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락의 계절)
송이버섯을 얻으러 다니는 마을 사람들이 빈번히 발길을 넣는 산길로 올라가는 좁다란 길목 바닥에 ‘작은주홍부전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었습니다. 며칠 남은 추석 말미에 송이버섯을 채취하려는 산사람들의 발길이 제법 부산스러울 텐데……, 초췌하고 색 바랜 모습을 보니 이제 수명이 거의 다한 듯 합니다. 화려하고 세밀했던 날개 무늬와 몸통의 찬연함도 제 철의 그것에서 한참 멀어져 있습니다. 보나마나 녀석의 최후가 사람들의 무심한 발길로 무자비하게 마무리될 것 같아 가만히 들어 올려 손등 위에 앉혔습니다.
자주 부는 차가운 가을바람은 피해주고 따사로운 햇살일랑 잘 들도록 내 몸을 돌려 막아주었습니다. 한참을 돌아보고 위로하는 가운데 녀석이 재잘재잘 전해주는 좋았던 한 시절의 농밀한 전설을 다소곳이 들어주었습니다.
제법 기운을 차리려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락의 계절, 잠시 잠깐의 주의환기일 뿐 재활이란 애당초 기대할 수 없음을 나도 알고 저도 압니다.
그렇습니다. 수고로 점철했던 자연과 친화적인 생명체의 마지막을 평안히 보내도록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비교적 평탄하고 환한 쑥부쟁이 꽃 바탕을 골라 그토록 좋아하던 단꿀 꽃꿀로서 최후의 만찬을 즐겨보라고 공들여 올려주었습니다. 무심한 발길보다야 꽃 바탕 그곳이 마지막을 장식하기론 한결 멋진 곳일 겁니다.
안타까운 내 은전은 여기까지에 불과합니다. 거기 밝은 쑥부쟁이만 남아있을 것을 알기에 발길을 돌림에 두 번 다시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