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비상! 비상!

조회수 16602 추천수 0 2012.05.08 23:45:40

(비상! 비상!)

 

“비상! 비상!” 누옥에 돌아가는 대로 산천과 들녘에 비상을 걸어둬야 하겠습니다. 당단풍 나뭇가지 틈새에서 다소곳이 지난 추운 겨울을 나던 사마귀네 알집이 늦은 봄을 지나면서 드디어 열리고 오늘 비로소 텅 비었습니다. 헌데 그 빈집을 이용해 누군가 한쪽 귀퉁이에 겁도 없이 알을 낳고 새끼까지 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은 불개미의 일종인 듯싶습니다.

 

사마귀 집.jpg

이곳의 식생들은 독성을 가진 것도 있고 다소 거친 모습들도 제법 있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저를 지키기 위한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무서운 맹 독사까지도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일 정도로 순탄한 저마다의 흐름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유독 이 녀석 사마귀만은 막무가내입니다. 선뜻한 갈퀴 모양의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무고한 날 겁주기가 일반입니다. 결국 내 편에서 알아서 먼저 피해가야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모른 척, 지는 척 넘어가 줌이 좋습니다. 때문에 이 녀석들이 몽땅 살아서 들녘으로 퍼지면 작은 곤충들의 안녕과 평안은 얼마간 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비상을 급하게 걸어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녀석들도 이유도 없이 재미로 취미로 살육을 감행하진 않습니다. 단지 저 살기 위한 방책으로 불가피 최소한도의 사냥을 감행하겠지만, 우선 모습에서부터 평화롭지가 않으니 일단 놀라지 말도록 경계경보는 내리고 봐야하겠습니다.

나에겐 친근할지언정 무법자로 소문난 말벌과도 생사를 건 사투를 용감하게 벌이는 모습을 보면 그의 싸움꾼으로서의 자질은 의심할 바 없습니다. 무협소설은 저리가랄 만큼 대단한 장면을 연출해 준답니다.

 

거는 비상은 비상이고, 사마귀들이 대책 없이 무참한 살육자는 아니란 사실적 증빙은 우선해야 하겠습니다.

 

사마귀 노린재.jpg

 

‘벌개미취’ 화사한 꽃잎 위에서 사마귀가 마침내 파리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그때 ‘시골가시노린재’ 한 마리가 세상에나! 식사중인 사마귀 다리 아래로 막무가내 지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뭔가 잔뜩 노리고 있는 평상시 같으면 어림도 없는 수작이지만, 지금은 안전하다는 뜻을 노린재도 사마귀도 서로가 잘 알고 있음입니다. 다만 넋을 빼앗긴 파리만 모를 뿐이죠. 심지어 어서 쉬이 지나가라고 몸통을 높이 들어주기까지 하는 사마귀의 능청 태연스러움을 모른 척 할 순 없습니다. 옳습니다. 필요한 하나는 가졌으니 더는 욕심도 미련도 없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그래도 일단 비상은 비상입니다. 비상!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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