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방석
누구 사는 강마을 앞마당 강둑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거기서 여름 한 시즌 그동안의 막급한 수고를 마친 달맞이꽃들이 모두 지고 남겨진 마른 풀대라고 제 역할을 모두 마친 건 아닙니다. 자연계의 생산성 효율성은 우리가 함부로 예단하듯 그리 간단치도 녹녹치도 소홀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마른 풀대 이들의 마지막 의무는 피곤한 잠자리들에게 앉아서 편히 쉴 방석을 제공함입니다. 일컬어 잠자리 방석이죠.
여긴 여유가 있으니 그중 다행입니다. 공중에 떠있는 녀석도 곧 빈자리를 찾아 곤한 몸을 앉힐 것입니다.
강둑 주위가 아직은 청정성이 보장된 고로 잠자리가 많아도 제법 많습니다. 하매 달맞이 마른 풀대가 모자라는 경우도 심지어 없지 않습니다. 그럴 땐 다소곳이 공중에 정지비행으로 순서를 기다릴 줄도 예들은 압니다
하필 달맞이 마른 풀대 꼭지는 셋, ‘여름좀잠자리’ 식구는 넷, 어쩔 수 없이 암컷 누이 하나가 공중에 정지비행으로 방방 뜬 채 잠자코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말 질서정연하고도 천진한 우리네 강마을, 내 앞마당의 가을, 높이도 그렇거니와 마른 풀대가 제법 강직함이 보장된 고로 어지간한 바람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허니 잠자리 방석으론 이를 데 없이 제격입니다.
물론 여간해서 꿈쩍도 않는 달맞이 마른 풀대가 가장 제격이긴 하지만 오로지 그곳만 고집하지도 않습니다. 그럴듯한 ‘큰엉겅퀴’ 고개 숙인 머리꼭지 위도 마다치 않습니다.
가까이 방방 떠있는 친구가 ‘여름좀잠자리’ 수컷이며 지금 한창 혼인색으로 붉게 치장하고 있거니와, 건너편 멀리에 앉아 세침을 떼고 있는 색깔 둔탁한 친구가 암컷입니다. 역시 몸치장 색깔로 구별은 간단 확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