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불침번)
지금이야말로 올겨울의 어김없는 한복판, 연일을 낮에도 묵중한 안개가 짙게 흐리던 날씨도 제 무게에 지쳤는지 햇살이 문득 빤하기로 일천함이 당연할 들녘엘 모처럼 나가 보았습니다. 역시나 ‘광대나물’ 예쁜이가 혼자 실눈을 뜨고 흐르는 계절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게으른 누구네 입장에선 그저 고마운 일이려니 꽃의 화사함이 무한히 귀한 시절엔 이나마도 예뻐 죽겠습니다.
광대나물 실눈 뜬 사진도 미리 알고 초 접사영역으로 찍어 화면에서 확대하니 확인될 뿐, 우리네 맨눈으론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너무도 작다는 사실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님들 지금 바로 곁에도 이렇게 의연한 예쁜이가 분명히 새봄과 희망이란 이름으로 존속하고 있다는 상기에 다름이 없음입니다.
먼 이웃 어떤 마을에선 벌써 눈 속에 복수초가 꽃을 피웠다지만, 그건 그쪽 마을 사정일 뿐, 부럽지도 않거니와 여기 내 고장에선 예가 임자일 따름이니, 봄날이다 싶으면 얼른 이제의 샛눈을 활짝 떠줄 겁니다.
아침저녁으로 햇살의 길이도 제법 길어짐을 느끼겠더니 개화도 멀지 않았습니다. 잔잔한 흥분이 기대감을 타고 전신을 감돌아 흐르더이다. 봄, 가까운 봄이랍니다.
상상이 잘 안 되신다고요? 자요.
봄날 4월 하순에 활짝 핀 광대나물 본 모습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지금 광대나물 줄기에 매달려 새봄을 함께 구가하는 곤충은 ‘두쌍무늬노린재’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