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해진 교수 연구팀
공생하는 미세조류 생태 규명
광합성뿐 아니라 먹이섭취 밝혀

먹이 공급해 번식 유도하면
산호 성장 도와 온난화 방지

 

00315245901_20120724.JPG » 제주해군기지 예정지의 바닷속 산호. <한겨레> 자료사진

 

호는 식물일까, 동물일까? 퀴즈대회에 자주 등장하는 문제여서 많은 사람들은 산호가 열대와 아열대의 깨끗하고 따뜻한 물속에서 사는, 소화기관을 가진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면 움직이지 않으면서 산호는 어떻게 살아갈까? 산호는 입 주변에 있는 수많은 촉수(폴립)로 동물성 플랑크톤과 게·새우·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산다. 하지만 ‘붙박이’ 산호가 잡아먹는 먹이 양으로는 배를 채우기에 태부족이다. 산호는 폴립 속에 공생하는 단세포 미세조류인 심바이오디니움(주산셀라)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주는 영양분으로 나머지 배를 채운다. 심바이오디니움은 산호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80~90%를 담당할 정도로 산호의 생존에 절대적이다.


과학자들에게는 산호와 심바이오디니움의 관계에서 풀지 못한 난제가 하나 있었다. 산호는 주로 빈영양화 해역에서 산다. 빈영양화는 식물 성장에 필수 요소인 질소, 인 등 영양염류가 아주 적은 상태를 말한다. 영양염 농도가 높아지면 대형 해조류들이 번성해 산호가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물인 심바이오디니움이 광합성에 불리한 빈영양화 환경에서 대량으로 존재하며 산호초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해진(48) 교수 연구팀은 23일 심바이오디니움이 애초 알려진 식물의 성질뿐만 아니라 동물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제주 연안에서 거품돌산호를 채집해 촉수를 잘라 실험을 했다. 거품돌산호는 경산호로, 연산호가 주로 서식하던 제주도에 최근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났다. 산호의 촉수에는 1㎥당 심바이오디니움이 100만마리가 들어 있다. 이 심바이오디니움을 산호 안에서 뽑기도 하고, 물에서도 채집해 배양을 해보니 다른 생물이 만든 유기물에 의존하는 성질을 보였다. 곧 심바이오디니움은 박테리아나 남세균, 미세조류 등을 섭취했다.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해보니 빨대로 먹이들을 쪽쪽 빨아먹는 장면이 잡혔다. 질소가 없는 환경에서는 광합성 등 자가영양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성장이 멈췄지만 먹이를 주면 자라나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의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18일치(현지시각) 온라인판에 실렸다.


산호는 해수온도가 29~30도를 넘으면 몸속에 있던 심바이오디니움을 방출하고 자신의 몸을 지탱하던 석회질만 남아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을 맞는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지난 몇십년 동안 세계 산호의 20%가 백화현상으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심바이오디니움에게 먹이를 주어 번식시키면 온난화로 해수온도가 올라가도 산호의 사멸을 막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산호의 번성이 거꾸로 지구의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산호 폴립 속에서 심바이오디니움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어 지구의 열을 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위면적당 산호초, 곧 심바이오디니움의 광합성 능력은 열대지방 밀림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심바이오디니움에게 최적의 먹이를 공급해 번식을 유도하면 백화현상으로 파괴되는 산호초 복원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바이오디니움은 산호뿐만 아니라 말미잘, 해파리, 조개, 해면, 원생동물 등 다양한 해양생물들과 공생을 하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해양저서생태계 연구에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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