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의 꽃
팔십 평생을 이곳에서 농사만 지으셨다는 신 씨 할아버지, 강 씨 할머니께서도 난생 처음 보신다는 꽃, 일생에 단 한 번만 봐도 행운이 더미로 보장된다는 진귀하기 짝이 없는 꽃, 지당한 듯하면서도 매우 특별한 바로 ‘고구마’ 꽃입니다.
영락없이 농촌 도처에 흔한 우리네 토종 메꽃 혹은 나팔꽃을 쏙 빼닮았습니다.
학이도 말만 들었을 뿐 부러움 절반 호기심 절반 속에 은근히 매년 수소문했지만, 고구마도 꽃이 피냐고 되레 되물음을 듣기만 했음에 기실 기대심을 아예 내려놓고 있던 참입니다. 이곳 마을에서 부르는 이름은 고구마라도 ‘호박고구마’라고 지칭하더니 꼭 이 종류만 올해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식물이 애써 꽃을 피웠으면 당연히 뒤에 열매가 달려주랴 기대하며 길게 곳곳을 살폈지만 어디에도 열매는 달리지 않았습니다. 알뿌리로만 오랜 기간 번식시키느라 개화와 결실의 습성조차도 이젠 거의 잊은 듯하더이다.
게다가 이처럼 진귀하기 짝이 없는 호박고구마 꽃이 한 곳도 아닌 무려 세 곳에서 거의 동시에 와르르 함께 피워냈답니다. 이 무슨 곡절인지 이유를 알 순 없어도 우린 그저 행운을 그만큼 안아 들이면 됩니다. 물론 나는 조금 덜어낼 작정입니다. 뭐든 넘치는 건 질색이거든요.
워낙 귀하다 해선지 알 수 없는 신비스러운 광선이 나팔을 닮은 꽃송이에서 마구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도 실지 우리 인간의 눈엔 보이지 않는, 곤충의 눈과 카메라 렌즈라야만 잡아낼 수 있는 독특한 한외 자외선인 때문입니다.
올해 풍년이 들었다 해서 이후에 다시 만난다는 기약도 물론 없음이니 어서 바짝 안아 들이셔서 벗님들 가내에 두루 행운이 가득 채워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