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0120924.JPG » 영국의 대표적인 친환경 공동체 마을 베드제드의 건물 지붕에 자연통풍 효과를 내는 닭볏 모양 구조물들이 얹혀 있다. 친환경 공법과 주민들의 친환경 생활실천 노력으로 탄소 제로 마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첨단지붕으로 바람·햇빛·빗물 활용
시티카 공유·로컬푸드 운동도 힘


영국 런던 빅토리아역에서 남쪽으로 열차로 25분 가면 서튼지역 해크브리지역이 나온다. 지난 13일 역무원도 없는 간이역에서 내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발소, 24시간 생선튀김 배달집, 우체국 등을 지나 300m 남짓 걸었더니, 지붕에 초록·보라·주황·노랑·빨강·파랑 등 닭볏 모양 구조물을 얹은 건물들이 나타났다. 어귀에 ‘베드제드’(BedZED·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라는 안내 글이 없었으면 지나칠 뻔했다.


베드제드는 이름대로 화석에너지 없는 친환경 마을이다. 10년 전인 2002년 9월 마을이 조성됐다. 1998년 계획·설계에 나서 2000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1만6500㎡ 규모의 연립형 3층 건물 3개동에 100여가구의 집과 10여곳 사무실이 공존하고 있다. 베드제드는 건축가 빌 던스터의 친환경 건축회사 제드팩토리, 지속 가능한 사회 구현에 힘쓰는 사회·환경단체 바이오리저널, 사회봉사·자선과 주택·유지 보수 일을 하는 피보디 트러스트 등의 합작품이다.


베드제드는 최첨단 친환경 공법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였다.


바이오리저널은 베드제드가 런던 서튼지역 평균보다 81% 낮은 난방에너지를 쓰며, 물은 58%, 전기는 45% 적게 사용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사용은 영국 전국 평균에 견줘 64% 낮고, 쓰레기 배출량도 60% 적다.


이는 베드제드 곳곳에 고효율 에너지 비법이 숨어 있는 덕분이다. 바람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모양이 천생 모이 쫓아 고개를 돌리는 닭 머리를 닮은 지붕 구조물은 첨단 열교환기 구실을 한다. 바람에 따라 회전하면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자연통풍 효과, 공기 압력에 의한 대류현상을 적용해 실내 작업공간을 늘 17도 이상 유지하게 한다.


베드제드 안내를 맡은 맷 설리번 바이오리저널 매니저는 누리집(bioregional.com) 동영상에서 “지붕과 유리창 곳곳에 태양광·태양열을 모을 수 있는 집전판을 설치해 연중 햇빛을 통해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며 “3중 유리창과 30㎝짜리 단열재가 들어간 두께 40~50㎝에 이르는 두툼한 외벽은 안으로 들어온 온기를 바깥에 빼앗기지 않으면서도 여름에는 선선함을 유지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등의 활용을 위한 최소한의 전기는 폐목재를 활용한 자체 열병합 발전소에서 얻는다.


베드제드는 빗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빗물 수집이 효율적인 세덤 지붕을 설치했고 모든 빗물을 저장탱크에 모았다가 필터로 정화해 화장실·정원 등의 용수로 활용한다.


친환경 전기차 ‘시티카’를 공유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거나 인근 지역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을 실천하는 주민들의 친환경 생활도 베드제드를 지탱하는 힘이다. 최근 베드제드를 보려고 전세계에서 관광객 등이 몰리자,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한달에 하루(매월 첫째 주 목요일)만 공개한다.


런던의 친환경 건축업체인 아틀리에 텐의 이윤하 디자이너는 “베드제드의 성공은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중국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며 “고효율, 저에너지, 친환경 건축은 미래 건축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베드제드(영국)/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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