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주인공?)
어느 쪽이 주인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앞에 귀엽기 짝이 없는 꼬마 야생화 ‘고마리’를 사진에 담으려 시도했음은 사실이나, 뒤의 멋쟁이 ‘자벌레’는 나중에 컴퓨터에서 사진을 다루다가 우연히 거기 있는 줄을 알았습니다. 자벌레의 감쪽같은 위장술에 눈앞에서 학이도 깜박 속아 넘어갔던 겁니다. 워낙 많은 사진을 찍다보면 이처럼 뜻밖의 경우도 종종 일어납니다. 식물이냐, 동물이냐 어느 방면으로 수납할 소속을 정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라도 우린 이를 횡재라 합니다. 결국 수납앨범에 조화라는 명목을 하나 더 만들어 타협을 했습니다.
사필귀정, 이처럼 선의의 정당한 과정을 통해 도리를 구할 뿐 결과에 앞선 열매를 생각하지 않으면 하늘은 스스로 베풀어준답니다. 열심히 욕심으로 구한다 해도 뜻처럼 구해지지 않음엔 이 같이 쉬운 천리가 들어있음입니다.
무엇이 이치이고 어느 것이 먼저인가를 생각하는 자, 무한한 인간능력이되 엄연히 하늘아래임을 믿는 자, 그들을 우린 순천자 자연인이라 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