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좀 빌려주세요)

 

땡볕에 바짝 구워진 대기에서 ‘훅훅’ 단내가 날 정도로 염천이던 날, 견디기 힘들어 어디 그늘을 찾으려 어슬렁거릴 때 아까부터 주위를 어른거리던 ‘측범잠자리’ 한 녀석이 저도 좀 쉬게 해달라고 하도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손가락 하나를 내줘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부득불 오른손만을 내달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이 또한 양보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덕분에 불편하게 왼손으로 촬영을 하느라 어색한 자세를 힘들게 취해야 했습니다. 너도 나처럼 삶에 있어 유머의 묘미를 아는 개구진 녀석이 틀림없습니다.

 

손 잠자리.jpg

 

집게손가락에 하도 단단히 달라 붙어있는 바람에 좋은 배경을 찾아 이곳저곳을 여유롭게 옮겨 다녀도 내내 능청스럽기만 했습니다. 나도 좀 쉬고 싶은데 난 어쩌라고……, 나중엔 네 날개까지 다소곳이 접고 아예 깊숙이 낮잠에 들어버린 듯 했습니다. 마침 ‘노랑코스모스’에 빠져든 꿀벌 녀석도 찌는 듯한 더위란 아랑곳없이 그저 꽃술에 코를 박고 뒤적이며 단 꿀 모으기에 열중하는 모습과 조화롭게 결부시켰습니다. 덕분에 삶는 듯 찌는 듯 더위도 아랑곳없이 잠깐은 잊을 수 있었으니, 나야 그늘 밖에서 더위를 좀 먹거나 말거나 이래저래 쉴 틈 없이 차고 넘치는 복된 한날이었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540 아시아 지속가능한관광 남해 국제대회 imagefile 조홍섭 2012-06-08 11807
539 오키나와 듀공 살리기, 서명 부탁합니다 imagefile 조홍섭 2013-11-20 11809
538 다른 삶을 이야기한다, '전환의 상상력' 컨퍼런스 조홍섭 2011-10-10 11829
537 '모래의 반란', 4대강 사업 고발 영화 상영 조홍섭 2011-10-14 11855
536 4대강 재자연화 특별법 제정, 4대강 수질 및 수생태계 문제 진단을 위한 워크숍 조홍섭 2012-11-23 11887
535 '원자력클러스터, 경북을 살리는 길인가?' 토론회 조홍섭 2011-10-12 11896
534 [포토에세이] 겨울 불침번 imagefile kocyoung 2012-01-03 11911
533 [에세이] 독(毒)을 먹다 imagefile 고충녕 2013-05-30 11912
532 [포토에세이] 복 많은 멍청이 imagefile 고충녕 2012-04-26 11926
531 [에세이] 여름에 온 손님 imagefile 고충녕 2013-07-31 11938
530 호랑이 융합 포럼 조홍섭 2013-02-12 11943
529 [화보]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 imagefile 물바람숲 2012-11-05 11976
528 국립수목원에 어린이 정원 놀이터 생겨 조홍섭 2014-06-24 11988
527 구제역 발생 2년,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 발표 기자회견문 조홍섭 2012-11-29 12019
» [포토에세이] 손 좀 빌려주세요 imagefile kocyoung 2011-11-15 12019
525 클린 원정대 (명상편지 6) pumuri 2011-08-24 12057
524 뭘 보니 ...무얼 생각해? minchmin 2012-04-15 12089
523 <한국수자원학회 긴급 토론회> 낙동강 보의 안전성 검토 조홍섭 2012-11-22 12092
522 제10회 환경책큰잔치 열려 조홍섭 2011-11-03 12101
521 신응수 대목장 특강 ‘문화재 복원 나무이야기’ 조홍섭 2011-10-14 12102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