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독도분쟁 대하소설 ‘강강수월래 1,2’
*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 ‘무서운 오랑캐가 물 건너 쳐들어온다.’ 는 뜻 *
한국과 일본 사이에 상존해있는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부터 일본 역사 교과서 기술상의 문제까지 감정적인 갈등의 증폭 단계를 거쳐 결국 독도와 대마도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전쟁으로까지 치닫게 되나, 정의롭고 뜻있는 일부 인사들의 필사적이고도 희생적인 노력으로 분쟁의 내적 요인이 세세히 밝혀지고, 종국엔 극적인 화해로까지 이르는 긴박한 저간의 과정을 펼친 장대한 스케일, 박진감 있는 ‘첩보분쟁소설’로서 오랜만에 만난 묵직한 문제를 섬세한 필치와 굵직한 스케일로 펼쳐나간 장편 대하소설이다.
한국 언론사 일본 주재 특파원을 제1 주인공으로 사건이 전개되며, 양식이 반듯하게 살아있는 일본 자위대 현역 정보장교를 버금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우정과 국익, 인간적 또는 직무상의 괴리라는 절박한 심리갈등관계와 그의 진화를 스토리텔링의 근간으로 삼았다. 이에 의식적 주관자인 한국교포노인의 깊은 역사인식과 투철한 혜안이 사태 전반에 대한 이론적 바탕으로 심도 깊게 제시된다.
보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을까? 저자는 한국인이 분명한데도 막상 한국은 서설에 그칠 뿐 일본 동경을 무대의 중심에 두고 있으며, 한일 간 분쟁을 틈타 준동하는 첩보세계의 냉혹한 전략과 전술, 치열한 암투와 음모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동경과 북경에 이어 미국으로 스피디한 추적과 암살사건이 연이어지는 등 폭 넓은 전 지구적 행동반경을 가지며,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초 긴박 냉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반짝 빛을 발하는 휴머니즘, 인간미 발현의 섬세함은 그중 특기할 만하다.
고도의 전략과 전술에 의해 독도가 일본에게 급거 침공당하고 대마도 또한 한국의 전격작전에 의해 일거에 함락된다. 비밀리에 마련된 피치 못할 파국적 결과를 앞두고 일부 용기 있는 인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결국 화해와 공존공영을 죽음으로 호소한다. 한일 양국 간 문제의 근원이랄 수 있는 일본 황실에 감춰진 태생적 비밀과 지정학적 배경 등 필수적인 역사, 사회, 지리학적 지식이 가능한 이해가 쉽도록 기술됐다. 덕분에 자칫 공상 추상적인 나열로 일개 장르문학 추리소설에 그칠 뻔한 첩보전쟁 대하소설이 일본 연구서에 준할 만큼 깊은 전문성까지 함양됐다는 다행함도 읽을 수 있었다. 일본사회의 특질과 민중의 심리적 배경 등 저변요인을 세밀하게 분석 규명함으로서 그저 재미삼아 한번 읽고 치울 간단한 서책은 아니란 뜻이다.
본문 곳곳에 부드럽고 서정적인 문체를 넣어 문장 가독성에 탄력을 부여함에 아울러, 한국인 특파원 주인공을 인애하는 일본 여인을 등장시켜 자칫 전반적으로 어둡고 투박할 수 있는 흐름에 잔잔한 인간 본연의 향기와 짙은 로맨스를 도입했음은 주목할 만하다.
마치 특집 미니시리즈 한편을 숨도 안 쉬고 시청한 듯 전편에 걸쳐 색채감과 비주얼, 장대한 스케일을 살린 점은 대형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엿보이게 한다.
-‘강강수월래 1,2’ <교보문고 출간> 저자: 고충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