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야! 어미여!)
숨차게 지내온 오늘의 사진여정으로부터 잠시 한숨을 돌리기 위해 앉아 쉬고 있던 초원에서 막상 발 앞에 사진기를 들이댔을 땐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한시도 쉴 새 없이 꼼지락거리는 거미의 크기가 작기도 했거니와 학이 눈도 다년간 되우 혹사된 덕분에 그리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또 하나의 거미 초상을 헛일 삼아 찍어 본다는 가벼운 심정이었을 뿐, 따라서 어차피 앉아 쉬고자 함이니 바삐 달아나는 녀석을 악착같이 쫓지도 않았고 촬영도 어설프게 겨우 한 장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재로 돌아와 막상 컴퓨터에 넣고 모니터에 올라오는 화상을 들여다보곤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가슴 한구석이 뭉클토록 애틋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바로 어미 ‘늑대거미’가 알에서 깨어난 제 새끼들을 몽땅 등에 올려서 지고 다니는 지극한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거미야! 어미여!
살아있는 제 몸까지 새끼들의 먹이로 제공할 정도로 말로만 듣던 어미 늑대거미의 극진한 모성애를 나는 무심결에 들여다봤던 겁니다. 이래서 뜻하지 않은 감동으로 충만한 대자연의 깊은 원리와 의미에 난 감탄을 넘어 무작정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