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염려 두 가지

조회수 13387 추천수 0 2011.09.29 02:35:50

염려 두 가지

 

예처럼 음전 순박하기 그지없는 친구가 하필 맹독초라는 사실은 일단 차치하고, 기꺼이 더 이상 낮춰질 수 없으리 철저한 부복으로 담아냈습니다. 초원에서 올라오는 풀내음에 먼저 정신을 깡그리 팔려버리고 그저 그런 아득한 몰아일체에서 저절로 담아냈습니다. 아니, 은방울꽃 제가 스스로 덜컥 뛰어들었다 함이 옳겠습니다.

eun0.jpg 

 

염려가 작지 않습니다.

자주 가는 뒷산 산록에 ‘은방울꽃’ 자연 군락지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신나게 피워 올릴 텐데 그의 만당한 절렁거림을 오며가며 어찌 견뎌야 할 지 때문입니다. 걱정도 팔자라고요? 어디 입장 한번 바꿔 보실래요?

 

유감스럽게도 염려는 게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뉘엿해지는 또 하루의 석양을 등 뒤로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다 윗마을 한쪽 은밀한 구석에서 용케도 발견한 요망한 친구도 하나가 있었으니……. eun1.jpg

-야사에 사연도 많고 정사에도 또렷이 기록된 전형적인 ‘양귀비’입니다.-

 

하필 다 저녁때 땅거미가 서서히 마을을 장악하려는 즈음 우람한 양귀비 한 송이가 어떤 의미인지를 인가에다 한가득 던지고 있습니다. 섬뜩한 의미일 수도 있고 혹여 매서운 질책이 든 경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것 양귀비가 세계사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음을 우린 모르지 않습니다.

사진 찍을 당시도 그랬지만 집에 돌아와 모니터에 올려놓곤 이의 해석과 존속의 의미를 옳게 읽어내느라 한참을 헤맬 따름이었습니다. 종래엔…….

 

시의고금을 불문하고 항상 그렇듯 어렵게 깨우친 소수자는 베풀고 시행하기도 전에 대부분 일찍 죽고, 뭘 모르는 말짱한 어처구니들은 새로 다시 태어남이니 이들에게 가해지는 계몽적 노력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언제나 꺼지지 않는 등불과 같이 치열하고 쉴 틈이 없어야 함입니다. 모든 학문과 문화와 예술의 지향점이란 바로 민중과 전체사회 계몽주의적 입장을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론은 강합니다. 도처에 만연된 유혹과 탐심이란 고약한 자본형 속성에 피할 수 없이 노출된 사람들이 그에 반하는 존재의 참가치를 애써 배우지 않고 적극적으로 훈련되지 않고도 스스로 깨우침에 이르러 참인간 어른이 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온 밤 시간을 번뇌 속에서 깊이 숙고한 끝에 결국 동터오는 새벽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난 안고 있었던 어제의 염려 두 가지를 홀연히 다 덜어낼 수가 있었으니 굴원(屈原)의 고사 어부사(漁父詞)에 이르기를…….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에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

-창랑에 물이 탁하면 내 발을 씻으리-

 

언급처럼 시속에서 악을 온전히 제거하기 어려울 바에야 ’화이부동(和而不同)‘ 피치 못하니 그들과 함께할 순 있어도 일절 미혹되지 않을 것이며, 여하간 우리네 성정을 곧게 다스리는 양면교사 곧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고자 는 결연한 의지를 구했음입니다. ’쾌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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