 가지 탈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계에 존속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태생적일 따름인 외모의 미추여부로 존속가치를 함부로 가볍게 판단해선 안 된다는 말은 공전의 진리랍니다.

 

함부로 또 자주 시행해선 안 되는 일인 줄은 알지만 어디 가서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말도록 교훈 한 마디는 꼭 전해줘야 했으니 하는 수 없이 약간의 도력을 발동해야했습니다. 하매 일단의 주문을 입에 잠시 한 소절 올린즉 제 까짓 녀석이 기를 쓰고 총알같이 날아가면 어딜 가겠습니까? 한참을 날아가 닿은 곳이 겨우 여기였습니다.

 pigeon2.jpg

 

역시 뭘 몰라서 그랬던 모양이더이다. 알아듣도록 조곤조곤 다독이는 목소리로 설득을 넣은 다음 벌칙으로다 꾸중 대신 뽀뽀 몇 방을 안겨줬죠. 그래도 성의껏 솔깃하게 주의를 기울여 새겨듣는 모습을 보니 그중 다행이었습니다.

 

네 덕이자 내 탓이란 언급처럼 무릇 인간세상 사회성이란 이와 같더이다. 원래 악성이라고 함부로 예단하기보단 미처 뭘 몰라서 문제가 발생될 따름이지 어른이 자신의 시기적 책무를 외면하지 않고 성의껏 다독여주면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태반의 사회문제는 미연에 방비될 것들임은 분명하더이다. (쉿! 녀석 모르긴 몰라도 니코틴 중독으로 고생깨나 해야 할 겁니다. 우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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