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둔갑술 은신술

조회수 20856 추천수 0 2011.10.16 00:39:55

둔갑술 은신술

 

잎새에 머물러 있을 때 외부에서 어떤 위험성이 감지되면 그 즉시 ‘자벌레’는 깜냥의 지능을 최대한 발휘해 마치 자신이 떨어져나간 잎새 테두리의 일부인 냥 이 같은 모습을 절대로 풀지 않습니다.

둔갑1.jpg 

색상도 영락없이 잎새의 그것입니다. 원론적인 구조학을 벌써 꿰고 있다는 증빙이며, 자세가 풀리면 곧 죽는 줄 알고 나름대로 심각합니다.

 

불가피 몸을 움직여 달아나야 할 땐 당연히 예의 한자 두자 뼘 재기 활기찬 온몸 굴신운동이지요, 나름대로 빠른 척 합니다. 난 이를 오메가 뛰기라 이름 해 주었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잎새에서 가지로 위치가 바뀌면 졸지에 이렇게 됩니다.

 

둔갑2.jpg 

 

“나? 이젠 나뭇가지!”란 뜻입니다. 배꼽을 잡고 웃지 않을 수 없는 천연덕스러운 이번엔 비교분석학 즉 ‘둔갑술’의 또렷한 발동입니다. 가지에 매달리는 각도까지 주변의 다른 것들과 어찌나 성의껏 교묘하게 일치시키는지 다만 놀라울 뿐입니다. 성충도 아닌 세상 경험이라곤 일천한 유충의 입장임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고지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인간보다 훨씬 긴 세월을 지구촌에서 생을 대대로 이어 내려왔다지만,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적응력과 응용력의 발동을 지금에 보고 있음입니다.

역시 최대한의 성의를 발휘해 터질 듯 팽팽하니 기운이 들어간 자벌레 녀석의 빤한 ‘둔갑술’을 시험해보려 이번엔 손가락 끝으로 살짝 퉁겨보면, 행여나 내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탱그르르” 탄력까지 발휘해 줍니다. 결국 이 대목에서 난 혼자 뒤집어지고 맙니다. 눈물도 한 방울쯤 강제로 맺힌답니다, 그러니 한갓 작고도 작은 일개 애벌레라고 사소하게 여기지 말고 아는 만큼 보다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주기로 합시다,

 

한 백배쯤? 가녀린 듯 치밀한 듯 삶의 요령을 펼쳐 나가던 자벌레도 힘써 먹이를 먹으며 달포 만에 덩치를 이만큼이나 거북스럽게 키워냈습니다. 덩치가 커지면서 천적인 새들의 눈에도 잘 띄게 되자 본능처럼 머리 위 부분에 마치 날카로운 뱀눈 모양의 보호무늬가 생겨났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전형적인 ‘위장술’이랄 수 있음에 하여간 여러모로 신기하고 다재다능한 곤충임엔 틀림없습니다. 이제 곧 마지막 단계인 고치 후의 우화과정으로 들 것 같습니다. 팔자 변환의 마지막 극적인 과정인 것입니다.

 

둔갑3.jpg

 

 

어떤 멋진 모습으로 마저 우화해 지구 천지를 등선하듯 펄펄 누비고 다닐지 궁금합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한다.’고 하던데, 그때도 애벌레 적처럼 고도로 높은 지능을 발휘하고 또 영위할까요?

 

* 정석이 아닌 바에야 우린 가볍게 여기지만, 기왕에 이곳 세상의 술수인 ‘둔갑술, 위장술’이란 말이 나온 김에 내 산골짝에선 흔한 ‘은신술’ 한 가지를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은밀한 천기라도 작기에 이 정도는 누설해도 괜찮지 싶으니, 다름 아닌 경험 많은 노루의 자기방어용 술책인 ‘은신술’을 말함입니다.

산책 나갔다가 누옥으로 돌아오는 피할 데 없는 길목에서 노루가 나와 딱 마주치자 옆에 마침 농익은 갈대밭으로 급히 뛰어들더니 “여기 노루 없다.”라며 귀만 쫑긋 세우고 숨조차 죽인 채 미동도 없이 멈춰 서서 나름 감쪽같이 은신한 모습입니다.

 

 노루.JPG

녀석과 나와의 지근거리는 불과 3-4미터, 주위가 노루 녀석의 옷 색깔과 워낙 흡사함에 모르고 지나치는 척 태연하게 계속 진행하다가 사진기만 옆으로 슬쩍 돌리고 찍었기에 망정이지 참말 감쪽같은 ‘은신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충분히 장성한 경험 많은 노루 녀석의 제법 능란한 술수였지만, 결국엔 학이가 녀석을 도리어 허허실실 수법으로 증명사진까지 남기는 등 얼마든지 잘 상대한 셈이죠, 그렇고 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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