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섭생의 의미 4-5

조회수 11491 추천수 0 2012.10.31 00:14:36

편식과 포만 과식 이상으로 나쁜 습성이 또한 기이식이다. 몬도가네 식 탐식기행은 그를 추종하는 만큼 정신세계의 경건함을 피할 수 없이 잠식한단 선언은 진실일 뿐 과장이 아니다. 체내에서 소화시킨 경험도 없고 따라서 소화능력도 전혀 갖춰지지 않은 기이식을 몸에 좋을 거란 단지 소문만으로 섭취한다면, 그동안의 심신 안정은 일순에 깨어질 확률만 높아질 따름인 것이다. 혀의 만족이란 단지 입맛 하나를 위해 영혼과 신체의 리듬을 탐욕을 앞세운 공연한 실험의 대가로 비싸게 지불하는 셈일 따름이다.

 

육신에게도 제 체질과 방식대로 펼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위한단 깜냥에 먼저 앞질러 감으로써 독을 채우지 말일이다. 이해와 깨우침이 없는 앞지름 즉 탐심은 잘해야 비만 나아가 누적된 해독으로 작용하기가 일반이다.

생체가 자연스럽게 할 일과 약과 음식으로 보충해야 할 일이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음을 알면 좋다. 생체의 복원능력을 돕는단 의미를 넘어 약과 음식으로서 건강을 모두 감당하려고 한다면 결국 생체는 자생적 임무가 약화됨을 지나 퇴화될 것이고, 약과 맛있는 음식으로 계속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원리는 세상엔 없다. 먹지 못해 얻어지는 병은 충분히 가벼우나 넘쳐서 얻어지는 질병은 역시 무겁다. 현대에 와서 얻어지는 대부분의 질병은 비싸게 사서 얻는 것들이 많다.

 

인간의 육체는 비상시를 대비해 잉여영양분을 쌓아두려는 예비적 본능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잉여영양분이 수명을 오히려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무원고립 비상시를 대비해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지방을 비축할 건지, 건강 장수를 위한 절식을 선택할 건지는 개인별 형편에 따라 선택되어질 내용이지만, 몸에 좋고 맛난 것만 골라먹는단 현실 만족형 취향은 미래 수명 단축을 적극 담보한단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주 가끔씩 호화로운 음식을 즐기는 일이야말로 감사함을 알고 즐긴다면 축복이며 또한 찬양할 만한 일이다. 감사할 줄 알고 이웃에 자랑하지 않는단 엄중한 조건 아래라면 바깥 세상에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딱한 이웃들이 많단 사실도 아주 가끔씩은 잊어도 묵인 용인될 순 있겠다. 분에 넘침에도 쾌락적 횟수가 잦거나 염치없이 이웃에 자랑을 일삼으면 장담하거니와 틀림없이 비싸게 사서 구하는 병 된다.

 

운동과 노동, 수고와 고생의 차이처럼 과다한 음식은 역효과임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건강도 일상에서 질적으로 찾아야지 은행에 돈 쌓아두듯 양적으로 누적 보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병행해 약에도 반드시 독이 묻어있단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병이 급할 땐 당연히 서둘러 올바른 약을 써야겠지만, 다른 한 가지는 희생시킬 각오를 하고 써야하는 것이다. 혹독한 질병을 치유하자면 그보다 더 지독한 약이 필요함이며, 부작용 없이 완전한 명약도 우리 세상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마시는 차 종류만 해도 어디어디에 좋단 강조가 많다. 그러나 위에 좋단 차도 위가 든든한 사람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 더 좋아질 일 없음은 물론이려니와 엉뚱한 곳에 부작용을 되려 쌓아준다. 특히 부실한 곳이 있을 경우에 한해 해당된 차를 마시면 차 이상의 치료 효과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나, 결과가 좋아지면 즉시 끊음이 원칙이다. 아무리 몸에 좋단 차라도 내게 소용되지 않으면 독 된단 엄중함을 인식해야한다.

무조건 몸에 좋단 말은 무조건 틀리다. 10여 가지 다양한 약재를 차로 만들어 물대신 상식하는 경우도 본적이 있으나, 그의 건강은 나보다 오히려 못하다. 강골일 뿐 원래 약골이 아니었음에도 내분비, 면역체계에서 늘 잔병을 안고 산다. 몸에 이상이 나타나면 사용되는 약재들이 자꾸 더 강화되고 누적되는 독성은 이젠 종류조차 늘여가고 마는 것이다. 몸이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을 아무리 값비싸고 좋은 약재라도 부작용 없이 대신해 주진 못하는 것, 몸이 갖춰야 할 방어막을 오히려 약물이 가로챔이다.

약간의 호사를 원한다면 다양한 종류의 차를 번갈아 가끔씩 마실 걸 차라리 권하고 싶다. 그조차도 정신 건강에 좋을 뿐 육신의 건강엔 적극적인 도움이 되어주지 않는단 정도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사람에겐 말이다. 단 시의적절이 기반 될 때 간단한 인진쑥 차를 약처럼 사용해 종합병원에서조차 수술로도 원인을 알 수가 없어 치료에 실패한 우인의 아동을 위기로부터 구해낸 적도 있었다. 이처럼 적요를 찾아낸다면 일상의 음식이나 사소한 차도 명약이 될 수 있고, 적요가 없는 무의식적인 보약은 독도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크고 든든한 물그릇이더라도 옆구리에 뚫려있는 작은 구멍 하나로 전체 수위가 결정되는 것처럼, 빈틈을 용케 찾아내고 그를 가장 짧게 다스리는 요령이 약을 가장 크게 쓰는 요령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쪽을 유난히 키워 봤자 전체를 위한 건강은 찾아지지 않는다. 전체 조화와 밸런스가 아닌 돌출은 바람만 집중으로 타기 십상이며 스스로 겸허하지 않으면 반드시 꺾임을 당한다. 그러나 조심을 넘어선 지나친 건강염려증은 얻어지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단 사실을 인정하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비교적 건강한 사람에게 보약이란 따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건강하되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조금씩 스스로 자살 중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신선한 자연식이 좋긴 하나 무균식이랄 정도로 정갈한 섭생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인체의 내성 증진과 각성을 위해서라도 상식과 도를 넘는 악식만 아니라면 폭넓게 허용함이 좋다. 난 야생 산 더덕을 캐 먹을 때에도 껍질을 벗기지 않음은 물론 겉면의 흙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맑은 물에 헹궈 그냥 씹어 먹는다. 사과도 물에 잘 씻어 껍질 채 먹는다. 삶은 감자도 소금 없이 껍질 채 먹는다. 남이 안 볼 땐 수박도 씨앗을 일일이 골라내지 않는다. 내 팔자는 잘 보호된 온실 덕분에 적응력이 약화된 화사한 화초일 수 없음이고, 바깥에서 활동을 해야만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다. 면역력을 약간 자극함으로서 신체 내부에 치밀하게 준비되어있는 자연치유력이 과잉보호로 퇴화되지 않도록 각성시켜주면, 단지 그것으로 대부분의 발병률은 크게 감소될 것이다. 하물며 난 1년에 두어 차례 일부러 약한 독성을 먹어줌으로써 신체의 제독부활기능이 잠들지 못하도록 각성시켜두기도 한다. 독식 요령은 봄철엔 고사리를, 가을철엔 싸리버섯 삶은 물에 라면 하나 넣는 방식으로 손쉽게 수행한다. (계속)

*자연수상록 '한 스푼'(어문학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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