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 제러미 리프킨 인터뷰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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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이미 끝났습니다. 원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더욱 과거로 회귀하는 일입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67)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서슴없이 ‘사망선고’를 내렸다. 최근 신간 <3차 산업혁명>(민음사 펴냄)의 국내 출간을 맞아 방한한 리프킨을 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87_20120509.jpg » 제러미 리프킨은 인터뷰 도중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시내 경치를 가리키며, “저 수많은 건물들을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니 발전소’로 바꾸고 네트워크를 통해 에너지를 공유하게 한다면, 우리가 처한 다양한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책 <3차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 체계의 결합이 소유가 아닌 공유를 중심으로 한 ‘제3차 산업혁명’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리프킨은 한국 정부의 원전 지속 정책에 대한 견해를 묻자, 특유의 논리로 원전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원전은 한 기를 짓는 데 100억달러가 들 정도로 비싸고 폐기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우라늄 고갈과 담수 부족의 위협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중앙집중화된 하향식 구조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도 없습니다.”


그는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원전이 전세계 에너지의 20% 이상을 차지해야 비로소 기후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번역출간 ‘3차 산업혁명’에서 화석연료 시대의 대안 제시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 <공감의 시대>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여러 저작들을 통해 현대 문명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대안적 구상을 제시해왔다. 특히 이번에 나온 <3차 산업혁명>에서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에너지 체계의 결합이 ‘수평적 권력’을 기반으로 삼는 ‘3차 산업혁명’을 이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3차 산업혁명>은 화석연료를 기반 삼았던 2차 산업혁명 시대의 황혼을 논의의 배경으로 삼는다. 갈수록 고갈되는 석유 등의 화석연료와 인간 문명 발달 등이 야기한 기후 변화 앞에서 사람들은 ‘과연 지속 가능한 미래는 있는가’라고 묻는다. 끝 모르고 질주해왔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월가 점거운동이 말해주듯 ‘1% 대 99%’로 나뉘는 불공정하고 부정의한 시스템을 낳았다. 이른바 ‘탈산업사회’로 옮겨가며 갈수록 실업률은 치솟고 빈곤의 늪은 깊어만 간다. 리프킨은 인터뷰에서 “이런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유럽을 중심 무대로 삼아 여러 정부와 비즈니스 공동체, 시민단체들과 ‘협업’을 통해 내 구상을 발전시키고 실천으로 옮겨왔다”고 했다.


“세상의 위대한 경제혁명들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결합할 때 일어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19세기에는 증기기관과 석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체계가 대량 인쇄·출판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과 만났고, 20세기엔 석유자원이 전화·텔레비전 같은 전기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만났어요. 곧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체계의 결합이 경제·사회구조, 사람들의 인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낸 겁니다.”


리프킨은 “(월가 시위 같은) ‘점거하라’ 운동은 중요하고 옳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이 지적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커뮤니케이션과 에너지의 결합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미래의 3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인가? 리프킨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의 결합이 3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지 새것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소유 중심 수직권력 퇴조…공유 중심 수평권력 예고


2차 산업혁명은 독점적인 ‘소유’에 집착하며, 중앙집권적이고 수직적인 경제·사회구조를 만들어냈다. 어마어마한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해 거대 기업들만이 손을 댈 수 있는 석유자원 개발 등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반면, 바람·태양·지열 등의 재생에너지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원이며, 인터넷은 수많은 사람을 수평적으로 연결한다. 곧 “3차 산업혁명은 소유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권력구조를, 공유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권력구조로 재편하”며 “(이 과정에서) 분산·공유·협업 등이 중요해진다”는 견해다.


책의 기본적인 틀을 소개한 리프킨은 이어 구체적인 실천 구상을 펼쳐 보였다. 먼저 이야기한 것이 3차 산업혁명의 다섯가지 핵심 요소들이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 모든 대륙의 건물을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미니 발전소’로 바꿀 것, 수소에너지 기술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보존·저장할 것, 인터넷 기술처럼 ‘분산형 그리드’를 통해 에너지를 공유할 것, 이런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교통수단을 만들 것 등이죠. 단순하게 말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지능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수평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지금 유럽연합 중심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이런 계획을 현실로 옮기고 있어요.”


리프킨은 “사람들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할 수 있어야 경제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3D프린팅’ 등을 통해 제조업의 혁명도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네트워크로 오가는 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이 직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는 3D프린팅 시스템이 모든 사람들이 제조업자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3차 산업혁명은 모든 사람들이 에너지·정보를 공유하고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등 ‘협업’에 기반한 삶을 살도록 만들 것입니다.”


‘공유경제’나 ‘사회적 경제’ 등에 대한 담론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리프킨 담론은 자신이 ‘내러티브’라고 부르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서사구조에 기반한 ‘플랜’을 갖고 있으며, 실천력 있는 구체적 제안들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데 특징이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내러티브가 없다”며 “서로 연결되지 않는 산발적이고 단독적인 프로그램들을 가지고는 세계를 바꿀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세계 여러 정부와 기업공동체, 사회운동단체 등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사업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역량은 바로 이 내러티브로부터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떤가? 리프킨은 “한국은 이미 ‘녹색성장’이라는 내러티브 있는 담론을 제시한 바 있으며, 유럽대륙에서 독일이 하고 있는 선도적 구실을 아시아 대륙에서 해야 할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자신이 메모해둔 내용을 꺼내어 읽으며 한국의 맹점을 지적했다. “한국은 전체 에너지의 66%를 석유자원에, 31%를 원자력에 기대고 있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0.7%에 불과해요. 한국에 필요한 것은 말보다는 실천입니다.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나가야 합니다.” 


“원전 이미 끝났다” 사망선고…한국, 녹색성장 실천나서야


스스로를 사회운동가로 규정한 리프킨은 시민운동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최근 국내 대표적인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지난해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비영리단체, 교육단체, 지역 기업, 지방 정부 등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 정신에 기초한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일을 함께하고 싶어요. 이탈리아 로마,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등 다양한 대도시들과 함께 노력했던 경험이 서울시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이기에 정부와 시민사회를 함께 모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인터뷰 말미 리프킨은 청년 실업으로 고뇌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말을 맺었다. “협업의 정신을 통해 스스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내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만의 생각을 현실로 옮겨보기 바랍니다.” 


최원형, 노형석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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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은 
엔트로피 펴낸 실천적 미래학자

미국 태생인 제러미 리프킨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사회사상가이자 미래학자다. <엔트로피> 등 여러 베스트셀러 저작들을 통해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해 왔다. 또 세계 각국의 정부·기업·시민사회단체 등과도 교류하며 자신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근거한 정책을 현실로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994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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