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그리운 님에게로)
눈을 크게 떠도 잘 보이지 않는 봄꽃, 이것이 펼쳐지면,
거기 ‘누운주름잎’ 크기는 꼭 콩알 만 한 그 안에 쓰여 있는 노란색 짙은
연서를 읽어주세요. 누가 썼냐고요?
‘재니등에’가 학이의 당부를 받자와 이처럼 열심히 또 정성껏 썼나이다.
가평골 유명한 ‘잣‘이오, 빼곡히 알찬 놈으로 골라 동동주를 담갔나이다.
‘명자꽃’ 잔 받침까지 그럴듯하니 술잔으로 삼긴 그저 좋을 듯하오.
흥에 겨우면 한창 무르익은 제철 ‘참두릅‘ 안주 삼아 잔나누고 싶거니와-
음악이 고프걸랑 ‘들현호색‘ 호른합주도 그럴듯하리이다.
향기조차 그리우면 제철 ‘조팝나무‘ 한 아름도 데려다 놓자고요.
은은한 조명을 위해 ‘할미꽃’ 등잔에 호롱불 한등도 밝혀두겠소.
기왕이라면 둘만의 탁자엔 ‘흰민들레’ 촛불도 일촉쯤 밝히오리까?
잡인들은 물렀도록 당랑장군 ‘사마귀’ 파수꾼도 세워두었소.
‘꽃잔디’ 양탄자로 활짝 펼친 곳-
‘진달래‘ 솟을대문도 활짝 열려있나니-
‘제비꽃’ 가로등 밝혀진 곳을 넌지시 따라만 오시면 되오.
나는야 기다림에 선수, 텃밭 ‘갓’의 초록 봉오리가 모두 노랑으로 꽃피고-
-또 질 때까지 망연히 기다릴 테요, 너를!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