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찬
10월도 마지막 날도 다 저무는 오후, 근동에 딱 한 그루 겨우 남아있는 늦둥이 ‘쑥부쟁이’ 꽃 바탕에 골짜기에서 알만한 나비들은 거의 다 모였지 싶습니다. 꽃도 끝물이고 나비들도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대자연이 자비로서 내리시는 마지막 만찬임이 분명합니다. 이를 잘 이해하는지 서로들 일점의 엉킴도 다툼도 없이 무한정 평화스럽게 어울리고 있습니다.
‘작은주홍부전나비, 푸른부전나비, 남방부전나비’ 아차! 딱정벌레, 등 등…….
쑥부쟁이 마지막 만찬장에 모인 식구들은 도대체 몇이나 될까요? 나보다 예들이 더 잘 압니다. 이곳이 이 산골짜기에 남은 올해 마지막 꽃모임이란 거, 그런 지극히 복된 축제의 자리 슬로시티에 벗님들을 필연코 초대하겠습니다. 숨이야 쉬는 둥 마는 둥 무아지경 몰입 속에서 한 친구씩 이웃을 찬찬히 헤아리는 정묘한 시간동안 벗님들께오서도 학이와 함께 화엄경 천국의 일각에 엄연히 드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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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서! 기꺼이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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