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그 예쁜 놈 때문에

 

  코스모스 일출.JPG

 

  오늘 오후는 물경 한 시간을 맨땅과 씨름 씨름하며 생고생을 했다지 뭔가, 흙보다 돌이 많은 강원도 산비탈 임도를 그럭저럭 잘 골라가던 트럭 바퀴가 ‘덜컥’ 그만 개골창에 빠졌기 때문이었지, 그래도 차마 성질을 부리진 않았다네, 성질은커녕 여러 차례 몸부림에 가까운 탈출시도조차 무색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확실한 한눈팔기 곁눈질의 이유가 있었다네, 때마침 동절기 대비 차 적재함에 미리 실어뒀던 삽이라도 없었다면 그나마 난감했을 걸, 심장이 터지려는 걸 어찌어찌 달래가며 꼬박 한 시간씩이나 숨이 턱에 닿도록 돌 천지 땅바닥에 혼자 통사정하는 동안에도 이웃한 차량 한대 지나지 않는 이곳은 하필 그런 궁벽한 곳이라네.

  그놈, 이 계절에 말도 안 되는 놈, 임도 변에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던 목만 삐죽이 길 뿐 키는 유난히도 작은 녀석 때문이었을 거야.

 

  옷도 나도 곤죽이 됐기로 간신히 활로 만들어 털털거리며 돌아오던 길도 일부러 지나쳐, 오래 전 끊어버린 소주 두 병을 새로 사 싣고 오던 이유는 이래서 정당한 당위성을 갖고야 말았다네.

  그래! 그놈, 나쁜 놈, 내 심장엔 ‘팜므파탈’

 

  때 이른 겨울날, 저녁 붉디붉은 해넘이를 등 뒤로 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눈가에 입가에 끊일 줄 모르고 흐르던 빙긋한 웃음의 여유를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던 생고생이 이유일 순 없을 거야.

  아무렴 그렇고말고, 이슬 찬 이 계절에 말도 안 되는 녀석.

 

 지금은 내 영혼이 지극히 맑아지는 시간.

 우주의 내밀함이 제 비밀스런 천기하나를 조심스럽게 엿보여주는 정밀한 시간.

 ‘가이아’이론이 머리 들먹이지 않곤 배길 수 없는 한밤중, 진짜 내 시간.

 눈에서 잠을 또 앗아가는 이유는 술 때문도 오후가 그저 힘들었기 때문만도 아닐 거야.

 

 그래! 이 쓸쓸한 계절에 말도 안 되는 놈

 맞아! 바깥에서 혼자 찬이슬 다 맞고 있을 놈

 저런! 나보다 더 지쳐 보이던 녀석

 망할 녀석, 그놈의 코스모스 때문일 거야.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739 여유 10 pumuri 2011-09-30 125077
738 남아공에서의 하루 (명상편지 4) pumuri 2011-08-11 124338
737 컵의 물이 반이나 (무심 4) pumuri 2011-08-12 121161
736 몸으로 나타나는 오행불균형(건강하게 사는 법 9) pumuri 2011-09-27 119751
735 혼자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명상편지 10) pumuri 2011-09-28 119527
734 사람마다 각각 다른 불균형이 있다, (건강하게 사는 법 6) pumuri 2011-08-27 117004
733 원하는 걸 하도록 내버려 두라 (명상편지 9) pumuri 2011-09-21 116458
732 자신의 몸은 자신이 돌볼 수 있어야 (건강하게 사는법 3) pumuri 2011-08-18 115162
731 오해가 생겼을 때 (무심 9) pumuri 2011-09-24 114041
730 늘 준비만 하는 사람 (무심 5) pumuri 2011-08-14 114028
729 서로를 인정하는 부부관 (명상편지 5) pumuri 2011-08-14 112926
728 오행 체질이 절대적이지는 않아 pumuri 2011-11-23 112839
727 오행 체질이 절대적이지는 않아(건강하게 사는 법 13) pumuri 2011-11-23 111417
726 걷기에는 심신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건강하게 사는 법 18) pumuri 2012-02-12 110152
725 다 같은 사람인데 왜 다를까? (건강하게 사는법 5) image pumuri 2011-08-22 109217
724 여유 8 pumuri 2011-09-15 108674
723 우주만큼 복잡한 인체 (건강하게 사는법 4) pumuri 2011-08-19 108032
722 건강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건강하게 사는 법 2) pumuri 2011-08-17 107963
721 매일 잠자리에 들기전에 해야 할일 (무심 6) pumuri 2011-08-25 106336
720 여유 7 pumuri 2011-09-01 106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