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매머드 무덤, 구석기인 개로 사냥설

조홍섭 2014. 06. 02
조회수 52721 추천수 0

시베리아 등 매머드 거대 무덤 30곳, 자연재해냐 인류 사냥이냐 논란

`사냥개 가설' 제기…자연재해와 연령 분포 다르고, 청소동물 훼손 흔적 없어

 

In Berelekh_in the north of Siberia's Sakha Republic_ are more than 160 of the tusked goliaths_ Picture_ P., The Mammoth Museum in Yakutsk_s.jpg » 시베리아 사카 공화국 북부의 베레레크에서 발굴된 매머드 무덤. 160마리가 넘는 매머드가 묻혀 있다. 사진=P.라자레프( Lazarev), 야쿠츠쿠 매머드 박물관

 

인간과 공존한 마지막 선사시대 동물인 매머드를 둘러싼 큰 논란의 하나가 거대한 매머드 무덤이 어떻게 생겼느냐이다.
 
시베리아와 중부 유럽 등의 강둑에는 많은 수의 매머드 뼈가 한꺼번에 묻혀있는 ‘매머드 묘지’가 약 30곳이나 있다. 4만 5000~1만 5000년 전 구석기 후기의 이 유적지에는 매머드가 최소 5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 묻혀있다.
 

폴란드의 크라쿠프 스파치스타에선 5860개의 매머드 유골이 나왔는데, 2㎡에 매머드 한 마리꼴로 밀집해 묻혀있다. 러시아 시베리아의 베렐레크에서는 166마리의 매머드가 나왔다. 60㎡의 땅에서 수만 개의 매머드 뼈가 나오기도 했다.
 

ma3.jpg » 매머드 묘지의 위치. 그림=제프리 매티슨, <제4기 인터내셔널>

 

이처럼 많은 매머드가 좁은 곳에 몰려 죽은 이유는 뭘까. 홍수나 얼음이 꺼지는 등 자연재해가 주기적으로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들 유적지는 모두 현생 인류가 유라시아에 출현한 이후 형성된 것이어서 인류와의 관련성이 진작부터 논의됐다. 패트 쉬프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인류학자는 학술지 <제4기 인터내셔널>에 실린 매머드 무덤에 대한 기존 연구를 종합한 논문에서 사람과 개의 협동 사냥이 매머드 무덤을 낳았다는 새로운 가설을 주장해 눈길을 끈다.
 

쉬프먼 교수는 이들 매머드의 유골에 사람이 석기로 고기를 저며내거나 골수를 파먹은 흔적 말고 다른 포식자의 이빨 자국이나 갉아먹은 흔적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인류의 조상이 매머드의 주검을 지키고 관리할 새로운 능력을 지녔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매머드 무덤 주변에서는 구덩이 함정이나 몰이용 통로를 만든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인류는 구석기 후기 이전에도 100만년 동안 매머드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사냥했지만, 이때부터의 사냥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수백년 동안 한 장소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매머드를 사냥할 수 있었던 신기술을 쉬프먼 교수는 복잡한 투척 무기와 함께 개와의 협동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이 방식으로 동시대의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했는데도 현생 인류의 조상은 살아남았다.
 

이런 주장의 일차 근거는 죽은 매머드의 연령분포가 매머드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현생 코끼리가 가뭄이나 집단사살로 일시에 죽을 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일시에 코끼리가 죽을 때는 모든 연령대의 코끼리가 죽지만 유골은 그렇지 않았다.

 

초창기 개와 매머드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증거도 있다. 체코의 프레드모스티 매머드 묘지에서 발견된 2만 7000년 전의 개의 입에는 커다란 매머드 뼈조각이 물려 있었다. 쉬프먼 교수는 이 화석이 개가 죽은 직후 개의 사냥 솜씨를 기려 매머드 고기를 입에 넣어준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ma1.jpg » 체코의 프레드모스티 매머드 무덤에서 출토된 2만 7000년 전 개의 두개골 화석. 입속에는 매머드의 뼈가 들어있어 매머드 사냥 솜씨를 기린 증거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 개이 두개골 3개가 발견됐다. 사진=미에트예 게르몬프레, 브르노 앤스로포스 박물관

쉬프먼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매머드 무덤은 인류의 조상이 매복해 매머드를 공격하기 좋은 이상적인 장소였을 것이다. 또는 매머드가 이동할 때 반드시 지나야 하는 목이었을 수도 있다.
 

개는 사냥감을 더 일찍 포착해 둘러싸서 인간이 치명타를 가하러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었을 것이다. 또 사냥이 끝난 뒤 먹잇감을 노리는 다른 포식자를 물리치고 거주지까지 사냥감을 운반하는데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ma2.jpg » 매머드 유골이 매우 밀집해서 발굴된 폴란드 크라쿠프 스파치스타의 매머드 무덤 모습. 사진=피요트르 보이탈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최근 나왔다. 벨기에 남부에서 3만 2000년 전 개의 화석이 발굴됐는데, 현생 개나 늑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여러 매머드 무덤에서 이런 ‘늑대 개’의 두개골이 나왔다.
 

게다가 이들 중엔 골절이 아문 흔적이 있어 사람이 돌봤을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또 매머드 무덤에서는 야생 말, 사슴 등과 함께 여우와 늑대 등 포식자의 유골도 나왔는데, 이는 자기 영역을 다른 개과 동물로부터 맹렬한 기세로 지키려는 개의 습성 때문일지 모른다고 쉬프먼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나 ‘사냥개 가설’의 주인공은 유전자 연구 결과 현생 개의 직접 조상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ipman, P., How do you kill 86 mammoths? Taphonomic investigations of mammoth megasites, Quaternary International (2014), http://dx.doi.org/10.1016/j.quaint.2014.04.04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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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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