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섭생의 의미 5-5

조회수 9680 추천수 0 2012.11.01 00:15:34

 

어려울 것 없음은 모든 물성 안엔 신성이 들어있단 말과 내 안에 부처님이 들어있단 선문답은 당연할 따름이다. 이처럼 각기의 물성엔 나름대로의 본성과 이유를 갖추고 있고, 그를 바르게 헤아려 역행을 피해주면 그것이 바로 긴 진화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순리 순행의 원칙 곧 상식인 것이다.

 

짧게 살더라도 사는 동안만은 쾌락을 즐기며 살겠다면 그 또한 말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의식 없이 입과 혀와 위장의 찰나적 즐거움을 위해 맛난 음식을 단순히 식탐하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한다. 절제를 통해 인간미를 성장시키는 즐거움이 가벼운 혀와 뱃속을 달래는 즐거움보다 훨씬 크단 권유가 사방에서 잦았으면 싶다. 무의식 아래 행해지는 탐식은 육체의 고문뿐 아니라 정신력이 성장해야 할 여지를 비싸게 잠식, 탈취 당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릇 넘침이 미덕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맛난 음식을 양으로 실컷 먹으면서도 장수할 수 있는 팔자를 대중은 물론 왕후장상에게도 조물주는 결코 허용치 않으신다. 비만하면서도 지혜와 슬기와 덕성을 함께 갖추기란 보통 인간으로선 이루기 어려움 또한 사실이다. 역사가 쉽게 증명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음식도 골라먹는 시대가 됐다. 가장 기본적인 삶의 방편은 정복했단 뜻이다. 그러나 행위에서 절제와 자중함이 없다면 이의 유지와 평안 또한 오래 보장되지 못한단 사실을 우린 역사에서 주변에서 누 차례 봐왔다. 이런 이유로 난 텔레비전의 맛 기행, 탐식 요리 프로그램을 매우 싫어한다. 특히 간사한 혀만 살아있을 뿐 뜻도 모르는 젊은 리포터들의 ‘쫄깃해요, 쫀득해요’ 란 무가치한 형용사적 발언이 나올라치면 채널을 얼른 돌려버리거나 아예 꺼버린다. 한 치라도 더 맑아져야하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유혹 오도함이고, 사치 퇴폐의 시발이며, 정체를 넘어 퇴락의 시작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의 내재적 위험성이 의외로 간과되고 무시됨에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크고 강건한 댐이라도 개미구멍 하나로부터 도괴는 시발한단다. 언필칭 최고 지성이란 언론계의 무의식과 대중 영합을 탓함에 아울러, 역사상 내부로부터 붕괴된 나라치고 하나같이 사치 퇴락의 시작인 탐식 미식 등 호의호식에 빠지지 않는 곳이 없었음을 딱히 지적하고자 한다.

이에 근거할 때 팔이 안으로 굽는단 사정을 감안해도 우리 민족 재래 전통의 먹거리가 과학적 입장에서 가장 우수하단 발상은 쉽게 수긍할 수가 없다. 민족의 건강을 우선하는 실질보단 허식적 대중 의식과의 가볍고 일시적인 영합일 뿐이다. 따라서 짜고 맵고 뜨겁고 영양가 낮은 음식을 오로지 양으로 메우려 했던 부인할 수 없는 치명적 약점이 계속 감춰진 채 전승되어 내려오고 있다. 양적인 충족조차도 비교적 가까운 근세의 일일 따름이다. 지금도 우리 민족의 대장과 소장의 길이는 세계 민족 중에서 가장 길이가 길단 엄연함을 상기해야한다. 몸은 말라도 배는 뽈록한 모습이란 빈약한 영양분을 가급적 많이 흡수하려는 신체장기의 안간힘인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인간 수명이 대폭 늘어난 현상도 먹거리 향상보다 유아사망률의 급격한 저감을 불러온 예방의학을 위시로 진단의학, 약학, 외과수술 등 의술의 급속한 발달에 절대 기인했음은 자명하다.

이제까지 수년을 지나오는 단독섭생생활 중에서 크게 느낀 점 하나라면 다름 아닌 맛난 음식이야말로 현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축복 중의 하나란 점이다. 더구나 그런 축복을 조차 양보 절제함으로서 비로소 건강 장생할 수 있는 비결을 얻었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이란 수고와 성과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 있게 사먹는 단골식당 짜장면 한 그릇으로 충분하니, 내 행복에 드는 비용은 참 싸서 좋다.

 

하루 빨리 벗어 던져야 할 호의호식이란 유치찬란한 단어가 우리 민족에겐 고래로부터 최대의 행복지표로 유전되어 왔으나, 이에 가려져 있는 천민근성을 간과해선 옳지 않았던 것, 워낙 먹거리가 일천했던 시절의 한 맺힌 절규였을 뿐 이상적 행복지표로서의 고매한 표현은 결코 아니었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식 종류만큼 사는 길도 많을 것 같지만, 거듭 강조하거니와 ‘축복도 절제’가 건강장수의 최적비결인 것이다.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축복과 즐길 권리조차도 다소곳이 일부나마 양보함으로서 얻어지는 신체의 자생적 여지와 심보의 정당성은 그 뭣으로도 채워선 안 되는 더없이 귀한 빈자리, 그런 값비싼 공석을 싸구려 쾌락적 욕구로 함부로 채워서 얻어지는 환란을 ‘무의식적 자살’이라 칭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긴 어차피 한걸음 차이로 단명한 세상 결코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단 전제아래, 원도 한도 없도록 짧고 강렬하게 불태우듯 살다가겠다면 그도 말릴 도리는 없겠지만…….

 

탐심이 앞서면서 생각이 사악함으로 흐르지 않을 재간은 없다. 해봤자 흉내 내기 위선일 뿐 사악한 정신을 가지고 선행이 옳게 행사되기도 힘들다. 너나없이 모두를 힘들게 하는 패망의 시발점이 결국 탐심 하나로부터 기인함인즉 먼저 자신의 혀 하나만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면 고약한 악습도 의외로 간단히 제어할 수 있음이란 너무 쉬운 비결이자 큰 위안이다. 늦고 이르고 때는 정해진바 없으니 이제가 시작이다. 시작은 작아도 결과는 자신과 이웃은 물론 온 지구를 되살릴 만큼 효과는 엄청나다.

 

육신의 태생적 고질적 한계 때문에 난 건강하게 오래 장수할 수 없음을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 사라졌어야 할 신상이 아직껏 버티고 견뎌주고 있음엔 이유가 없지 않음이니, 이를 더 늦기 전에 주변에 널리 알리고 권유하고 싶다.

분명히 제한된 육신이지만 장생의 비결이 섭생 단순화에 있단 평범한 진실이 실상에서 널리 회자되고 행사되길 바라거니와, 덕택에 맑게 줘지는 보너스 그의 여백을 선용해 인간미 향상을 우리 서로 경쟁하자거니, 천재들에게서 발현되는 문화 예술적 성과에 감탄하며 누리고 축복하다가 혹간 질투도 해가며 사는데 까지 함께 어울려 살게 되길 간절히 원할 따름이다. (끝)

 

*자연수상록 '한 스푼'(어문학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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