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섭생의 의미 2-5

조회수 13437 추천수 0 2012.10.29 00:40:44

맛과 혀를 가급적 도외시 한다고 했으나 섭생의 기본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단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절제하되 혀의 감각에만 무책임하게 맡기지 않는단 말이 옳다.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때때로 일지언정 생 배추를 간식 삼아 먹는 일이 많아졌다. 장보길 할 때 일부러 쌈 배추 몇 통을 구입해 있을 동안은 짬짬이 먹어준다. 이 사소할 것 같은 배추 보충의 효과가 대단히 좋다. 우선 닷새 일회의 용변에도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음은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물론 식욕이 없으면 배추 잎사귀 두 장으로 종종 한 끼 식사를 때우기도 한다. 배추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야채들이란 냉장고에 넣어둬도 오래가지 못함엔 다소 유감이 있다.

 

다음으로 각별히 먹기에 신경 쓰는 요소는 콩이다. 특히 겨울철처럼 먹거리가 많이 단순해지고 신선도 또한 보장될 수 없는 경우엔 콩을 볶아 자주 간식 삼아 먹어줌으로서 콩 단백질의 영양은 물론 치아와 악관절의 건강을 포함, 두뇌의 자극적 건강까지 함께 돌보는 것이다. 이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들여진 가문의 전통적 습성으로서 점차 나이가 드는 근래에 들어 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난 이제껏 50평생을 살아오면서 치과병원 문턱을 단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음이란 반드시 이의 결과라고 확신한다. 더욱이 여분의 양을 조금만 더 늘여두면 겨울철 콩은 내게만 좋은 게 아니라 동면에 들지 않는 산속 생물들에게도 공히 좋다.

 

다음으론 의도적인 소금기 섭취를 일절 금했다. 언젠가 모 방송에서 우리 민족의 염분 섭취량이 세계 평균치보다 무려 3배를 웃돈단 말을 들은 이후의 일이고, 평상시에 먹는 김치와 장류 또는 가끔씩 라면을 통해 흡수하는 양만으로도 전혀 모자람이 없단 사실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삼겹살도 된장 고추장에 찍어먹을 뿐 삶은 감자처럼 달걀 프라이를 할 때도 소금을 전혀 넣지 않는다. 포장 김을 살 때도 소금 친 걸 일부러 피한다. 소금만이 아니라 간장과 함께 언제부턴가 인공감미료 자체를 아예 구비하지 않고 있다. 남들이 유별나게 좋아하는 매운 청양고추를 먹지 않은지는 이미 5년이 넘었다.

소금 배제와 함께 실천하려 했으나 아직 온전히 실천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구운 음식이다. 구워짐을 넘어 탄 음식은 염분과다에 못지않게 무서운 해악을 끼친다지만, 온전히 멀리하기엔 내 요리방식이 워낙 단순하다보니 이것은 알고도 먹는다. 꺼리긴 고열의 기름에 튀긴 음식도 마찬가지다.

결정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이뤄지지 않는 섭생이 꼭 한 가지 있다면 바로 과일 부족이다. 1년 통 털어 몇과 되진 않아도 기필코 노력하진 않는다. 그러나 알밤 떨어지는 한철이면 하루 한 끼는 삶은 밤으로 때우기도 하고 감도 작년부턴 눈에 띄는 대로 재미삼아 놀이삼아 하나씩 먹어 둔다. 헌데 알밤이 과실일 순 있어도 과일이랄 수 있을까? 감은?

 

최고의 식단을 버리고 상식적인 식성에 그침으로서 생체 활성도가 높아지고 자연치유력이 상승됨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덜어냄으로서 오히려 몸속에 누적되어있던 독기가 사라지고 자연치유력이 제 역할을 찾아가기 시작했음은 뭣에 비하지 못할 커다란 소득이었다. 덜어냄이란 표현은 단순히 심리적인 의욕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실지로 섭취되는 음식물의 양을 말함이다.

 

탄수화물 즉 곡물이 주식이기에 우리 민족이 한 끼에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소화기관 내분비기관이 감당하는 노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바로 이것이 우리 민족에게 당뇨와 위암이 특히 많은 요인인 것으로 사료된다.

위액 이자액도 물론이지만 쓸개에서 담즙이 배출되는 양은 하루 1.5리터를 넘길 정도로 막대한 양이니 단순 소화를 넘어 혹사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다량의 강산성 소화액을 생산하고 배출함으로 인해 장기가 감당하는 직 간접적인 손해와 해독은 여러 곳으로 파급되어진다. 따라서 음식물의 질을 높이는 대신 곡물 위주로 되어있는 전체적인 섭취의 양은 대폭 줄일 필요는 참으로 절실하다. 이를 난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 방식으로 적극 개선을 보고 있다. 이울러 전술한 바처럼 배가 부를 정도의 포식은 극력 피함이다.

 

혼자 사는 여건상 양적으로 보관이 어려울 땐 발효식품이 보관상 이점이 있으나 장류를 빼면 발효된 음식은 오히려 줄었다. 장류라야 대부분은 고추장 한가지로 사철을 때운다. 고성능의 청국장을 특히 좋아하지만 조리방법이 까다로워 드물게 접한다.

날것은 소화계통이 어지간히 튼튼한 입장이 아니라면 소화에 다소 부담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날것 생걸 소화시키기 위해 여러 장기들이 벌이는 노고는 생각보다 막중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발효식품은 외부 미생물이나 유용세균에 의해 일차 바깥에서 소화가 된 부드러운 음식이기에 건강한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특히 유용하다. 발효과정을 거침으로서 원 물질보다 아미노산을 비롯해 필수 단백질의 양과 질이 달라진 것도 유념할 만하다. 따라서 와병 중이거나 허약한 체질이라면 날것 섭취는 가급적 피함이 옳다.

 

일상생활을 단출하게 가짐이 원칙이나 생각만은 깊고도 긍정적으로 가지려 애를 쓴다. 그에 따라 하루에 즐기는 커피만 해도 가볍게 10잔을 넘긴다. 내게 있어 일상의 음식 사치는 이것으로 족하고 특히 부담을 느끼기 전엔 변동치 않을 것 같다. 커피 분량과 써지는 글의 양은 분명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집 주변 참숲 곳곳에 이름난 좋은 약초가 널려있음도 안다. 절반의 호기심과 절반의 운동 삼아 철따라 쑥, 고비고사리, 더덕 정도는 가끔씩 채취해 먹긴 해도 다른 약초에 대한 욕구는 전혀 없다. 질병 치료를 위한 절박함이 아니라면 단순 몸보신을 위한 섭생은 결코 허용치 않는다. 내 손으로 직접 채취한 여러 분의 산삼조차도 문장으로 표현하기 위해 경험 삼아 큰맘 먹고 먹어준 못난이 하나를 제외하면 돈으로 바꾼 것 하나 없이 다 거저 희사하고 말았다. 불가피하기로 다소 무리랄 정도로 술을 마셨을 경우 숙취 해소를 위해 참 당귀 잎새 한 장을 맑은 물에 씻어 날것으로 씹어 먹어 쉽게 효과를 본 적은 몇 번 된다. 이처럼 흔하고 흔한 참 당귀야말로 내겐 산삼보다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건강한 이웃인 것이다. 당귀조차도 건강한 잎새만 아주 가끔 한 장씩 신세를 질 뿐, 원래 약효가 집중된 뿌리는 아까워서 손대지 않는다. (계속)

*자연수상록 '한 스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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