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스님 “4대강사업 두고 보는 건 불교 부정하는 것”

조회수 15384 추천수 0 2009.12.07 18:43:57
여왕개미를 꿈꾼다
산다는 일이 참으로 죄스러운 세상입니다. 돈만 된다면 죽이고, 파헤치고, 허무는 일을 예사로 여기는 권력과 자본의 탐욕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왜 이리도 눈물겨운지요.
 
이명박 대통령께서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이름을 빌려 4대강 사업 강행을 선언했습니다.
 
“대운하를 하려면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것이고…”라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대운하 사업의 전단계임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다 알다시피 대운하 사업은 국토의 생명줄인 강물을 인위적으로 가두는 행위입니다.
 
한반도의 대지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을 기르는 자연의 힘을 죽인다는 점에서, 그 어떤 살상보다도 무거운 악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은 인위적으로 만든 청계천처럼 단순히 물을 흘려보내는 곳이 아닙니다.
 
굽이돌고 여울지며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은 몸을 스스로 치유하고, 물고기와 새들을 품에 안고 기르는 살아 있는 생명체입니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생명의 젖줄입니다. 4대강 사업은 바로 이러한 생명의 순환고리를 끊는 가장 나쁜 형태의 살생입니다.
 
4대강 사업은 거대한 ‘인공의 강’에 ‘자연의 강’을 수장시키는 행위와 다를 바 없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의 임기 내의 경기 부양과 가시적 업적을 위해 한반도의 미래를 걸고 벌이는 도박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이 이명박 정권에 우군으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새만금 때도 그랬습니다. 서해안 시대 운운하면서 끝없이 장밋빛 환상을 심어 줌으로써 다수의 반대 여론을 무마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습니까? 경제적 가치를 따져도 가장 중요한 갯벌만 사라졌습니다. 애초의 계획은 실종됐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4대강 사업은 청계천이나 새만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국토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의 전국토적 파괴는 이전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재앙입니다. 강의 자연성을 죽이고 하나의 기계 부품 같은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직감적으로 반대를 하고 많은 전문가들이나 시민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축하고 있습니다.
 
오만과 무지의 결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보다 더 잘 보여 줄 수는 없을 겁니다.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이나 예산 낭비, 억지 논리와 거짓 주장에 대해서는 합리적 반박 논리가 이미 많이 나와 있으므로 같은 말을 반복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불자라면 마땅히 행동 규범으로 삼아야 할 5계의 관점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첫째, 살생하지 말라는 가르침에 입각해 보십시다.
 
대규모 준설로 생태계를 교란하고, 수중보로 물 흐름을 왜곡시키는 것은 개별적 살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량 살생 행위입니다. 생계를 위해서 어부가 물고기를 잡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입니다.
 
둘째, 도둑질하지 말라는 가르침에 비추어 보자면, 도둑질보다 더 고약한 약탈 행위입니다. 물고기와 새들의 생존 기반을 빼앗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음행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4대강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 쉽지만 그 가르침의 근본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면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드러냅니다.
 
불사음은 육체에 대한 탐착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에 그토록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입니다.
 
가치의 중심을 물질에 둔 사고의 결과입니다. 오로지 더 잘 먹고 쓰고 버리는 데서 행복을 찾는 물질적 삶, 소유의 삶, 육체적 삶에 갇힌 발상입니다.
 
넷째, 거짓말하지 말라는 가르침에 비추어도 허물이 큽니다.
 
현재 정부에서 강변하는 4대강 개발 논리를 보면 사실 왜곡과 억지가 많습니다.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쓰일 자리가 아닙니다. 일자리 창출 논리도 상당히 부풀려져 있지만,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몇 년간의 임시적 고용을 위해 국토를 항구적인 불구 상태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수질 개선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것은 곧 진실을 말하라는 것입니다. 정부의 주장은 진실과 거리가 멉니다.
 
다섯째,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행위는 인류의 문화적 산물입니다. 술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닙니다.
 
부처님 당시의 인도 사회에서도 음주는 금기사항이 아니었던 걸로 압니다.
 
그런데 왜 부처님의 불음주를 오계에 넣었을까요? 정신을 혼미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음주가 일으키는 병폐는 심각합니다. 술은 불완전한 인간들로 하여금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일으키게 합니다.
 
앞의 네 가지 계율을 어기게 만듭니다. 부처님은 바로 이 점을 걱정하신 겁니다.
 
술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맑은 정신으로 살라는 당부인 것입니다. 정부의 4대강 개발 논리는 맑은 정신 상태라면 나올 수 없는 것들입니다.
 
불가에서는 일체중생을 불성을 지닌 존재로 봅니다.
 
세상 만물을 부처의 현현으로 여깁니다. 나와 너, 나와 세상, 나와 자연이 둘이 아니라고 배우고 가르칩니다.
 
범망경에 이르기를 “모든 땅과 물은 나의 옛 몸이고, 모든 물과 바람은 나의 본체”라고 했습니다. 4대강 개발은 부처님의 법신을 허무는 일이고 생명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일입니다.
 
반생명 반평화로 가는 미망의 기획입니다. 불교에서 이를 그냥 두고 본다는 것은 불교의 사회적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제방의 원로대덕 스님들과 새로 출범한 조계종단의 어른 스님들께서는 저를 비롯한 모든 불자들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키면서 부처님 법답게 한 세상 살다 갈 수 있도록 지혜와 자비의 방편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부디 우리의 강을 돈과 욕망의 배출구로 만들지 마시고,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한 생명의 강이 되도록 현명한 지도력을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만이라도 저 강물 속에 인간의 말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물고기가 살고 있고, 저 비 내리는 겨울숲에 어미를 기다리는 어린 새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십시요.
 
어떤 편견도 없이 순리대로 만물을 살리는 산과 강의 마음으로 정치를 해 주십시요. 강을 더럽힌 우리 삶을 바로 잡아 항구적으로 강을 살리는 길을 열어 주십시요. 그것이 진정 강을 살리는 길입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화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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